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날 때처럼

처음 만난 날

by 최윤형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에서 어느 얄팍한 연결선이 남아있는 지금. 그 형태는 현재에 맞게 다소 변했다. 그렇다면 과거와 현재는 이제 상관이 없는 걸까. 2025년에 만들어진 무언가보다 1600년에 만들어진 무언가가 더 가치 있어 보이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 때문일까.

그 시절의 물건보다 지금의 물건이 더 정교할 것 같다. 하늘을 난다는데, 우주를 여행한다는데, 그럼에도 머나먼 과거에 만들어진 그 무엇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돌아갈 수 없음에서 오는 불가능한 무언가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까. 따라 하려고 해도 그만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 시절과 같은 모양에 같은 기와를 사용했지만, 어딘지 모를 익숙한 색감과 포장이 옛것의 기분을 망쳐놓는다.

떠난 사람과 감정. 눈에 보이는 저 기와집과 달리 보이지도 않는 것들, 그럼에도 돌아갈 수 없는 그 불가능한 무언가는 어떻게 모방할까.

그리운 마음이 들어 돌아가고 싶더라도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것. 새롭게 그려봐도 지금의 색이 너무 짙어서 항상 익숙하다.

너무 쉽게 떠나버린 과거와 그렇게 놓아준 것들 속에서 그들을 처음 만난 그날로 돌아가고 싶다.

익숙함보다 신기함이 많았던 시절. 엄마 손 잡고 석수역 앞에서 자동차를 구경하던 그때처럼.

지나간 모든 것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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