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림 홈〉
“미친 도시에 살려면 도시보다 미쳐야 한다.” 2010년에 제작된 잔혹한 고어물 〈드림 홈〉이 지금 다시 개봉해 관객을 만난다는 게 얄궂다. 2007년 홍콩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은 이 영화는 아파트를 향한 우리의 욕망이 얼마나 기괴하고 비틀린 것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최근 한국영화 중에서도 ‘아파트 공화국’에 관한 비판적 성찰을 담은 영화가 여럿 있었지만, 오래전 만들어진 이 영화는 다른 영화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과격함으로 그 욕망을 까발린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이 영화의 압권은 누가 뭐래도 잔혹한 살인 장면이다. 주인공 ‘라이’는 거침이 없다. 경비원, 임신한 부부와 외국인 가사 노동자, 마약과 술‧섹스가 어우러진 파티를 즐기는 중인 젊은 남녀, 심지어 두 명의 경찰까지. 라이는 이 모두를 죽이는 데 아무런 거침이 없다. 그 수단과 방법이 충격적이고 엽기적이지만 아무 상관 없다. 그래야만 라이가 꿈의 아파트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는 바다가 보이는 고급 아파트에 들어가는 게 평생의 꿈이다. 영화는 라이의 살인 장면과 그녀가 왜 고급 아파트를 욕망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과거 장면을 교차해 배치한다. 잔혹한 살인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재개발 업자에게 쫓겨난 이웃에 대한 기억을 비롯해 할아버지를 위한 소박한 마음까지. 아파트를 열망하는 사람 모두가 그러하듯, 라이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서민 가정 출신의 도시 노동자 라이가 고급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라이는 몸을 갈아 넣고, 영혼을 끌어모은다. 평생을 빚에 시달릴 각오를 하고, 심지어 병약한 아버지(그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폐병을 얻었다)를 죽게 내버려 두어 사망 보험금까지 챙겨 간신히 비용을 마련한다. 하지만 계약 직전 터무니없이 가격을 올려버린 집주인 앞에서 절망한다. 이제 잔혹한 살인의 개연성이 ‘완성’된다.
살인 사건 후, 집값은 폭락하고 라이는 원하는 가격에 집을 산다. 이제 ‘꿈’이 펼쳐질 일만 남았다. 그러나 이제 해는 2008년. 미국에서 날아온 서브프라임 사태를 소개하는 건조한 라디오 뉴스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라이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폭주했는지를 조소하는 듯하다. 살인 장면의 충격 때문인지, 이 장면의 쓰릿함은 배가된다.
모두의 욕망이 수렴하지만 실제 가치는 제대로 질문되지 않는 곳, 아파트. 라이가 살인에 쓰는 ‘열정’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면 어떤 일이 가능했을지 가만히 생각해본다. 집을 빼앗긴 이웃들과 연대해 싸움을 이어 나갔다면, 자기 욕망을 조정해 ‘소박한’ 삶에 만족했다면……. 그러나 불필요한 가정이다. 아파트는 누군가의 모든 에너지를 흡수하고 그 외부를 상상하지 못하게끔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한 이 영화가, 16년 전에 날아와 지금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제43회 시체스영화제,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