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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소비자학자 Feb 20. 2018

언제 이렇게

얼마 전 슈가맨을 보다가 유희ㅇㅕㄹ씨가 48살이라는 얘기를 듣고 완전 놀랬다.

정말 너무 충격받아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식탁에 앉아 있던 남편에게 달려가(진짜 1미터 남짓한 거리를 달/려갔다!)

"선배 같기만 하던 사람이 40대 후반이라니..!!!" 하고 소리치는 짦은 순간에 깨달은 게

우리도 둘 다 벌써 40이 다 넘었다는 사실이었다. 나도 마흔 하나고, 남편도, Aㅏ... 마흔 ㅅ... (어물어물)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어버렸지.

그동안 뭐 한거지

뭐 이런 전형적이고 흔한 회한(..)들이 머릿속을 휙휙 지나가는 와중에


또 깨달은 것 하나는,

남편이랑 나랑 실은, 서로의 인생에서, 그닥 오랜 시기를 보내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자기야 우리가 언제 이렇게 됐지?' 하는 문장만 보면, 한 7년쯤 사귀고, 결혼한지 8년쯤 되어서, 둘이 만난지 10년은 훌쩍 넘어 20년을 달려갈 것 같은 뉘앙스지만.

우린 이제 만난지 4년 2개월이 되었을 뿐이다.

다시 한 번 반복한다.

처음으로 만.난.지 4년 쫌 넘었다. 

살아온 세월의 10% 정도를 함께 했을 뿐이니, 뭐, 책으로 치면 미리보기 정도 분량(...........) 이라서,

'언제 이렇게' 같은 부사는 엄밀하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위 40대 후반 되신 분도 요즘이야 소속사 사장으로 예능 활동에 매진중이실 뿐이라, 음악하는 ㅇㅕㄹ 선배(ㅋ)의 활동은 우리가 서로 모르던 시절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어렸을 적 얘기들을 소소하게 많이 얘기해서 훤히 꿰거나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일단 자라온 지역도 전혀 달랐고, 대학도 다른 도시의 대학을 다녀서, 공간의 추억조차 공유가 안됨.


그럼에도 부부라는 게 참 신기한 게, 

진짜 말 그대로 살을 맞대고 함께 살고 있고, 

별 일 없는 한 앞으로도 이 상황이 변하지 않을 꺼라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보니

"현재"에 얽매이는 인간의 특성상, 진짜 삶을 함께 해온 것만 같게 느껴진다.


언젠가는 진짜로 '언제 이렇게 우리가 늙어버렸지?' 하고 돌아보면, 진짜 같이 살아온 세월이 기이일어져 있을텐데.

그때는 어떤 기분이 들려나, 궁금해진다.


#올만에남편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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