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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작가의 오해와 진실 (6)

무조건 막내에서 메인으로 성장한다?

by 종이비행기

방송작가라고 하면 흔히 메인작가, 서브작가, 막내작가 체계를 떠올린다.


서울의 유명 방송사라면 그런 구조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방이나 소규모 방송사는 다르다.

지금 내가 일하는 곳만 해도 프로그램당 작가는 1명뿐이다.
막내부터 서브, 메인이 나눠서 할 일을 혼자서 다 감당한다.


도제식 훈련이나 경험을 기대한다면 오히려 접는 게 낫다.

내가 처음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 받은 건, 기존 작가가 남겨둔 일주일치 원고와 방송 녹음본이 전부였다.

방송작가 일을 아예 처음 시작하는 상황이라, 다른 프로그램 원고 몇 개를 더 구해본 게 다였다.


자료를 어떻게 조사하는지, 섭외처를 어떻게 찾는지, 오프닝부터 전체 원고를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다. 시중에 나온 방송작가 관련 책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매일 방송국에 일찍 나가 다른 프로그램의 원고를 쓰레기통에서 주워다 보기도 했다. 담당 피디에게 원고를 검토받고, 수정을 거듭하며 조금씩 나만의 틀과 방식을 만들어나갔다.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작가마다 문서의 틀, 스타일이 다르다. 규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작진이 확인하기 좋고 진행자가 읽기 편하면 된다. 결국 알아서 길을 찾아야 했다.


내가 다니는 방송국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른 방송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방송국은 작가가 수습 기간을 거쳐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일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메인작가’처럼 제 몫을 다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막내도 서브도 아닌 시작과 동시에 메인 같은 막내급 메인이 되어 여기까지 왔다.


지금 나는 막내인가 서브인가 메인인가 여전히 구별되지 않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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