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거리의 멋진 공간 (2-1)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3편 Beijing-12)

by SALT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Beijing



12. 베이징 거리의 멋진 공간 (2-1)


베이징과 인근에는 자금성, 만리장성, 천안문, 이화원, 천단 등 중국적 특색의 아름다움을 가진 유명한 명소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그런데 베이징에 거주하면서 이곳저곳 다니다가 보니 이처럼 잘 알려진 명소에서 느꼈던 것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너무도 평범한 곳에서 느끼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걸어서 출근하는 길에서그랬었고, 교회에 걸어가면서도 그랬다. 또 행사장이나 공항, 호텔 등 업무상으로 방문해야 했던 곳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 장면과 기억을 두고두고 오래 간직하기 위해 사진으로 찍어 두고는 했는데, 중국 이전 지역에 주재할 때 찍었던 사진들이 거의 모두 분실되었던 것과 다르게 다행히 중국에서 찍었던 그런 사진들은 대부분 남아 있어 요즘도 그때 그 사진을 보면 그 시절 베이징에서 느꼈던 감흥을 다시 느낄 수 있다.




사진) 베이징 중심가 광화교(光華橋)라는 다리 옆에 있던 건물. 주변의 현대식 신축 건물과 달리 시내 중심가에 전통 가옥 구조의 건물이 홀로 덜렁 남아 있었다.(2012. 11월)


베이징에 주재했던 2005~6년경에도 베이징 시내 건물은 이미 현대식 고층 건물들로 많이 바뀌었고 또 계속 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베이징 시내 군데군데에는 여전히 예전 중국의 전통가옥이나 1949년 설립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초기 건축된 듯한 낡은 건물들이 남아 있는 곳도 아직 일부 남아있었다. 물론 이러한 건물들도 2008년의 베이징 올림픽 전에 결국 대부분 사라졌고 또 이후에도 중국 경제 급성장과 함께 초고층 건물로 지속 대체되어 사라져 갔다.


하지만 위 사진에 보이는 건물처럼 올림픽이 끝난 시점이던 2012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건물도 있었는데, 이 건물은 홍콩에 주재할 때 베이징에 출장 와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된 건물이다. 당시 건물 곳곳에 짙은 먼지가 끼어 있었고 문에는 녹슬고 두터운 자물쇠가 채워져 있던 것으로 봐서 사용되던 건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건물 상단부에는 '홍등(紅燈)' 같은 것이 달려 있었는데, 그 등을 보고서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같은 제목의 영화 한 장면에 등장했었던 중국의 전통 붉은색 등이 연상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영화 '홍등' 소개 블로그)

https://m.blog.naver.com/danny9428/222271943010




사진) 시내 중심 고층 건물 사이 40~50년대를 상징하는 듯한 낡은 건물 (2007년 1월)


이 건물은 시아오윈루(霄云路)에 있던 현대자동차 빌딩의 근처에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역시 주변 건물은 모두 다 현대식 고층 건물로 바뀌었음에도 이 건물만 40~50년대의 과거 역사를 하고 있는 듯 홀로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하지만 베이징 시내 핵심 지역 부동산 가격이 10여 년 만에 20배 이상이나 급상승했다는 분석도 있으니 시내 한복판의 알짜배기 땅에 있었던 이러한 낡고 허름한 단층짜리 건물이 2008년의 베이징 올림픽을 지나서 현재까지도 남아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중국의 부동산 버블)

https://m.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202500190




사진) Westin 호텔 주변 신위엔지에(新源街) 인근 오래된 아파트 (2010년 12월)


홍콩이나 대만 주재 시, 베이징 출장 가게 되면 옌샤(燕莎) 백화점 근처에 있는 Westin Hotel (金茂威斯汀)에 숙박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이 호텔에서 조금만 서쪽으로 걸어가면 화려한 건물들로 가득한 대로변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신위엔지에(新源街, Xinyuan St.)라는 낡고 또 오래된 건물들이 많은 허름한 골목길이 나타난다.


이 거리에는 군데군데 작은 한국 식당이나 한국 옷 판다는 가게도 있었는데, 아침이나 저녁에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호텔에서 나와 이 거리를 천천히 걸으면서 그러한 가게들을 구경 다니곤 했었다. 이 아파트도 그렇게 배회하다 마주친 아파트인데,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들 사이로 보이는 모습이 마치 오래전 70년대 내가 살았던 이촌동 '공무원 아파트'를 다시 보는 것 같아 그 과거를 회상하며 찍어둔 것이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간판에는 일부 표면이 벗겨진 글자도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韩国专业(한국 전문)"라는 문구다. 문구 뒷부분이 잘려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한국 옷 전문' 그런 문구가 아니었다 싶다.


인터넷 지도 거리뷰를 보니 이 거리 또한 이젠 많이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그나마 베이징의 다른 지역보다는 그 변화 정도가 그다지 심하지 않은 곳도 일부 있어서 예전에 봤던 낮은 아파트나 단층 건물들을 여전히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물론 급변해가는 베이징 모습을 고려할 때 언제까지 과거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신위엔지에 인근 지역 최근 거리뷰)

https://j.map.baidu.com/da/v4CJ


사진) 1991년에 찍은 이촌동 공무원 아파트 모습. 공무원 아파트는 이 일대가 재건축되던 90년대 말 철거되었다.




사진) 베이징 외곽에 위치한 호텔 주변의 긴 담 그리고 그 주변의 햇살과 그림자 (2004년 7월)


베이징 주재원으로 부임하기 전 본사 근무 시절인 2004년 베이징에 출장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회의가 진행되었던 호텔 외곽 담장 사진인데, 대륙의 스케일을 웅변하는 듯한 너무도 긴 담벼락과 그 담벼락 주변의 아무도 없는 공간에 햇살과 그림자만이 가득한 모습이 나른하고 몽환적 느낌을 주는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던 기억이 있다.




사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뻗어 있는 도로와 도로 주변의 가로수 (2012년 11월)


주재원 전략회의가 진행되었던 베이징 인근 골프장 외곽의 도로 사진이다. 수 km에 달하는 도로 한 면이 온통 나무로 끊임없이 이어져 있어 마치 숲으로 만들어진 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각 지역에 흩어져 있던 주재원들이 전부 모여서 회의를 할 때는 대부분 회의 종료와 함께 같이 골프를 치던 것이 당시 관례였는데, 골프를 배우지 않아서 치지 못하던 나는 다른 주재원들이 골프 치는 시간에는 항상 이렇게 혼자서 골프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당시에는 그렇게 혼자 시간 보내기가 무료하기도 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그 덕에 중국의 골프장 주변 멋진 곳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위의 두 사진은 전혀 다른 계절에 찍은 사진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11월 16일과 17일, 흐린 날과 맑은 날 하루 차이로 같은 장소를 반대 방향에서 찍은 사진이다. 아래의 사진이 16일 사진인데 날이 흐려서 햇살도 적은 데다 또 역광으로 찍어 유독 어둡고 흐리게 보여 마치 전혀 다른 계절에 찍은 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 사진의 가로수 길을 보다 보니 1949년 제작된 흑백영화 '제3의 사나이' 마지막 장면 가로수 길이 연상되기도 했다.


(영화 제3의 사나이 마지막 장면, 01:46)

https://www.youtube.com/watch?v=_pV6zRGeeGM&list=PL2kvfuvvBkNfHnQiFjpZxGaM9UxDumD0_&index=19&t=0s




사진) 중국의 전통 양식으로 건축된 회랑과, 그 안의 햇살과 그림자 (2012년 11월)


이 사진도 위 사진과 같은 골프장 주변에서 찍은 사진이다. 역시 다른 주재원들은 골프 칠 때, 나 혼자서 골프장 주변을 배회하다 마주치게 된 건물이다. 조용하고도 한적한 공간에 위치한 무슨 사당 같은 느낌을 주는 건물이었는데, 이 건물 내부에는 아담한 정원도 있었고 나름 꽤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던 인상적인 건물이었다.


경사가 진 언덕 위에 세워진 건물이었는데,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올라가는 좁지만 중국적 멋이 물씬 풍기는 회랑에 내리쬐던 햇살과 그 햇살로 인한 그림자가 꽤 아름다웠다.



신설된 우리 부서가 해야 할 일들을 부서원 10여 명 전원이 모여 토론하기 위해서 1박 2일 과정으로 워크숍을 실시한 적이 있다. 그때 우리 부서 조선족 직원 중 공산당원이었던 직원이 베이징시 북쪽의 매우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위치한 '콴고우초대소(宽沟招待所)'라는 장소를 하나 추천해 줘서 그곳에서 워크숍을 실시했다.


동료 말에 의하면 이 초대소는 공산당원들이 매우 자주 이용하는 장소라 했는데, 중국에서는 엘리트 계층이라고 수 있는 공산당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이라서 그런지 꽤 관리가 잘 되어 있는 초대소였고, 내부 대나무 숲이나 전통 가옥뿐 아니라 서구식 건물 등 모두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사진) 콴고우초대소 이곳저곳의 모습. 나무와 호수와 숲이 가득한 공간이었고 특히 인적이 드문 산의 중턱에 위치하고 있어 그런지 공기가 너무도 았다. (2006년 10월)


사진) 콴고우초대소 내부 도로변의 대나무 숲. 우측으로는 벽돌로 된 전통 가옥도 보인다. (2006년 10월)


사진) 1일 차 회의를 마치고 다음날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산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할 때 찍은 사진. 우리들은 사진 왼쪽에 보이는 저 서구식 건물에서 숙박했다.


(콴고우초대소 소개 자료)

http://www.hrkg.net/main.asp




세월이 흐르면서 베이징도 이제는 과거와는 너무도 다르게 온통 초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도시로 바뀌어버려, 위 사진 속에 보이는 그런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은 이제는 베이징의 거리에서 더 이상 마주치기가 쉽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최신식 건물이 즐비한 최근의 베이징 모습)

1. https://www.tripsavvy.com/amazing-buildings-in-beijing-5072766

2. https://www.tellmechina.com/how-was-the-tallest-building-built-in-beijin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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