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이비행기 Sep 15. 2020

제주와 제비

흑백의 제주, 스물하나

이맘때쯤 제주를 찾아오는 나그네들이다.


사람들은 반가워하면서도 다가가진 못 한다. 행여나 내 몸에, 내 차에 저들의 분비물이 묻어나지 않을까 염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전선과 그 주변 하늘을 까맣게 뒤덮는 모습만으로도 몸을 부르르 떨기도 한다.


지금은 전선을 임시 거처로 이용하지만, 이 자리에는 원래 저들의 자리가 있었을 터.


어쩜 두려운 건 우리가 아니라, 터전을 잃어버린 저들이 아닐까?


불안한 날갯짓으로 원래 있었던 자신의 터전을 지켜보려는 저들의 용기.


어쩌면 우리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가는 게 아닐까?


모든 것을 빼앗겼지만 이 땅에서 사람들과 공존하려고 애쓰는 비행기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겹만 벗겨져도 온몸을 불태울 고압선을 꽉 붙든 저들의 발이 눈길을 끄는 지금이다.


(애월리에서..)

작가의 이전글 제주의 포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