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꾸미기의 정석

3 가지 요소

by 정상연

나에게 집은 엄청 소중한 공간이다.

흔히 집을 자산 혹은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나에게만큼은 집은 안식처이자 나의 정체성이 담겨있는 곳이다.


소중한 물건을 소중하게 가꾸듯이

집도 잘 꾸며야한다.

(요즘은 아파트 거주 인구가 많아서 적용하기 어려운 내용인데)

우선 집의 외관부터 잘 꾸며야한다.

나는 과거에 단독 주택에 살아서 집 외관 꾸미기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편이다.


가장 기본은 잡초 뽑기와 잔디깎기.

봄과 여름에는 진짜 뒤돌아서기 무섭게 잡초와 잔디가 자란다.


매일매일 잡초를 뽑는 사람은 제초제 사용에 대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

옆집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제초제 뿌려가며 우리집보다 더 예쁜 마당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면,

쪼그리고 앉아서 잡초 뽑는 본인이 조금은 한심해보인다.


하지만 케미컬로부터의 공격에서 자유롭게 지내고싶은 마음에

나는 10년 넘도록 우직하게 손수 잡초를 뽑았다.

최대한 잔디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조심 잡초를 뽑고 나면 이제 기계로 풍성한 잔디 잎사귀를 밀어준다.


여기에 나무 가지치기, 지붕 배수관에 쌓인 낙엽 치우기, 데크나 건물 외벽에 코팅제 입히기 등등

집 밖을 열심히 꾸미는 데에는 정해진 끝이 없다.

맘 먹고 찾아보면 할 일 투성이다.


그렇게 집 밖을 열심히 꾸몄다 하더라도

집의 내부 공간이 삭막하거나 촌스러우면 그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다.

바깥 공간과는 다른 접근법으로 내부를 또 꾸며야한다.


인테리어의 핵심은 조명이다.

샛노란 색부터 하얀 형광색까지 이어지는 색온도 중에서

가구 및 공간과 잘 어울리는 조명을 골라야한다.

요즘은 색깔과 조도를 리모컨으로 조절할 수 있는 '디밍'제품도 많이 나와있어서

분위기를 상황에 따라 바꿔서 연출하기 쉽다.


거기에다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가구를 배치하고

최신 성능의 가전제품을 투박해 보이지 않도록 설치하려다보면

정말 머리가 아프다.


여기서 미적 추구와 생활의 실용성 사이에서 줄다리기 싸움을 해야한다.

주방을 낭만적으로 만들고 싶다고해서 노란 조명을 설치하면

식재료의 상태나 음식의 굽기 정도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접 생활하는 사람의 패턴을 고려하며 집 안을 꾸며야 한다.


집 외관과 내부까지 꾸미기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요소 한 가지가 남아있다.

바로 가족의 화목이다.


아무리 크고 아름답고 최신의 시설을 갖춘 집일지라도

그 안에서 사랑과 웃음이 피어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영화에서도 많이 나오지 않던가.

화려한 성에서 고독을 느끼는 공주의 모습 말이다.


나는 비련의 공주님들이 사는 집에 여러 번 방문해보았다.

차가운 가족 관계가 만들어낸 냉기가

거실 벽난로를 꺼트리고, 더 나아가 마당에 잔디를 병들게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집들은 전혀 멋져보이지 않았다.


반면 화목한 가정이 사는 집에 가보면

마당에 아빠가 만들어준 흔들의자에 엉덩이 부위가 유독 닳아있고,

거실의 쇼파는 가족이 최대한 가까이 앉아있을 수 있도록 배치되어있다.

정이 깃든 미묘한 흔적들로부터 집 꾸미기가 최종적으로 완성이 되는 것이다.


집의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 그리고 구성원까지 3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지는

아름다운 집을 찾기가 요즘은 참 어려운 것 같다.

돈 들어갈 데가 많고 정신없이 바쁜 오늘날

우리는 적어도 어느 하나는 포기한 채로 집을 꾸미는 듯하다.


그래도 화목한 가정만큼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어떨까?

오늘 퇴근길에 가족들을 위한 순대 한 봉지 사들고가시길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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