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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영 Nov 17. 2021

<크래프톤 웨이>

성공을 위한 정답은 없다 


<크래프톤 웨이> - 이기문지음, 김영사 펴냄, 2021



우리나라에서 최고 수준의 공대를 나왔고 이미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 성공한 사람과 엔씨소프트 대표 pc게임인 리니지 2 제작을 이끈 스타 제작자가 만났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창업에 동참한 이들도 게임업계에서는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MMORPG의 명가를 만들어보자는 비전을 가지고 게임업계에 뛰어든다. 환상적인 인력풀과 넉넉해 보이는 투자금으로 시작, 누가 봐도 성공이 보장되어 있을 것 같던 이 회사는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망하고 또 망하고 실패하고 또 실패한다. 540페이지쯤 되는 책의 분량에서 그 유명한 배틀그라운드의 제작과 성공은 거의 끝부분에서나 나온다. 임직원 모두가 함께 비전을 공유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도 아닌 것 같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을 안 한건 아니지만 오랫동안 어려움에 봉착하다 보니 직원 상호 간이나 경영진 내부에서도 이견과 충돌도 잦았던 것 같고, 그래서 회사가 말라죽기 직전에 간신히 배그가 대박을 쳐서 최고의 게임회사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인데 왜 크래프톤의 창업자는 회사의 10년 치 내부 이메일을 공개하면서까지 이 실패의 기록들을 남기려고 했던 것일까. 





6명의 공동창업인 중 하나인 장병규 의장은 책의 맺음말에 이런 말을 썼다.

"대중은 성공만을 기억하고 역사는 사후적으로 해석되기 짙다(p.539)"고. 배그가 큰 성공을 거두었으니 그 10년 동안 해왔던 무수한 실패도 다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라고 포장할 수도 있었겠지만 오히려 책의 내용을 읽다 보면 어떤 사업에 있어서도 그것을 성공하기 위한 정답이라는 것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내부적인 오판과 흑역사까지도 다 공개함으로써 이 기업의 이야기가 그저 그런 기업의 성공스토리와는 굉장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게임을 좋아하지도 않고, 거의 하지도 않는다. 그렇다 보니 그 업계가 어떠한 방식으로 일을 하고 게임을 출시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몰랐었는데 업계 내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듣는 것 같아 그것도 매우 흥미롭기는 했다.(어떤 업종의 내부이야기들 듣거나 알게 되는 걸 정말 좋아하기도 해서)  이 책을 읽으신 다른 분들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여러 업계에서 이런 식의 이야기들이 계속 나온다면 굉장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 게임의 재미를 규정하는 지점도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것이기도 한데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재미있다고 생각하게끔 해야 하는 게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최우선일 텐데 사람마다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도 다르고 다르게 분포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통의 재미 감각을 끌어올리는 예술(p.28)"이라고 생각하고 과업에 임하는 것이 개발자들의 숙명이자 역량이라는 것. 




이미 여러 기업에서 필독서로 지정하여 사원들에게 읽으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페이스북에서도 페친님들 사이에서 칭찬이 많은 책이라 호기심에 읽어봤는데 글을 정리하신 이기문 기자님이 상당히 가독성 좋게 잘 쓰셔서 매우 잘 읽힌다. 개인적으로 스타트업 기업들의 업무강도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 게임 개발자들의 업무강도는 정말이지 대단한 듯. 오래전 일이지만 내가 다녔던 마지막 직장에서 밥먹듯이 야근하고 12시 넘겨 퇴근하던 일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비전이니 그런 말들 약간 촌스럽다 생각하는 편이지만, 어떤 일을 해낸다는 것과  그리고 그걸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실패를 해도  또다시 다른 길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읽는다는것은 뭐랄까. 가슴이 꽉 차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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