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디스오더〉
‘포식 동물의 감각은 밤에 활성화된다’는 원칙에 따라 야간에만 학생들을 교육하는 한 학교. 학생들은 엄격한 감독하에 다가올 시험을 준비하는 중이다. 어려움에 빠진 아버지에 보탬이 되려면 꼭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가우디는 친구들을 모아 부정행위를 모의하는 과정에서 학교의 놀라운 비밀을 발견한다.
학교가 건강한 시민 양성을 위한 교육 기관보다 출세‧성공 학원에 더 가까운 사회라면, 학교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위한 좋은 배경이 되어준다. 몽골의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디스오더〉는 ‘학교’라는 공간적 설정과 몇몇 반전 요소를 활용해 학교가 위계화된 사회를 유지하는 제도적 장치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질문한다. 학원 장르물에 익숙한 한국 관객에게는 다소 성겨 보일 수도 있는 영화다. 하지만 ‘외부’를 상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완전한 균열만 반복하는 현 상황에 대한 통찰은 장르물의 재미와 더불어 우리의 현 상황에 대한 시의적절한 개입이 될 수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