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거리의 멋진 공간 (2-2)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3편 Beijing-13)

by SALT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Beijing



13. 베이징 거리의 멋진 공간 (2-2)


베이징의 거리를 오고 가며 마주쳤던 평범한 공간들이지만 그래도 독특한 중국적인 멋을 느꼈던 곳의 사진들을 1 편에 이어 올린다.



사진) 베이징시 북부 라이광잉(來廣營)이라는 지역에 있던 벽돌담. 이 담 바로 앞에 내가 다니던 한인교회가 있었는데, 주일이면 이 담 앞 공터에 주차를 하고 예배를 보러 갔다. 이 사진도 주차된 차 안에서 찍은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담이지만 붉은 벽돌로 된 이 담을 볼 때마다 '마지막 황제'라는 영화에서 본 베이징의 오래된 담장들이 떠오르곤 했었다. 이 벽돌담도 그 영화에 등장했던 오래된 그 담들처럼 나름대로는 뭔가 깊은 사연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지....


무더위를 지나 담벼락에 내리쬐는 햇살이 서서히 따듯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던 2006년 10월 아침에 찍은 사진이다.




사진) 베이징 따산즈(大山子)라는 지역에 있는 공장 건물 모습 (2006년 5월)


역시 벽돌로 된 건물인데, 이 지역은 과거 공장단지가 있던 곳으로 이 사진 속 공장과 유사한 모습의 공장 건물들이 꽤 많이 근처에 밀집되어 있었다.


6.25 전쟁이 발발했던 1950년대 초에 이곳의 공장 단지가 형성되었다 하는데, 당시 공장 설계는 동독의 엔지니어들이 담당했었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의 공장 건물 내부를 보면 베이징에서 흔하게 접하는 그러한 중국풍과는 좀 다른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공간이 많았다.


군수물자를 생산하던 이 공장들의 생산시설은 세월이 흘러 모두 베이징 외곽의 공장으로 빠져나갔고 빈 건물들만 남게 되었는데, 그 빈 건물 공간 안에 이제는 다양한 예술품들이 채워지게 되었고 그 결과 이 일대는 이후 베이징의 명소로 탈바꿈하여 그 유명한 '798 예술구'라 불리게 되었다.


사진) 798 예술구 뒷골목의 허름한 건물. (2006년 5월)


'798 예술구' 지역이 원래 공장단지였으니 주변에는 공장 근로자들도 많이 거주했을 텐데, 50~60년대는 요즘과는 달리 중국이 몹시나 가난하던 시절이었던 만큼 근로자들은 공장 근처의 허름한 건물에서 여러 명이 함께 숙식을 하며 공동생활을 했었을 것이다. 기숙사처럼 보이는 이 사진에 보이는 허름한 건물도 그런 공간 중 하나가 아니었을지....


하지만 이 사진은 2008년 개최된 베이징 올림픽 2년 전에 찍은 사진이니 사진 속의 뒷골목 이 오래된 건물은 올림픽 준비로 실시됐던 여러 건의 재건축 사업과 함께, 그리고 또 798 예술구가 국제적인 명소로 부상하게 됨과 함께 아마도 이미 철거되었을 것 같다.


(798 예술구 소개 자료)

https://m.blog.naver.com/shensubin/221660332665




사진) 베이징 출장 시 Kerry Center(嘉里中心)란 호텔에 숙박 시 걸어서 출근하면서 찍은 베이징 거리의 아침 햇살 (2012년 12월)


베이징에 거주할 때도 매일 아침 회사까지 약 5km 거리를 걸어서 출근했지만, 이후 다른 지역에 주재하면서 베이징에 출장 갔을 때도 역시 호텔에서부터 회사까지는 마냥 걸어서 출근했다. 이 사진도 그때 걸어서 출근할 때 찍은 사진인데, 매섭게 추운 겨울 아침 육교 아래로 길게 들어오는 눈부신 아침 햇살과 그 햇살로 인해서 만들어진 거리의 그림자가 나름 꽤 인상적으로 느껴져 찍어둔 사진이다.



전 세계 여러 곳의 공항을 다녀 봤지만 베이징 3 공항만큼 아름다운 공항도 많이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영국의 설계 회사가 디자인했다는 이 공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대비하여 그 해 2월에 완공되었는데, 초기에는 이 3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가 그다지 많지 않아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공항 청사 내에 사람이 전혀 없는 공간이 꽤 많았다.


세계에서 가장 넓다고 알려진 공항인데, 그런 넓은 공항에 인적까지 드물다 보니 그런 적막함과 고요함 속에서 건물의 아름다움이 더욱 선명하게 나 같은 여행객들에게 전달되고 느껴질 수 있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사진) 3 공항 한 구석에 있는 의자들. 사방이 온통 유리로 되어 있어 내부로 햇살이 가득 들어온다 (2010년 12월)


사진) 제3공항의 긴 회랑이 유리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로 가득 찬 모습. (2012년 3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단 한 명의 사람도 볼 수 없는 이러한 공간에서 홀로 걷거나 혹은 조용히 청사 구석의 안락의자에 앉아 있으면, 항공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기도 전에 이미 번잡하고 시끄러운 베이징에서 벗어나서 미지의 나라 어느 휴양지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직장 생활 30여 년간 그리고 해외 주재 14년간 많은 공항을 다녔지만 사진 속 이 공항처럼 여행객이 없는 공간은 결코 본 적이 없다. 물론 이제는 이 3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도 초창기보다는 훨씬 늘어났을 것인바 이런 적막한 공간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사진) 3 공항 내부 이곳 저속의 모습.


아름답고 인상적인 디자인이라면 이탈리아나 프랑스, 독일 등을 떠올리곤 했는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아름다운 이 3 공항 공간들을 보니 이 공항을 설계했다는 영국의 디자인 실력도 의외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진) 3 공항 회랑 벽에 붙어 있던 그림과(위), 그 그림 중 학생들 모습이 있는 부분만 확대한 사진 (2010년 12월)


이 그림은 그저 평범하고 흔한 그림 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내게는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3 공항 회랑 벽에 붙어 있던 그림이다. 그림에 작가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아 누가 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이 그림은 공항 설계와는 다르게 중국인이 그렸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 그런 그림이었다.


대형 열기구가 떠있는 맑은 창공 아래 어린 학생들이 넓은 초원을 걸어서 학교로 가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이 그림은 보고 있다 보면 마치 뭔가를 말해 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사진 중앙의 붉은색 깃발에는 '희망 중학교(希望中学)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는데 어쩌면 희망에 대해서 말해 주고 있었던 건 아닐지....


수도 없이 베이징 공항 갈 때마다 이 그림에 끌려 적지 않은 시간 이 그림을 감상했었고, 그때마다 묘한 감흥을 느끼곤 했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다.




매년 말에는 중국 전 지역에 흩어져 있는 모든 법인의 모든 간부들이 연말 행사 겸 베이징에 모여서 1박 하며, 차년도 계획과 목표를 발표하고 식사도 같이 하는 것이 그 당시의 회사 관례였다.


그런데 현지인 포함해서 전 간부가 모두 참석하는 행사이다 보니 참여 인력이 천여 명에 달할 정도로 많아 그 많은 인력 모두를 수용할 호텔을 베이징 시내에서는 찾기가 어려웠고, 그러다 보니 결국 이 행사는 베이징시 중심에서는 꽤 많이 떨어진 외곽에 소재한 초대형 호텔에서 진행되곤 했었다.


그럴 때 우리가 자주 이용하던 호텔로는 '구화산장(九化山庄)'과 '천하제일성(天下第一城)' 두 곳이 있었는데 베이징 외곽에 있는 이 두 호텔의 가격이나 내부 숙박 시설 수준은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구화산장은 회의실 등 호텔 건물은 매우 웅장하고 컸지만 전체 단지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구화산장 모습)

http://www.yaokaihui.com/view/jiudian-86105256


반면, 천하제일성 경우 단지가 매우 넓었고 또 그 단지 내에 전통양식의 다양한 건축물과 호수까지 있어 호텔 주변 경치 측면에서는 구화산장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연말 행사도 천하제일성에서 좀 더 자주 진행되었던 것 같다.


사진) 천하제일성 대회의장 외부 모습. 사진 좌측 건물 안에 대회의장이 있는데, 대륙의 스케일을 과시하듯 대회의장 및 건물 전체 규모가 매우 넓었다. 폭이 너무 넓어서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끝이 안 보일 정도였다.


사진) 천하제일성은 단지가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그 성벽 내부에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건축물과 호수, 도로 등이 있었다. 행사 중에 틈틈이 산책할 때 찍은 사진인데, 너무 추운 한겨울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사람이 전혀 없다 (2013년 12월)


하지만 구화산장뿐 아니라 이 천하제일성도 결정적 단점이 있었는데, 두 호텔 모두 시내 중심에서는 너무 떨어진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호텔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나 방문할 만한 마땅한 곳이 전혀 없었다. 또 호텔 시설도 시내 중심에 있는 호텔들과 비교 시 꽤 열악해 오랜만에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에까지 출장을 와서 이처럼 외진 곳에서 숙박만 하고 돌아가기에는 뭔가 좀 아쉽고 부족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결국 나 역시도 그랬지만, 그래서 대다수 주재원들은 한 번 이곳에서 숙박해 그 답답함을 직접 체험한 이후에는 저녁에 행사가 끝나면 좀 늦고 멀더라도 베이징 시내로 들어와서, 시내에서 동료들과 술 한잔하거나 안마를 받는 등 베이징의 맛집과 밤문화를 만끽한 후 시내 중심가 호텔에서 숙박하고 다음날 이른 새벽에 서둘러서 다시 천하제일성으로 가고는 했었다.


사진) 천하제일성의 비슷한 장소를 2년여의 시간을 두고 찍은 사진. 위 사진이 2011년 12월, 아래 사진이 2년 뒤인 2013년 12월 사진인데 보는 것처럼 변한 것이 거의 없다.


베이징, 광저우, Taipei, Hong Kong 등 중화권 이 도시 저 도시에 약 9년 정도 주재 근무하는 동안에 거의 매년 12월 연말 행사 참석을 위해 이 천하제일성을 방문했었고 사진에 보이는 바로 저 거리 위를 산책하며 걸어 다녔다.


그 9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와 회사 동료들은 모두 나이도 들고, 주름살도 파이고, 머리카락도 흰머리가 부쩍 많아졌다. 하지만 천하제일성의 거리, 가로수, 호수, 건물, 성벽 등은 언제 봐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바뀐 것이 거의 없었다.


무생물은 변화가 없는데, 생물인 우리들은 그렇게 흘러가는 세월과 함께 변해가야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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