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제주, 서른다섯
제주는 서서히 귤빛으로 물드는 계절이 다가왔다.
농가에서는 서서히 출하 준비를 하고,
제주 전체가 새콤한 향으로 뒤덮여나갈 것이다.
한때는 대학나무라 하여, 자식들 대학까지는 책임졌던 감귤.
이제는 붙들수록 돈만 더 나가고, 버리자니 함께한 세월이 너무 오래라 그럴 수도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젠 제주도뿐만 아니라 한반도 남부지역에서도 감귤과 한라봉을 재배할 수 있게 되었으니.
거기다 수입산 오렌지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기만 한다.
그럼에도 감귤은 올해도 그 모습 그대로 노오랗게 물들어간다.
오렌지,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온갖 새로운 것들이 자리를 탐내지만
귤 그 자체를 대체할 수 없음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그럼에도 귤은 매년 제주에서 사라지고 있다.
어쩌면 그리 머잖은 미래에 귤의 계절은 추억 속 하나로 남아있을지도.
추억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