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려다가 키즈카페에 갇혔다!

소설을 쓰고 싶은 소설가

by 종이비행기

우리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스타벅스보다 키즈카페를 더 자주 갔다.

같은 곳은 질릴까 봐 매번 새로운 키즈카페를 찾아다녔다.


어떤 곳은 트램펄린만 있는 곳,
떤 곳은 미끄럼틀이 크고,
또 어떤 곳은 볼풀장이 잘 구성되어 있었다.

잘만 하면, 딸이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동안
나에게 짧은 휴식 시간이 주어지기도 했다.


몇 년간 키즈카페를 다니다 보니 나름대로 데이터가 쌓였다.

규모가 작고 낯선 동네에 있는 곳일수록 딸이 어울릴 친구를 만나기 어렵다.
결국, 내가 같이 놀아줘야 하고 어디 앉아 있기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대형 키즈카페!

끝이 안 보일 만큼 넓은 공간,
다양한 놀이기구, 부모님들이 쉴 공간과 아이들 놀 공간이 구분된 구조.

CCTV까지 설치되어 있어 멀리서도 아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볼 수 있는,
이보다 완벽할 수 없는 장소였다.

부모 휴게 공간은 식당 테이블을 겸하고 있어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구석에서 슬며시 노트북을 열었다.
진짜... 소설을 쓰자!


일단 딸과 함께 볼풀장, 인형놀이, 미끄럼틀, 터치팡팡까지 한 바퀴 돌았다.

마침 근처에서 만난 또래 친구랑도 마음이 맞는지 잘 어울려 노는 것 같았다. 나는 얼른 구석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드디어, 소설의 첫 문장을 쓰려는 순간.

“아빠~~~!!”

저 멀리서 공주옷을 입고 검까지 든 딸이 등장했다.
함께 놀던 친구도 곁에 있었다. 일단 반가운 척 인사를 했고,

“잘 놀고 있어~” 하고 다시 돌아섰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세계에 호출당하고 말았다.

내 역할은, 괴수.

그들이 만든 세계에서 나는 괴수가 되어 키즈카페 곳곳을 쫓아다녀야 했다.
공간은 넓었고 끝에서 끝까지 뛰다 보니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정작 우리 딸은 숨 넘어가게 웃으며 공까지 던져대며 계속 같이 놀자고 했다.



소설을 쓰려다가 소설 속 괴수가 되어 키즈카페를 누볐고,
어느새 나는 주변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공공의 괴수가 되어 볼풀 속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그 와중에— 문득 생각났다.

“키즈카페를 무대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쓰면 재밌겠는데...?”

하지만, 몰려드는 아이들의 공세 속에 그 구상도 공중분해되고 말았다.



아... 소설 써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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