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브@8PM〉 리뷰
저녁 여덟 시면 지하의 연습실에 모이는 사람들. 모두 퀴어고 춤을 좋아하는 이들은 ‘언니네트워크’ 소모임에서 출발한 댄스팀 ‘큐캔디’ 멤버들이다. 영화는 큐캔디 멤버 3인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큐캔디에 구성원들의 어떤 욕망이 담겼는지와 큐캔디가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해왔는지를 살핀다.
먼저 이안의 서사. 도심 공항에서 보안 검색 감독관으로 일하는 그녀는 ‘여자에게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춤을 시작했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는 않는다. 어릴 적 소꿉놀이에서 당연히 ‘아빠’ 역할을 할 거라 기대했으나 친구들의 거부로 그러지 못한 이안은 춤을 통해 여러 표현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큐캔디의 선곡 회의는 멤버들이 무대 위에서 ‘되고’, ‘보이고’ 싶은 모습에 관한 회의다. ‘부치는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나타난 존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이안은 위트가 깃든 당당함으로 일상을 살아간다.
돌은 암석을 공부하는 박사 과정생이다. 젠더화된 학계에서 돌이 겪는 어려움은 상당하지만 그 어려움보다 암석을 향한 돌의 사랑이 더 크다. 연구실, 산(돌을 채취하기 위한), 연습실을 배경으로 하는 일상의 비주얼 격차가 재미를 자아내기도 한다. 암석학자와 춤이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두 세계 모두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돌은 우리가 모두 여러 세계에 걸쳐 있는 존재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마지막은 김유스다. 언젠가 서울에 와서 장애인들의 투쟁을 보고 충격을 받은 그녀는 자신도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장애 인권 활동가의 길을 걸었다. 김유스에게 춤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아들을 원하던 집의 막내딸로 태어나 할머니에게 학대당한 그녀의 몸은 오랫동안 움츠러든 상태였다. 춤은 그런 몸을 다시 바깥으로 뻗어가게 해줬다. 몸이 에너지가 뻗치는 방향을 바꾼 것이다.
춤은 이들에게 일상을 살아갈 용기와 에너지를 준다. 여러 투쟁 현장에서 공연하며 연대 의식을 키우는 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이들은 춤을 사랑하지만 춤으로는 횡단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는 점도 안다. 이들의 몸짓은 역동적이지만 많은 경우 이들을 가두고자 하는 벽이 더 단단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춤을 멈출 순 없다. 큐캔디 멤버들이 지금 이대로 나이 들어 춤추는 퀴어 노인이 될지, 춤을 한때의 즐거운 기억으로만 기억할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저녁 여덟 시, 큐캔디가 춤을 춘다는 사실이다. 그들을 즐겁게 하고, 연대 현장의 관객을 즐겁게 하는 큐캔디의 춤이 오래도록 이어지면 좋겠다.
*제23회 한국퀴어영화제 온라인 상영관에서 관람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