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0대, 굿 굿바이!

by 최삼숙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연말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해가 바뀌면 (6월까지 좀 남았지만!) 더 이상 변명의 여지 없이 빼박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게 되는 이 시점에 10년 전에도 그러하였듯 자연스레 지난 10년을 반추하게 된다.


사주팔자의 여덟 글자가 나와 완전히 동일한 고려시대 어떤 장수는 (기승전 사주 토크 어쩔수가 없다) 내가 지나온 이 10년 대운과 같은 대운 시기에 전쟁에 나가 죽었다고 한다. 나는 전쟁터에서 살아 남았다.


나의 30대를 논하려면 빼놓을수 없는 소중한 나의 벗, 나의 은중 K. 하늘도 양심이 있는지 나에게 온갖 시련과 고난을 어이가 없을 만큼 연이어 주면서 너도 함께 보내 주었다. 짙은 심연으로 침전할 때마다 너는 어디서든 달려와 내 손을 잡아 주고 나를 안아주었어. 저 멀리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을때도 랜선으로 너는 나를 살렸다. 너는 내 친구이자 언니였고 때론 엄마였어(엄마 미안).


”너는 네가 가진 이 모든 것들이 없더라도, 너란 사람 그 자체만으로도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야. 그걸 잊으면 안돼“


너의 그 편지를 바로 손이 닿는 책상 첫번째 서랍에 넣어두고 셀 수 없이 꺼내 읽으며 울었는데(근데 편지를 대체 왜 롯백상품권 봉투에 넣어서 준 것인지 첨엔 위로금인 줄 알고 설렘). 이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 되었다(쓰다 보니 공개 구혼처럼 되어 가고 있는데 우린… 다음 생에 함께 해ㅋㅋㅋ).


끝이 보이지 않던 긴 터널도 나름의 어떠한 의미로 남았다. 일상의 무탈함은 지루함이 아니라 평온함이라는 것, 인생은 결국 타이밍이고 그것은 인간의 노력이나 의지와는 무관하다는 것, 그래서 안 될 땐 그저 받아 들이고, 될 땐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서 온 마음을 다해 누리면 된다는 것, 행복이란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이야기하고, 걷고, 맛있는걸 먹는게 전부라는 것, 다 필요 없고 내 맴이 편한게 최고라는 것, 귀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나의 징징과 넋두리를 들어주고 주기적으로 나의 생사(?)를 확인하는 다정한 이들이 늘 주변에 있었기에 사실은 복된 시간이었다는 것.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었다.


누구나 피상적으로 아는 보편적인 진리를 온전히 깨달으려면 보편적이지 않은 일들을 겪어야 한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평범한 삶이란 사무치게 소중하고 귀한 것임을 지난 시간이 없었다면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지만, 청춘이 지나고 사랑이 흘러간 다음에야 비로소 그것의 가치를 알게 되는 것처럼. 하여 어쩌면 이게 다 하늘의 빅픽처일 수도, 나의 모든 시간은 처음부터 지금을 향해 가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


인생의 고통에도 총량의 법칙이 적용된다면 앞으로는 예상치 못할 만큼의 기쁨과 즐거움과 신나는 일들과 가끔은 행운까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무차별적으로 나를 폭격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이상으로 나의 30대를 떠나 보내며,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나아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나의 다음 10년을 기대하며,


웰컴 2026! 모두 해피뉴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