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익숙한 일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
매일 마주하는 피디와 MC, 기술감독, 방송지원국 직원들, 출입구에서 인사를 건네는 경비 아저씨 뿐만 아니라 고정 게스트, 가끔 모시는 게스트, 문자로 참여하는 청취자, 듣기만 하는 청취자도 있다.
오래 곁에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떠나버린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만 해도 그렇다. 피디는 1~2년에 한 번씩 바뀌고, MC도 지금까지 세 명이나 떠났다. 게스트들은 개편을 기점으로 사라진다. 정이 좀 들려 하면 각자의 이유로 떠나간다.
그래서일까, 어떤 사람들은 방송국이 사람 들이고 내보내는 걸 되게 쉽게 여긴다고 생각한다. 사람 귀한 줄 모르는 방송국것들이라고도 하지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으나 꼭 그렇지도 않다.
다른 지역으로 간 피디나 기술감독에게는 가끔 귤 한 박스를 보내기도 한다. 큰 의미보다는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작은 고마움의 표시다. 일을 그만둔 분들에게는 생일이나 명절 때 카톡을 주고받는다. SNS에서 좋아요와 댓글로 안부를 대신하기도 한다. 게스트들한테도 마찬가지로 가게를 하고 있으면 일부러 한 번 찾아가서 팔아주기도 하고, 안부를 묻기도 한다. 타방송사 프로그램에도 추천을 하기도 하고. 한 번 만난 인연들은 가늘고 길게 잘 보이지 않게 도와주려고 내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인연은 아예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가기도 한다. 평일 프로그램 초창기에 함께했던 한 남자 MC. 너무 힘들어서 내가 방송국을 떠나려 할 만큼 갈등이 컸던 사람이었다. 결국 그분이 먼저 그만두었고, 나중에 큰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랫동안 미움만 남아 있던 내 마음에, 괜스레 미안함이 밀려왔다. 돌이켜보면 그분도 방송을 잘해내고 싶은 열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제는 편성제작국 국장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오늘 담당 피디를 통해 부고장도 확인했다. 올해 부임해서 불과 지난주에도 이야기를 나눴던 분이라 더욱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이별은 익숙해질 수가 없다.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괜히 한 번이라도 더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지 못했나 괜한 자책도 들기도 한다.
라디오를 하면서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겪는다.
하지만 이별은 무뎌지지도, 익숙해지지도 않는다.
알게 모르게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일, 그것도 라디오 작가의 또 다른 얼굴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이별이 다가올까, 문득 마음이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