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절하게 기도해 본다.
해 질 녘 짙은 노을 앞에 서서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민다. 모래시계 속 모래는 잘록한 허리를 타고 쌓이고 또 쌓인다. 그 흐름이 바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나만 멈춰 선 채로 노을 앞에 서니. 지나는 그림자 모두 바삐 걷고 있었다.
그럼에도 모래알을 타고 그 그림자와 함께 길을 떠나고 있노라면 나 혼자만 편히 살아가는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먼지 쌓인 책을 한 장 넘기면서 그래, 남들처럼 나도 새로운 길로 떠나보자.
노을 속에 허리를 굽힐지라도 당당한 그림자 만들어보자 했거늘.
뭐가 그리 어려워 연필조차 들지 못하고 있는지. 귀찮은 건지 두려운 건지 모를 감정 앞에서 노을은 자꾸만 더 짙어져 간다.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한 걸음.
이제 바뀌어야지.
이제 바뀌어야지.
오늘 하루도 그렇게 흘렀지만 그래서 노을이 짙다 못해 검어지고 있지만. 검은 밤하늘에 뜬 별 하나라도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과를 바라면서 사니 어렵다지만. 결과를 좇아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다 할 결과가 없을 도전을 누가 하고 싶겠는가.
청춘에 도전하라지만. 젊은 패기로 살라지만.
그 시간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결국 현실과 악수를 하는 수밖에.
아버지와 함께 올림픽대로 위 육교를 걸으면서 외쳤던 말들로
"우리 아쉽지는 않게 살아보자."
세상을 호령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나 당당하게 그 꿈 안고 살아갈 텐데.
바삐 걷는 사람들 사이로 나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걸 좇고 있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제는 원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기를
나는 간절하게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