당신은 누군가의 이상형이다

by 최윤형

눈이 마주친 순간, 난 우리 사이가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었어.


당신은 누군가의 이상형이다.

차가운 거울 앞에서 얼굴을 바라본다. 눈과 코와 입. 각진 얼굴을 하나씩 바라본다.

아름다운 조화를 꿈꾸는 음과 양처럼 조화롭게 휘몰아쳤는가. 혹은 제각각 뚜렷한 빛을 내는가.

거울에 손을 댄다. 차갑다. 차가운 것은 거울인가. 거울 속에 비친 나인가.

나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을 사랑하는 이가 있을까. 나 자신도 사랑하지 못하면서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가슴을 펴고 살라는 말은 허상을 꿈꾸라는 말이 아니고, 목소리를 높히라는 말은 거짓으로 선동하라는 말이 아니다. 당신의 온전함을 누군가는 사랑하고 있다. 가만히 앉아있는 당신의 평온함을 누군가 바라보고 있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나. 가슴 속에만 품고 있던 그 소식을 전할 전령이 없어서였을까. 우리는 얄팍한 끈으로 연결되어있지만, 그 끈을 당길 용기는 없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 곁을 떠난다.

당신의 온전함과 평온함은 그렇게 나에게서 잊히고, 나의 온전함과 평온함도 너에게서 잊힌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홀로 남아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말로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마음에 큰 짐을 얻는다.

당신은 누군가의 이상형이다.

하루의 끝에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서 다시 거울을 바라본다. 눈과 코와 입, 각진 얼굴과 살구색의 몸을 바라본다. 하나씩 곱씹어본다. 아름다운 조화를 꿈꾸는 세상의 바람처럼 조화롭게 이어졌던가. 혹은 제각각 투박한 빛을 내는가.

거울에 손을 댄다. 따뜻했던 물이 거울에 닿아 금방 식었나. 물이 차갑다. 차가운 것은 나를 거쳐간 물인가. 거울 속에 비친 나인가.

나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을 사랑하는 이가 있을까. 손을 잡고 걸었던 지난 날이 있어. 나를 좋아했던 당신은 나의 어떤 점을 사랑했는가. 나에게도 명확히 알려주고 떠났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잘 알 수 있었을텐데. 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텐데.

아니, 어쩌면 날 떠나간 너의 마음이 더 거대하게 다가와서 날 사랑했던 당신의 마음이 잊혀졌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누군가의 이상형이다.

잠에 들기 전, 이불을 가슴팍까지 끌어올리고, 눈을 감는다. 열대야에도 창문을 연다. 덥고 습한 바람이 분다. 바람은 거실을 가로질러, 내 방으로 돌아온다. 다시 내 방을 가로질러 거실로 돌아간다. 그렇게 뒤섞이며 나를 감싼다. 나를 사랑하는 당신이 나를 찾을 수 있도록 나는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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