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와 함께하는 작가의 마음
라디오 원고 대부분은 작가가 직접 쓴다. 하지만 특정 코너는 게스트가 직접 원고를 준비한다. 게스트를 모시는 이유는 그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청취자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인터넷 검색으로 얻을 수 있는 수준이라면 굳이 게스트가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섭외 과정에서 먼저 검증이 이뤄진다. 저서, 방송이나 강의 경력, 기고문 등을 확인하고,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한다. 주제와 소재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지만, 방송의 방향과 흐름은 결국 작가가 조율한다.
대부분의 게스트는 본인의 전문성을 살려 원고를 잘 준비해온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예전에 한 경제 전문가를 섭외했는데, 질문을 어떻게 짜야 할지 모르겠다며 질문을 대신 써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도와주었지만, 결국은 상식 수준의 내용만 반복됐다. 나중에는 오히려 내가 준비한 질문과 예시 답변을 읽는 게 방송의 전부가 되었다. 전문성이 드러나기는커녕, 오히려 부족함이 드러난 사례였다.
또 한 번은 마을의 요직을 맡은 분을 섭외했는데, 본인은 원고를 전혀 쓸 수 없다며 작가가 대신 다 써 주면 출연하겠다고 했다. 결국 출연은 무산됐다.
대부분의 게스트는 성실히 준비해 오고 방송과 오래 인연을 이어간다. 내가 일하는 프로그램에서 가장 오래된 게스트는 벌써 5년째 함께하고 있다. 전문성과 방송 능력을 믿을 수 있기에 개편 때마다 계속 부탁을 드릴 수 있었다.
방송에서 게스트와 가장 밀접하게 소통하는 건 작가다. 그렇다고 원고를 대신 써 주는 건 아니다. 다만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방송이 유익하고 즐거워질 수 있도록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협력하는 존재일 뿐이다.
게스트도 프로그램의 중요한 일원이다. 그래서 이번 주도, 어떻게 하면 게스트와 함께 더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속에 원고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