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제주, 스물
포구는 오늘도 잠잠하다.
아주 오래 전에는 거센 파도를 맞서는 최전선이었던 곳이다.
지금은 저 멀리 거대한 방파제와 가스기지들이 들어서면서, 바다가 아닌 아스팔트로 둘러진 형상이다.
이곳에서 바다로 나갈 길은 있다. 그러나 이곳에 들어온 바닷물은 바다로 나가기 어렵다.
파아란 물결로 들어와 초록의 힘 없는 물로 변해간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태평양을 꿈꾸었겠지만
누군가는 이곳에서 옛모습을 그리워 했으리라.
(애월리 포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