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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영 Dec 29. 2021

<오늘의 법칙>-로버트 그린



[<오늘의 법칙>- 로버트 그린 지음, 노승영 옮김,까치글방펴냄,2021 




지금까지 여러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서 살아왔는데 많은 책을 읽었어도 어떤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꿔주는 책은 사실 생각보다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지난 2020년 3월에 읽었던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은 사람의 심리와 본성에 대해서 상당히 다른 접근과 통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고 그래서 공들여 읽은 후  사람들에게 추천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대부분 다 가지고 있는데 <유혹의 기술>을 제외하고는 다른 책은 마음만 먹고 다 읽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까치글방에서 로버트 그린의 신작 <오늘의 법칙> 발간 소식을 전해주시며  책도 보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즐겁게 읽었다. 

책의 구성은 작가인 로버트 그린이 지금까지 쓴 5권의 책과 집필 중인 책, 그리고 지난 몇 년간의 인터뷰와 강연 블로그나 온라인 에세이에서 쓰고 말한 내용들 중 추려내어 편집한 형식이다. 하루에 한 꼭지씩 읽을 수 있도록 총 365개의 글이 있고 달마다 제목과 주제가 있다. 권력,설득,전략,숙달,인간본성이라는, 저자가 오랫동안 연구하고 파고든 주제들을 통해 현실을 제대로 대면하고 사람과 사건을 명확하게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여진 것. 언뜻 보면 시중에서 난립하고 있는 자기 계발서와 크게 다른 게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로버트 그린이 말하고 있는 것은 흔한 다른 작가들의 말과는 좀 결이 다른 지점이 있다. 

이를테면 

이 작가는 인간의 본성에 사랑이나, 고귀한 가치, 숭고한 이념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그런 성자 같은 모습으로는 세상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잘못된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다고 가차 없이 말한다. 학벌이나 인맥이 미래 성공의 열쇠라고 믿고 모든 사람이 평등한데다  위계질서는 구닥다리 과거의 유물이라고 생각하며 창의성이야말로 타고난 천부적인 재능이라고 믿지만 이런 것은 사실과는 좀 동떨어져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사람들을 대할 때도 우리가 선의를 갖고 대하면 상대도 거기에 걸맞은 신뢰로 화답할 거라고 기대하고,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이 우리가 잘 되길 바랄 거라고 철석같이 믿지만 이것도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 

이런 것들은 전부 실제의 직장이나 관계에서 마주치는 현실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인간 본성이 뭔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권력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어떻게 해야 혼자 힘으로 세상과 사람을 정확히  파악을 하고, 감정적 낭비를 줄이는 가운데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진짜 원하는 본질적인 것을 찾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다른 자기 계발서와 차별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어두운 측면이라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매우 뼈아픈 지점. 그래서 참 귀찮고 하기 싫은 작업이긴 하지만 나 자신을 직면해서 들여다보면서 나에게도 이런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역설적으로 타인으로 인해  데미지도 덜 입게 되고 질척거리는 감정의 늪에서도 헤어 나올 수 있다는 것. 더군다나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우리를 크게 위험에 빠트리는 것은 나 자신이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들을 한눈에 분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는 것. 오히려 자신이 무지하고 사람들을 제대로 판단 못한다는, 타고난 편견을 가졌다는 가정에서 출발해야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사람은 대체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매우 과대평가를 하고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내가 만나는 타인들이 나랑 비슷하거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동참해 줄 거라고 기대하지 말라, 그런 기대를 없애는 것이 마음을 열고 보는 거라고 이야기할 때는 조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왜냐 너무 맞는 말이라서.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권력의 속성이나, 사람들을 매혹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같은  내용들도  많아서 직장 생활을 하는 분들이나 아니면 선거에 출마하시려는 정치 지망생, 혹은 그분들의  언론 대응팀이나 아니면  마케팅하시는 분들이 읽으시면 꽤나 실질적인 도움을 얻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좀 더 깊이 들어가려면 이  <오늘의 법칙>에 인용된 로버트 그린의 전작들인  <권력의 법칙>이나 <유혹의 기술>,<전쟁의 기술>,<인간 본성의 법칙>같은 책을 읽어보시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는 하다. 저자가 역사나 전쟁사에 대한 지식이 매우 해박하셔서 역사 안에서 벌어졌던 구체적인 사례들을 읽는 것만으로 매우 재미있기도 하고 말이다. 

이제 실질적으로는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치열하게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아이들 키우는 주부의 입장에서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사람들은 많은 것을 잊는다. 그러나 모욕당한 것은 절대 잊지 않는다."라는 구절이었다. 

맞다. 사랑받았던 것도 잊고 도움을 주고받았던 것도 잊어버리고 싸웠던 것도 왜 그랬는지 세월이 흐르면 다 잊게 되어서 가물가물하지만 자존심을  크게 다치고 모욕을 당했던 기억은 결코 잊히지 않는 것 같다.

아이들을 야단치거나 훈육을 할 때 어느 정도는 애들에게 물러설 퇴로를 만들어줘야 하는 것과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아이의 인격을 마구 밟는 것과 같은 언행은 아이의 마음속에 평생 모멸감으로 남겨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입장에서 매우 조심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로버트 그린의 책들 중 정수만을 뽑아 놓은 걸 힘들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저자의 바람대로 일종의 성장소설이라 생각하고 매일 한꼭지씩 읽으면서 한 해를 보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12월 챕터에서는 죽음에 대한 성찰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가 본인이 <인간 본성의 법칙>을 탈고하고 나서 두 달쯤 뒤에 심장발작으로 인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고.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마비되었던 왼쪽 몸이 돌아오기까지는 거의 두 달이 걸렸다고 하는데 그때의 경험이 삶에서의 소소한 것들조차 매우 강렬한 인상으로 남게 되었다는 고백이 기억에 남는다.  삶은 유한하고 정해진 끝이 있으며 나에게 그 끝이 언제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생에서 반짝 빛나는 어떤 성취를 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뿐인 나의 삶을 제대로,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지침들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에게도 기꺼운 마음으로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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