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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비행기 Sep 10. 2020

제주의 돌

흑백의 제주, 열여덟


사람들이 제주에 정착하기 전부터 터를 잡아온 존재, 돌.


우둘투둘한 모양에 구멍이 숭숭 나 있어, 어찌 보면 못나게 보이지만 제주를 온전히 담아낸 형상이기도 하다.


거친 바람을 품어내고, 세찬 파도를 담담하게 견뎌내기도 했다. 


어쩌면 제주를 가장 잘 아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가장 하찮게 발로 채이는 존재로 추락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돌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무너지고 치워져버린 돌들만 더 자주 보일 뿐이다.


제주에 사는 사람들이 제주에 오랫동안 살아왔던 돌을 내치고 있다.


어쩌면 우리도 언젠가는 돌과 같은 신세가 되지 않을지...


다만 쓰러져고 다시 일으켜 세우고, 부서져도 모래로 남아 존재의 이유가 명확한 돌만 같아도 그리 나쁘지 않을 거 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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