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황제들(小皇帝)....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3편 Beijing-11)

by SALT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Beijing



11. 작은 황제들(小皇帝)....


영어로 'Macau' 또는 'Macao'라고 표기되는 도시 이름은 마카오에 있는 한 사원 '마조각(媽祖閣)' 에서 유래되었다. 16세기 마카오에 도착한 포르투갈인들이 현지인에게 그곳 지명을 물었는데, 마침 그들의 주변에 있었던 유명한 사원 '마조각(媽祖閣)'의 이름을 묻는 것으로 현지인이 오해해 'MaKok(媽閣)'이라고 답변을 했고, 이를 그 지역 전체의 지명으로 포르투갈인들이 받아들이면서 그 지명이 유럽에 전파되었다 한다.


홍콩법인 근무 시절인 2011년이었는데, 마카오에서 법인 내부 회의를 마치고 홍콩으로 돌아오기 전 시간 여유가 좀 있어서 이 '마조각(媽祖閣)'이라는 사원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사진) 호텔에서 마조각까지 걸어갈 때 마주친 마카오의 꽤 낡고 오래된 골목길 모습. 카지노가 가득한 지역과는 달리 건물들이 너무도 낡아 있었다.

사진) 마조각 사원 입구 모습. 워낙 유명한 곳이라 관광객도 많았는데, 대부분은 중국 본토에서 사람들이었다.


마조각 사원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특이한 상징물이 있어 가까이 가서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가 다가오더니 자신이 그 상징물 앞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니 비키라는 것이었다.


난 처음에는 내가 중국어 실력이 낮아서 그 아이가 말하는 것을 잘 못 알아들은 줄로 알았다. 그런데 다시 말하는 것을 들어 보니 전혀 아니었다. 생면부지의 어린아이가 너무나도 당당하고 천진난만하게 먼저 와서 관람하는 내게 비키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나는 당연히 어이가 없었다. 먼저 온 사람이 관람을 하고 있는 중임에도 기다릴 생각은 전혀 없었고, 그저 자신이 그 상징물 앞에서 사진 찍고 싶으니 얼른 비키라는 명령이었다.


말투로 봐서 중국 본토에서 온 관광객 자녀라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는데, 더 황당한 것은 사진기를 들고 뒤편에 서 있던 그 아이 엄마로 보이는 사람도 그처럼 무례한 장면을 보면서도 아이를 말리거나 버릇없다고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 같았고, 오히려 그 아이의 그런 행동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는 듯 만면에 미소를 짓고 웃고만 있었다. 그런 엄마의 행동을 보니 그 아이가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언제나 허용되는 환경에서 자라왔던 것이다.


물론 중국 본토에서 관광 온 사람 모두가 다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홍콩과 마카오에서 너무나도 자주 마주치게 되는 일부 중국 본토 관광객들의 안하무인적인 행동은 이미 익히 알려진 실정이라, 그들과의 분쟁에 얽히기 싫어 나는 아무 말없이 그 아이의 명령(?)대로 그 자리에서 비켜났다.


하지만 그간 소문으로만 간혹 듣던 중국 신세대의 버릇없는 행동을 처음으로 직접 겪어보니 꽤나 불쾌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한국에도 X 세대, 386 세대, N포 세대, MZ 세대 등 출생한 시기별 세대의 특징을 나타내는 다양한 용어가 있는 것처럼 중국에도 역시 각 세대의 특징을 표현하는 용어가 있다.


그리고 한국 경우 70~80년대 경제 급성장과 함께 사회가 급변하여 이후 세대별 특징이 과거 대비해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 역시 개혁개방 정책 도입 이후 중국 경제가 연평균 10% 이상 급성장하는 상황이 한동안 지속되면서, 한국보다 더 짧은 기간에 더 큰 사회적 변화를 겪었고 그런 면에서 한국보다 중국의 세대별 특성이 더욱 극명하게 되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80년대에 출생한 사람들을 중국에서는 '빠링호우(80後)' 세대라 부른다. '80년대 세대'라는 의미다. 이 세대도 다른 세대처럼 여러 가지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지만 특히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른 특징이 하나 있는데, 바로 가구당 출산할 수 있는 자녀 수를 제한하는 정책이 적용된 첫 세대였다.


그런데 당시 추진된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은 다소 과격해서 가구당 오직 단 한 명의 자녀 만을 허용하는 것으로 정책이 수립되었고, 그 정책의 집행도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보다는 처벌 위주로 진행되어 위반 시에는 소득이나 지역에 따라서 다르기는 했지만 '사회부양비'라는 명목으로써 부부의 연간 합산 소득의 3~4배를 벌금처럼 강제로 징구했다. 연봉액이 5천만 원이면 1.5억~ 2억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는 말이다.


'붉은 수수밭'이라는 작품으로 꽤 유명한 중국의 영화감독 '장이머우(張藝謀)'도 아이 3명을 낳았다는 사실이 적발돼 한화 기준 약 12억 5,500만 원이나 되는 벌금을 지불했다 한다. 2012년 기준 이렇게 징수된 사회부양비 총액이 무려 3조 원이 넘었다고 하니 그만큼 중국은 철저하게 산아 제한 정책을 추진하려 했던 셈이고, 그 결과 실제 중국의 수많은 가정들은 오직 한 자녀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즉 이후에 태어난 중국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독자로 자라야만 했던 셈이다.


(중국의 과거 산아제한 정책 및 벌금 관련 기사)

https://news.joins.com/article/21389798


하지만 1979년부터 도입된 이 정책은 점차 중국의 저출산, 노령화 현상이 심각해지는 문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2016년 1월에 약 36년 만에 폐지되었다.




한편 이 '빠링호우(80後)'세대뿐 아니라 그 이후에 태어난 1990년대생(90後), 2000년대생(00後) 등 독자로 자란 모든 세대를 통칭하여 하나의 명칭으로 부르는 경우도 또한 있는데, 바로 '작은 황제'라는 의미의 '시아오황띠(小皇帝, 소황제)'라는 명칭이다.


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야만 했던 부모 세대와는 달리 이 소황제 세대는 중국 개혁개방 정책 결실을 본격적으로 향유하기 시작한 세대이면서, 또 독자로 자라다 보니 부모의 관심과 경제적 지원도 모두 독차지하고 자라 각 가정에서 거의 황제와 같은 대접을 받으며 살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아울러 황제처럼 대우를 받으며 자라서 그런지 이 '소황제' 세대는 자기밖에 모르는 세대로도 유명한데 이 세대의 그런 사고방식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2010년 10월 중국에서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바 있다.


베이징에 인접한 허베이성(河北省)의 바오딩시(保定市)에 있는 허베이대학에서 독일제 외제 차에 여자 친구를 태우고 기숙사에 바래다주던 22살 '리치밍(李启铭)'이라는 젊은 학생이 교내에서 길을 걷던 두 명의 여학생을 차로 치어 한 명은 사망하고 한 명은 다리가 골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학생은 이처럼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음에도 이후 아무런 후속조치도 취하지 않고 놀랍게도 차를 계속 운전해 여자 친구를 기숙사에 바래다줬고, 이후 대학 경비인력들이 자신을 잡으려 하자 "내가 누군지 알고 있냐? 내 아버지가 이강(李刚)이다"라고 소리치며 오히려 경비인력을 협박한 것이었다.


실제 그의 아버지 '이강(李刚)'은 바오딩시 경찰서의 고위 간부로 밝혀졌는데, 자신의 아버지가 경찰 고위 간부이니 아무도 자신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믿고 그러한 언행을 했던 것이다.


그만큼 중국 특권 계층의 부패가 심각했다는 말인데, 이에 격분한 중국인들이 이 사건을 인터넷 등을 통해서 전파하기 시작하면서 이 문제는 중국 전역으로 퍼져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었고,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언론 통제에도 불구하고 확산되는 것을 막지 못해 결국에는 경찰 고위 간부 '이강'이 직접 CCTV에 출연해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하기도 해야 했다.


한편으로는 가해자 측은 돈으로 사건을 무마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유야무야 넘어가기에는 이미 건은 너무 큰 사회적 이슈가 되어 버렸고, 결국에는 '리치밍'이 체포되고 6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종결되었다.


("내 아버지가 이강이다" 관련 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12/0002137177?sid=101


이 사건으로 소황제 세대라 불리는 중국 신세대 젊은이들의 사고방식 현주소와 중국이 당면한 사회 문제가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계기가 되었는데, 사실 중국은 유물론을 신봉하는 공산주의 국가로 세상의 근본은 물질이라는 유물론 교육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으니 그러한 교육 속에서 자란 중국 청소년들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 갈지는 애당초 너무도 명약관화했던 것 아닌지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마카오에서 만난 어린아이의 안하무인적이고 비사회적인 행동에 대해서 아무런 가르침도 주지 않고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는 듯이 웃고만 있었던 그 엄마의 방관이 결국 시간이 지나면 사람을 죽이고도 "내가 누군데 감히 날 건드려?"라고 말하는 그런 '괴물'과 같은 존재로 그 아이를 교육시키고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80년대 이후 즉, 소황제 세대뿐 아니라, 1945년 2차 대전 이후 중국 본토에서의 교육은 철저히 잘못됐다고 개탄하는 홍콩의 거래선 사장이 있었다.


2차 대전 이후면 중국 본토가 본격적으로 공산화된 시점과 일치하는 것이니 결국 간접적으로 유물론을 바탕으로 하는 공산주의 체제하의 인성 교육을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인데 리치민 교통사고 사례나, 마카오에서 만난 어린아이 사례로 봐도 그 사장의 말에 상당 부분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사실 한국에서의 교육 현실 또한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우리의 현실을 놓아두고 이웃 중국의 문제에 대해서만 언급을 하는 것이 그다지 편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너무 오래전 일이지만 지금도 기억이 나는 일인데, 중학생 시절 여름 방학에 학교 뒷마당에 있는 테니스장에서 친구와 테니스를 치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테니스 복장을 꽤 멋지게 차려입은 어떤 교사가 친구들과 나타나더니 대뜸 "야, 너희들이 뭔데 여기서 테니스를 쳐? 건방진 놈들, 빨리 나가!"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를 내쫓고는 그들이 우리 대신 그곳에서 테니스를 쳤다.


우리들은 당시 한마디 말도 못 하고 화들짝 놀라 마치 무슨 죄를 지은 사람처럼 바로 쫓겨났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좀 많이 이상했다. 우리는 그 학교의 학생이었고 당시에는 '월사금'이라 불리던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의 학비까지 매달 꼬박꼬박 학교에 납부해야 했는데, 일부나마 그러한 돈으로 학교가 운영되고 교사의 월급이 지불되던 실정에서 우리가 왜 우리 학교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치다가 욕까지 먹으며 쫓겨나야 했는지....


물론 오랜 세월이 지난 요즘에는 당연히 이렇게 막무가내로 말하는 교사는 이제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아직 여전히 이와 유사한 관행을 교육 현장에서 보게 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모든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간혹 거리를 걷다 보면 학교 주변에 학생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자전거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학교 밖에 자전거를 세워 놓으니 도난의 염려도 있었겠지만 좁은 인도로 오가는 행인들도 나름 불편했다. 그런데 교정 안에는 자전거는 단 한 대도 없었던 대신 교직원들이 타고 다니는 자가용들은 운동장 한편에 즐비하게 주차돼 있었다.

사진) 교직원 차량은 교정에 주차되어 있는 반면, 학생들의 자전거는 학교 담 외부 인도에 방치돼 있는 모습


아마도 안전이나 공간 제약 등을 이유로 학교에서 자전거의 교내 출입을 금지시킨 것 같은데, 위험성 측면에서 본다면 자전거보다 자동차가 더 위험할 것 같고, 공간상의 제약이 문제였다면 자동차 한 대 주차할 공간이면 자전거 10대는 세워 놓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작은 자전거는 안되고 더 크고 더 위험한 자동차는 교내 출입이 허용되는 것은 왜 그런지 그 이유가 잘 이해가 안 되는 것 같다.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 학교 화장실은 요즘보다 더 많이 불결하고 허름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교직원은 별도의 전용 화장실을 사용해서 학생들이 겪는 그 불편함을 그대로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요즘에도 학교의 화장실 사용자 구분에 관련된 불만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모든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교직원 전용 화장실과 일반 학생들 화장실을 구분해 놓고서 학생들이 교직원 화장실은 사용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두 화장실 간 시설이나 유지관리 측면에서 차이가 꽤 많은 것이 여전히 현실인 것 같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인터넷에 올린 글에는 "사회에서도 계층별로 화장실을 따로 쓰는 거냐?"라고 묻는 글도 있다. 또 교직원 화장실에는 좌변기는 물론 비데까지도 설치되어 있는 반면, 학생용 화장실은 여전히 쭈그린 자세로 용변을 해결해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며 청결상태도 교직원 전용의 화장실과 달라서 몹시 불량해 화장실 가기가 부담스럽다는 불만도 많았다.


이러한 불만에 대해 학생들은 화장실 예절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이 교직원 전용 화장실이 필요하다는 어느 교사분의 말씀도 기사에 보면 있는데, 그렇다면 전철역이나 백화점 같은 곳들의 공공 화장실도 학생용만 별도로 만들어 둔 곳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경우는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철저한 계급 사회인 군대에도 계급별로 화장실을 구분하진 않는 것을 보면 학교에서 화장실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은 확실히 좀 이상하기는 한 것 같다. 언제나 강조되어 왔듯이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 같다.


(사회에서도 계층별로 화장실 사용하는지 묻는 학생 질문)

https://blog.naver.com/nshan77/220792117458


(교직원 화장실 사용한 학생 구타 관련 기사)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628500092&wlog_tag3=naver


(교사 전용 화장실 청소 관련 네이버 지식인 질문)

https://kin.naver.com/qna/detail.nhn?d1id=11&dirId=110307&docId=276448462&qb=7ZmU7J6l7IukIOq1kOyCrCDsoITsmqk=&enc=utf8&section=kin&rank=1&search_sort=0&spq=0


이런 학교에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최적의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사안들은 이 사회 도처에 산재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그래도 세월이 지나면 적어도 모순이 조금씩 줄어드는 방향으로 교육 환경과 시스템이 개선되어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살인을 저지르고도 "나의 아버지가 이강이다"라고 큰소리치는 리치밍이나, 먼저 온 사람보고 비키라고 말하는 그 중국 아이와 같은 황당하고 안타까운 '작은 황제들'이 이 세상에 넘쳐나지 않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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