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결산(영화제 13개, 책 73권, 영화 342편)

2025년 콘텐츠 결산

by rewr

2025년 콘텐츠 결산.


영화제 13개, 책 73권, 영화/드라마 342편.


영화제는 작년보다 좀 더 부지런히 다녔다.

영화/드라마는 얼추 작년과 비슷하게 본 것 같다.

책은 작년보다 더 많이 읽고 싶었는데, 독서하는 시간이 패턴처럼 정해져 있다 보니 늘리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번외로, 출판 편집자로서 올해 만들고 기획한 책도 적어두었다.


책과 영화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삶, 적당히 만족스럽다.

성공한 덕후, 혹은 지팔지꼰의 삶!



차례


-올해 참석한 영화제

-올해의 해외영화/드라마 top 10

-올해의 한국영화/드라마 top 10

-올해의 옛날영화 top 10

-올해의 책 top 10


번외 1. 올해 만든 책

번외 2. 내년에 나올 책




올해 참석한 영화제


-브루노 뒤몽 특별전(서울아트시네마)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2025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서울아트시네마)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사후 50주기 특별전(서울아트시네마)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25 시네바캉스 서울(서울아트시네마)

-제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8회 서울동물영화제

-제15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제2회 서울아트하우스영화제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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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화제 달력의 시작, 전주! / 2025 서울아트시네마 회원의 밤


전주랑 부천, DMZ는 기자 초청 여부와 상관 없이 앞으로도 계속 다닐 것 같다.

세 영화제에는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영화적 경험이 있다.

그게 정말 고유하고, 그래서 좋다.


여성영화제랑 프라이드영화제는 참석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다른 영화제보다 훨씬 더 강렬한 옆자리 관객과의 유대, 연대감 때문이려나.


환경영화제와 동물영화제의 흐름도 계속 놓치기 않고 따라 가고 싶다.


서울아트시네마 관객회원은 등록하길 정말 잘했다.

덕분에 옛날 영화 맘껏 보러 다녔다.

집이 가까웠으면 더 자주 다녔을 거 같은데, 그게 좀 아쉽다.

이런 저런 기획 좀 앞으로도 자주 해주시라.

(장 주네 특별전 제발..!)



올해의 해외영화/드라마 top 10


common.jpg?type=w1 〈에밀리아 페레즈〉 스틸

메모리

과장된 구석이 있는 걸 알지만, 미셸 프랑코의 이야기는 황홀할 정도로 매혹적일 때가 있다.


에밀리아 페레즈

자크 오디아르의 영화를 보면 '극적이다'라는 게 무슨 말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소년의 시간

이 드라마에서 다룬 몇몇 문제는 앞으로 수십 년간 전 세계의 손꼽히는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혹평을 듣고 방심한 채로 아무 기대 없이 봤는데, 루미가 최후의 저항가(?)를 부를 때 진짜 마음속으로 오열했다..


왼손잡이 소녀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있는 그대로의 활기와 그로 인해 새롭게 배열되는 삶, 세계, 가능성의 성좌.


내 말 좀 들어줘

‘화가 난 흑인 여성’에 대한 내밀하고도 정치적이며 사실적인 탐구.


노스페라투

100년 전에 나온 동명의 영화에 대한 완벽한 동시대적 오마주. 메시지 설계가 기가 막히다.


올파의 딸들

튀니지의 한 가족 이야기를 통해 극우라는 ‘늑대’에게 잡아먹힌 청년, 심지어 여성 청년의 문제를 다룬 수작.


기차의 꿈

모든 것을 파괴하는 문명의 시계를 되돌리는 남성 서사. 쇠와 불에서 물과 나무로의 여정.


니캡

음악으로 저항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못된 쾌감에 몸이 들끓는다.




올해의 한국영화/드라마 top 10


common_(1).jpg?type=w1 〈지난 여름〉 스틸


지난 여름

발톱을 깎는 민우에게 내리쬐는 햇빛의 온기와 그 장면의 구도는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다웠다.


3학년 2학기

천막〉, 〈휴가〉의 이란희 감독이 마침내 도달한 곳, 노동하는 청년들의 얼굴.


세계의 주인

장르 불문, 어린이 청소년과 작업하는 사람들은 윤가은의 영화를 정전으로 읽어야 한다.


가끔은 여정이 아름답기도 하다

소수자성과 그로 인한 비극에 함몰되지 않는 이야기에 관한 가장 근사한 참조점이 되어줄 영화.


은중과 상연

내밀한 친밀성과 공적 이슈를 넘나들며 무척이나 오랫동안 기억될 두 여자의 이름, 은중과 상연.


1980 사북

피해와 가해의 뒤얽힘, 용서와 화해의 어려움, 폭력과 저항의 지난함에 관한 묵직한 질문들.


굿뉴스

냉전기 리얼리티에 대한 최상급 블랙코미디. 변성현 감독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너와 나의 5분

만듦새의 허술함과 감정선의 과잉이 아쉽다. 그러나 내겐 퀴어 정치의 함의와 딜레마를 포착한 굉장히 의미심장한 영화로 읽혔다.


3670

소재주의와 신파를 뛰어넘어 동시대 퀴어의 ‘서사 없음’을 파고든다.


에스퍼의 빛

청소년·X·자캐 커뮤니티·TRPG의 결합이 세계의 틈새를 벌려내는 과정이 인상적인 실험적 괴작.




올해의 옛날영화 top 10


common_(2).jpg?type=w1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스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압도적 하남자를 연기하는 말론 브란도가 얼마나 미치도록 섹시하던지…….


남국재견

전반적으로 지루한 느낌도 있지만 모든 게 고꾸라지는 엔딩 장면은 지독하게 강렬했다. 허우 샤오시엔의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그 장면이 생각난다.


펑쿠이에서 온 소년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를 볼 때마다 소마이 신지 재개봉 열풍에 시큰둥해진다.


봉인된 땅

〈잔느 딜망〉을 연성케 하는, 이란 여성 영화의 숨겨진 걸작.


녹색 광선

자기가 만든 폐쇄적인 감옥에 갇힌 사람들에게 전하는 근사한 위로. 숨통이 트인다.


귀부인과 승무원

〈슬픔의 삼각형〉이 오마주한 작품. 물질적 조건 그 이상으로서 계급 역학에 관한 코미디.


하녀

‘한강의 기적’ 이면의 득시글거리는 불안을 포착해, 중산층 가정의 안온한 이상을 ‘쥐새끼’처럼 내파한다.


최후의 증인

하드보일드 누아르로 그려낸 열전熱戰과 냉전 사이의 한국 사회.


분노의 날

마녀라는 낙인의 폭력성과 전복성을 동시에 통찰하는 칼 드레이어의 1943년 작품.


맘마 로마

룸펜 프롤레타리아를 위한 파솔리니의 애가哀歌. 그의 예술적 지향을 극적으로 응축한 작품.




올해의 책 top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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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된 폰 호르바트, 《우리 시대의 아이

세계대전 직전의 청년 루저 남성성과 2025년의 청년 루저 남성성이 어찌나 똑닮았는지, 등골이 서늘해졌다.


제임스 볼드윈, 《조반니의 방

왜 이 책을 이제야 읽었을까. 위대한 퀴어/게이 문학. 미칠 듯 혼란스럽고 울렁이는 소설.


리처드 세넷, 《계급의 숨은 상처

능력주의가 횡행하는 한, 이 책의 수명은 끝나지 않을 것.


앤절라 네이글, 《인싸를 죽여라

미국 극우 커뮤니티의 태동에 관한 대단히 흥미진진한 탐구서. 무엇보다, 끝내주게 재밌다.


아미아 스리니바산, 《섹스할 권리

피메일스》가 퀴어 이론을 다시금 급진화한다면, 이 책은 제2물결 페미니즘을 다시금 급진화해 동시대 페미니즘의 난국을 돌파한다.


애나 펀더, 《조지 오웰 뒤에서

나의 영웅이자,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작품을 찾아 읽은 첫 작가 조지 오웰이 어떻게 '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에 관한 페미니즘 관점의 첨예한, 정말로 첨예한 고발.


옌롄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발가벗은 두 남녀가 욕망, 사랑, 감정의 격정적 휘말림으로 '혁명'을 모욕한다. 그것도 관능적으로.


주디스 버틀러,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

도대체 어쩌다 세계가 이렇게 된 걸까. 읽는 내내 마음속에서 피눈물이 났다. 이 책의 서문은 모두가 읽어야 한다.


토리 피터스, 《디트랜지션, 베이비

퀴어 가족을 꾸리는 이야기는 지루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복잡한 트랜스 욕망과 섹슈얼리티는 적나라할 정도로 솔직해서 페미니즘의 '상식'을 뒤집는다.


조지프 오스먼슨,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

HIV, 코로나, 섹스, 돌봄을 잇는 퀴어의 역사,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지적 에세이.




번외 1. 올해 만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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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권이 있으나, 순전히 애정순으로 3권만 뽑아보았음.


장 주네, 《장미의 기적

장 주네 책이 내 손을 거쳐 국내 독자에게 소개된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좀 벅차오른다..


리처드 세넷, 《계급의 숨은 상처

편집자로서 이런 책을 기획하고 만든 것만으로도 올해 제 몫은 한 듯싶다.


이디스 워튼, 《피난처

짧은데, 깊고, 기묘한 여운을 남긴다. 종종 가만히 이 책의 여운을 곱씹는다.




번외 2. 내년에 나올 책


편집자로서, 내가 올해 어떤 책을 기획했는지를 정리해두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간략하게 정리.

제발 무탈히 내년에 잘 출간되기를!

저역자 선생님들, 저와 약속한 마감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키보드를 두드려주세요~~~



외서

▶이안 부루마가 쓴 스피노자 전기. '저자', '작가' 호칭이 너무 가벼워진 요즘, 이안 부루마 같은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인문 저자라 할 만하다.


▶리처드 세넷의 또 다른 책 하나 오퍼 넣어둠. 도대체 결과 언제 나옴..? 세넷 에이전시 돈 안 벌 거임..?


▶하긴.. 오퍼 넣은 지 2년 됐는데도 결과 안 나온 앤소니 기든스 책도 있다..ㅎ 사실상 포기 상태.


▶낙인을 다룬 어빙 고프먼의 사회학 고전. 요즘 더 읽힐 만한 주제라 기대 중!



국내서

▶ㅈㅈㅇ 선생님 단행본! ㅈㅈㅇ 쌤과 작업하는 건 내 오랜 출판 버킷리스트 중 하나.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ㅇㅎㅈ 작가 단행본.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인상적으로 써내는 젊은 작가라 기대 중.


▶언젠가 우연히 본 영화로 크게 감동받은 ㅇㅁㅊ 감독님의 단행본. 10여 년간 같은 문제의식으로 세 편의 영화를 작업하신 분의 깊이가 잘 우러나도록 만들어볼 예정.


▶거절당했으나 내년 초에 다시 책 내자고 조를 예정인 마르크스주의자 작가님 한 분 계심.


올해는 달에 세네 권씩 세계문학선을 리뉴얼해서 매우매우 정신이 없었다.

죽을 맛이었다.

그 와중에도 하반기에는 국내 작가 기획을 좀 해보려 노력했는데,

결과는 아쉬움과 보람이 반반.


그나저나 이 회사에서 과연 퀴어/페미니즘 도서는 언제쯤 만들 수 있을까 싶다.

너무 답답하고 짜증이 날 때가 있다..

빡침과 '그저 웃지요'의 무한 루픟ㅎㅎㅎㅎ

생각하니까 또 빡친다...


생각을 그만하도록 하자..



순전히 셀프 기록용으로 시작한 블로그였으나,

어느새 정말 많은 양의 글이 쌓였다.

책과 영화를 매개해 내게 쌓이고 있는 이 시간이 최종적으로 무엇이 될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그 시간이 쌓이고 있다는 느낌 자체를 즐기려 한다.

앞으로도 깨작깨작 꾸준히, 게걸스럽게 읽고 볼 예정.

책도 열심히 만들 예정.


올해 결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