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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작가의 오해와 진실 (7)

섭외를 마음대로 한다??

by 종이비행기

얼마 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지인이었다.

“저기, 방송 출연할 수 있을까요?”

새로 사업체를 차렸으니 홍보차 출연하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죄송하지만 어렵다고 말씀드리자, 섭섭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작가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출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모든 프로그램의 최종 책임자는 PD다. PD조차도 편성제작국장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누구 하나 잠시 출연하는 일에도 보이지 않게 많은 절차와 서류가 따라온다.


아는 사람이라고 무조건 섭외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프로그램에 맞아야 하고, 시기와 명분이 분명해야 한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대상자를 추천하거나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천'일 뿐이다.


섭외 과정에는 보이지 않는 검증도 많다.
정말 주제에 적합한 사람인지, 말을 잘할 수 있는지, 다른 방송 경험은 있는지, 사회적 물의는 없었는지… 여러 단계를 거친 후에야 연락을 드린다. 그리고 연락한다고 해서 상대가 반드시 응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몇 명은 예비 후보로 확보해둬야 한다.


“안녕하세요, ○○ 프로그램 담당 작가입니다. 이번 방송에 모시고 싶습니다.”

이 한마디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탐색, 회의, 보고, 검증, 연락처 확보… 수차례 과정을 거쳐야만 나올 수 있는 말이다.


누군가 부탁한다고 해서 작가가 바로 출연을 시켜줄 수는 없다. 무엇보다 프로그램과 전혀 연관이 없다면, 빌 게이츠가 온다 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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