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너에게서 나를 본다

by 유리담

어릴 때부터 유독 호랑이가 좋았다.
‘우리 민족의 기상’ 같은 교육 때문도 아니었다.
이유를 설명하기 힘든 끌림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추상적이지 않은, 아주 분명한 감정이었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싫어하던 동물원을 다니게 되었고,
그곳에서 시베리아호랑이를 알게 됐다.
열악한 환경에서 제 힘을 다 펼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작지만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마음 때문에 시간 될 때면 나는 그들을 보러 간다.

그 과정에서 나에게 자문이 많았다.
‘나는 왜 이 세계에서 이러고 있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깨달았다.
호랑이의 습성이 나와 닮았다는 걸.

독립적이고, 자유를 지향하며, 스스로를 지키는 존재.
가진 힘을 절제하면서도 위협 앞에서는 물러서지 않는 존재.
이유 없는 공격은 하지 않고, 자기 질서를 아는 존재.
호랑이 앞에 서면 나는 조용히 인사를 건넨다.
내 한 부분을 마주하는 기분으로.

나는 영화 **〈대호〉**를 참 좋아한다.
몇 번을 봤는지 모른다.
볼 때마다 새롭고,
주인공과 호랑이가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는 장면들은
이상할 만큼 깊은 공명을 일으켰다.

특히 마지막, 절벽에서 함께 뛰어내리는 장면에서는
오열하며 봤다.
그 강렬한 감정이 어디서 온 건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나에게 호랑이는
어쩌면 또 다른 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야생성이 강한 그들에게
나는 계속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나에게 돌아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