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법인은 홍콩섬의 Wan Chai(灣仔)라는 지역에 있는 Central Plaza(中環廣場) 빌딩에 있었다. 부임 초기에는 이 빌딩 33층 한 층만을 사무실로 사용했는데 2013년에는 43층까지도 추가로 임대해서 떨어진 두 개 층을 사무실로 사용했었다.
법인의 매출이 점차 늘어나고 또 그만큼 업무가 많아지면서 2009년 부임 당시 300여 명 수준이었던 직원이 2013년 경에는 500여 명 정도로 늘어나 사무 공간을 추가 임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사업이 부진해서매출이 줄어들어 인력을 축소해야 하는 경우에 처하게 되면 꽤 고통스러웠을 텐데, 다행히 운이 좋게도 홍콩 법인에서는 그와는 반대의 경우에 있었던 셈이다.
Central Plaza 빌딩은 1992년에 완공된 78층짜리 초고층 빌딩으로 이제는 홍콩에 이보다 더 높은 빌딩도 있지만, 이 빌딩이 완공될 당시만 해도 이 빌딩은 홍콩에서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108층 ICC 빌딩과 88층 IFC 빌딩에 이어서 이 빌딩이 홍콩에서는 3번째로 높은 빌딩이다.
사진) 중앙에 보이는 건물이 Central Plaza 빌딩. Wan Chai 시장에서 바라본 모습. (2009. 2월)
사진) Central Plaza 하단부 모습 (좌측 2011. 6월, 우측 2010. 5월)
법인 사무실이 있던 이 빌딩에 대해서는 수년간 그 안에서 근무하면서도 전혀 몰랐던 사실이 두 개나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이 빌딩 75층에 Sky City Church라 불리는 교회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사무용 빌딩의 꽤 높은 꼭대기 층에 교회가 있었던 것인데, 검색을 해 보면 이 교회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층에 있는교회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 교회의 예배에 직접 참석했던 적은 없었지만, 어쨌든 이 교회에서 예배를 보면 주변으로내려다 보이는경치는 정말 장관이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빌딩의 최상층에 전망대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본사에서 고위직 임원이 홍콩에 출장 올 때 혹 그 전망대를 가보자고 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락을 받아서 처음으로 그런 전망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답사차 가서 보니 실제 벽이 온통 통유리로 되어있는 전망대가 있었다. 78층 그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홍콩섬의 전경은 마치 항공기가 착륙할 때 볼 수 있는 그런 경치처럼 정말 대단했는데 높은 장소에 다소 거부감이 있던 나는 그렇게 높은 곳에서 오래 버티지는 못하고 바로 내려왔다.
한편 90년대 초에 완공된 다소 오래된 빌딩이라서 그런지 78층까지 갈 때는 엘리베이터가 한 번에 바로 올라가지는 못했고, 46층으로 가서 그곳에서 엘리베이터를 갈아타야만 78층에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갈아타는 장소인 46층에서 보이는 홍콩의 경치 역시 꽤 장관이어서 인터넷을검색하다 보니 누구라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바로 이 46층이 홍콩을 방문한 관광객에게는 일종의 무료 전망대로 알려져 나름 유명한 관광 명소가 되어 있었다.
78층에 올라갔을 때 찍은 사진이 없어서 이 글에 올리지는 못했지만, 46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경치조차 위 블로그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장관이니그 보다 훨씬 더 위에 있는 78층에서 보이는 경치는 얼마나 더 멋진 장관이었겠는가? 이 건물의 꼭대기에서 찍은 아래 동영상을 보면 그 모습이 대략 짐작이 될 것 같다.
빌딩 내부 주요 통로는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 곳이 많아 꽤 화려해 보였는데, 마치 사치품들과 화려함이 가득한 홍콩을 이 빌딩이 대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미 20여 년 정도 된 건물이라 그런지 막상 사무실 내부로 들어오면 그런 화려함과는 달리 구석구석 낡아 보이는 곳도 많이 있었다.
사진) 대리석으로 된 Central Plaza 내부 이곳저곳의 모습
Central Plaza 빌딩 2층에는 주변 빌딩과 연결되는 육교와 같은 다리들도 있었는데, 사실 이 빌딩뿐만 아니라 홍콩섬 도심에 있는 많은 빌딩은 이와 같이 빌딩과 빌딩이 지붕이 있는 육교로 연결된 경우가 많아 이런 육교를 통해서도 꽤 먼 거리까지 이동할 수 있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육교를 통해 이동을 할 때는 교통 신호를 기다리거나 차량을 피해 다닐 필요가 전혀 없었고, 또 비 오는 날에도 우산전혀 필요 없이 원하는 목적지에 갈 수 있어 꽤 편리했다.
사진) 빌딩과 빌딩 간에 이어진 육교와, 육교에서 지상으로 연결되는 길. 휴일에 찍은 사진이라 길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한국에 거주하던 때는 그렇게 심한 태풍은 직접 겪어 보지 못했는데, 홍콩 법인에 근무하던 2012년에는 홍콩에서 꽤 무서운 태풍을 경험하기도 했었다.
그해 7월에 Vincente로 명명된 태풍이 홍콩을 강타했었고 홍콩 당국은 당시 태풍 경보 중 최고 단계인 10호 경보까지 발령하기도 했었던 것이다. 이때의 10호 경보는 홍콩에서 13년 만에 처음으로 발령된 것이라 했다.
홍콩에는 1호 경보부터 10호 경보까지 총 10등급의 태풍 경보가 있었는데, 8등급만 발령돼도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출근이나 등교 등 집 밖의 외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그런데 그 당시 10호 태풍 경보가 발령되었으므로 당연히 당일 법인은 아예 문을 닫고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서 신기하기도 했었고 또 괜한 책임감에 미련하게도 당일 법인의 사무실에 잠시나마 출근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사무실에 와 보니 법인이 있는 건물이 바닷가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서 그런지 분명 실내에 있었음에도 건물 밖 바람이 건물 벽에 부딪히는 강한 바람 소리가 너무도 커서 꽤 공포스럽게 느껴지기도했었다.
태풍은 내륙으로 진입하게 되면 지면과의 마찰 때문에 점차 약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 하는데, 바다에서 발생한 태풍이 바닷가에 있는 홍콩이라는 도시에 접근할 때까지는 육지가 전혀 없는 바, 바다에서 만들어진 강한 바람 그대로 홍콩이 첫 번째 타격을 받기 때문에 홍콩에서 만나는 태풍 바람은 유독 그렇게 강력했던 것 같다.
실제로 다음날 사무실에출근할 때 보니 전날 태풍에 법인 주변 공원의 작은 나무는 모두 쓰러져 있었고, 심지어 법인 건물 외벽 대리석 일부까지 부서져 바닥으로 떨어져 있기도 했었다. 만일 외벽이 바람에 깨져서 바닥으로 떨어질 당시 누군가 그 아래 서있었다면 떨어져 내리는 돌로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건물에 매달린 간판도 아닌 건물 벽 자체가 깨져서 날아갈 정도의 태풍이었으니 정말로 강력한 태풍이었던 것이다.
당시 법인은 홍콩 시내에 있는 고층 빌딩 옥상에 꽤 큰 대형 옥외 광고판도 하나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건물의 벽도 깨질 정도의 이런 강한 태풍에는 이런 대형 옥외 광고판은더욱 위험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강한태풍 바람에 고층에 걸려있는 광고판이 파손되어 일부가 떨어져 나가 행인이나 차량위에 떨어진다면 인명 피해 가능성까지 포함 정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이 대형 광고판이 태풍에도 좀 더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부임 후 일부 조치를 취하기도 했는데, 이 조치를 취할 경우 광고판의 영상 해상도가 다소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에 작업을 착수하기 전에이 광고판 운영비를 지원해 주는 본사 관련부서 합의를 받아야 했는데 본사에서 합의에 미온적이라서 꽤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다. 하지만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지속 주장했고 결국 합의를 받아 냈다.
만일 그때 본사 합의를 못 받아 적절한 보수 조치를 사전에 취하지 못했다면, 2012년 Vincente 태풍 당시 어쩌면 이 광고판으로 인해 정말 매우 큰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건물 벽까지도 깨져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가장 먼저 걱정을했던 것이 바로 이 옥외 광고판이었는데 다행히 이미 보완 조치를 취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큰 문제가 생기기 전 적시에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운이 좋았었던 것 같다.
사진) 당시 법인에서 운영하던 대형 광고판. (2010. 11월)
사무실에서 일하다 너무도 스트레스받거나 답답하면 빌딩 밖으로 나와 잠시 머리를 식히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기도 했었다.
그때 그렇게 머리를 식히곤 했던 장소들은 모두 법인 빌딩 주변에 있었는데, 그러한 곳들은 그저 평범한 공간이었지만 그래도내 기억에는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곳으로 남아 있는 곳이 많았다.
아열대 지방에 있는 도시 홍콩 답게 건물 주변의공간들은 온통 강렬한 햇살로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넘치는 햇살과 그 햇살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그림자의 대비가 마치 인상파 화가들이 그림으로남긴찬란한 햇살 가득한 프랑스의 남부 지중해 도시들을 다시 보는 것처럼 인상적이었기때문이다.
홍콩 부임 이전 90년대 신입사원 시절 홍콩보다 해가 훨씬 더 뜨거운 중남미 국가에 출장 다니기도 했었고, 또 그 이후 프랑스에 체류할 당시에는 역시 태양이 강렬한 프랑스 남부 지중해의 도시들을 여행하기도 했었다. 그 당시에 경험했던 강렬한 태양에 대한 기억들이 역시 해가 뜨거운 홍콩에서도 다시 연상되었던 셈이다.
중남미, 지중해, 홍콩 모두 햇살이 강렬한 곳이고 또 내게는 하나 같이 이방의 외로운 도시라는 공통점이 서로 연결되어 그렇게 연상되었던 것 아닌가 싶다.
사진) 법인 건물 인근 햇살과 그림자들이 가득했던 공간들. 주중에는 너무나도 번잡한 공간이었지만 역시 주말에 찍은 사진이라 거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햇살이 가득한 사진 속 이 공간을 보다 보니, 한때 이 공간을 거의 매일같이 30~40분씩 빠른 걸음으로 미친 듯이 걸어 다녔던 기억도 떠오른다.
2009년 늦가을 당시 모 대학 교수였던 친동생이 47살의 아직은 한창나이에 갑자기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몸무게가 100kg이 넘을 만큼 살이 쪘던 동생은 대학 사회가 너무도 정치판 같아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소연을 하곤 했는데, 어느 날 일요일 점심에 라면 먹고 누워 있길래 낮잠을 자는 것으로 알았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 이미 뇌혈관이 터져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정신을 잃은 그 상태 그대로 약 1주일 뒤 사망하게 되었던 것이다.
동생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나는 꽤 큰 충격을 받았다. 물론 아버님도 그전에 이미 돌아가셨지만 그때보다도 더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았는데 왜냐하면 연세가 나보다 훨씬 많으셨던 아버님은 나보다는 먼저 돌아가실 것이라는 마음의 준비를 항상 하고 있었지만 나보다도 나이가 어렸던 동생이 나보다 먼저 그것도 불과 40대 한참 나이에 사망한다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동생의 그러한 갑작스러운 사망이 나 자신의 건강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내 몸도 되돌아 다시 보니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깨우칠 수가 있었다. 그 시절 나 역시도 회사 일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고, 체중은 65kg 이상을 초과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78kg까지 늘어나 있었으며, 허리둘레는 무려 36 인치가 되었을 정도로 내장 지방이 과다했었다.
결국 나 역시 동생과 같은 무서운 일을 갑작스럽게 당하기 전에 건강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고, 우선 뱃살이라도 빼자는 생각에 속보로 하루에 1만 보 이상 걷기로 했는데, 그것을 실행한 곳이 바로 사진 속에 보이는 저 공간이었던 것이다. 매일 점심만 먹으면 곧바로 이곳에서 미친 듯이 걸어 다녔는데, 다행히도 그렇게 6개월정도를 거의 매일 걷기를반복했더니 허리둘레가 32인치로 돌아오고, 몸무게도 65kg 이하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동생의 죽음을 보고 공포에 휩싸여서 갑자기 엄청난 노력을 했던 것이다. 그때 뛰듯이 걸으면서 이어폰으로 항상 듣던 노래가 있는데 바로 '내 영혼이 은총 입어'라는 찬송가였다. 사람이 극심한 공포에 빠지게 되면 신을 찾고 또한 평안을 주는 그런 노래를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겉멋으로 조금씩 피우기도 했지만, 회사 입사 후에는 정말 본격적으로 그 맛에 깊이 빠지게 되었던 담배도 2009 그때 동생의 죽음 이후 한방에 끊었고 그렇게 끊은 이후에는 2020년 말 현재까지 10년 넘게 그 금연을 유지하고 있다. 너무나도 여러 차례 시도했던 금연이었지만 번번이 실패했었는데, 동생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워낙 큰 충격을 받다 보니 단 한 번에 성공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 담배 전혀 생각도 안 나고 오히려 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 만나면 그 냄새가 너무 싫어서 멀찌감치 돌아서 피해 다니고 있는 실정이니 담배는 완전히 끊은 것 같다.
사진) 일하다 힘들면 사무실에서 내려와서 법인 건물 1층의 광장 한구석에 앉아 잠시 머리를 식히곤 하던 시절의 모습. 살 빼고 난 이후의 모습이다. (2012.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