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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법인 사무실의 기억 (4-2)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7편 HK, Macau-19)

by SALT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Hong Kong, Macau



19. 홍콩 법인 사무실의 기억 (4-2)


전편 "18. 홍콩 법인 사무실의 기억 (4-1)"에서 이어짐




홍콩에 거주하면서도 오랫동안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사실이었는데, 어느 날 문득 생각해 보니 홍콩의 공원이나 산속 도로 주변에는 나무들이 너무나도 많이 자라고 있었던 것과 달리, 의외로 홍콩 도심의 거리에는 가로수가 심어져 있는 곳이 별로 많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도심 공간이 워낙 비좁아서 어쩔 수 없었던 것이었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서울에서는 너무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울창한 가로수를 볼 수 있는 모습은 홍콩 도심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고, 아예 가로수 자체가 심어져 있지 않은 도로가 대부분이었다.


사진) 홍콩의 거리. 사진에서도 보는 것처럼 대부분의 도로 주변에는 가로수가 없었다.


그런데 법인 빌딩 바로 옆에는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아직 매우 작기는 했지만 그래도 도로 옆에 가로수 묘목이 정성스럽게 심어진 공간도 있었다. 홍콩에서는 흔하게 보지 못했던 장면이었는데 주변의 초고층 건물과 넓은 도로와는 어울리지 않는 작은 어린아이 같은 가로수 모습이 독특해서 사진으로 찍어 두었던 것이다.


사진) 법인 옆 Great Eagle Center 건물 아래 심어진 작은 가로수 (2011. 7월)


구글 거리뷰를 보니 이 장소의 최신 거리뷰는 2016년으로 위 사진을 찍은 시점에서 약 5년 후이던데 그 거리뷰를 보면 이 나무들이 그동안 조금은 더 자라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후 또다시 4년 여의 시간이 더 흘렀으니 사진 속의 저 아담한 나무는 현재는 필경 훨씬 더 크게 자랐을 것이다. 그리고 다가올 미래 어느 시점에는 서울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울창한 가로수로까지 변해 있을 것이다.


(사진과 동일 장소의 2016년 12월 기준 거리뷰)

https://goo.gl/maps/queumDZmTYJtvrar9


삭막하기만 한 회색 도시 한복판에서 자라나는 짙푸른 잎을 가진 가로수라는 자연의 존재는 도시인들에게 나름 매우 큰 여유와 평안함을 주는 것 같은데, 저런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면 푸른 녹음과 함께 홍콩의 도로 주변도 한층 더 멋진 공간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한편 위 사진에서도 그 느낌이 전달되는 것 같지만 아열대 지방의 도시 홍콩의 햇살은 꽤 강하다. 그리고 햇살이 강한 만큼 그 햇살로 인해 형성되는 그림자도 너무도 뚜렷한데, 사진 속 도로 위의 강렬한 햇살과 그 햇살로 만들어진 건물 아래 1층 회랑의 어두운 그림자 간 대비도 그만큼이나 매우 선명하고 인상적으로 보인다.


저런 햇살과 그림자가 가득했던 홍콩이라는 도시에서 한 번뿐인 인생의 5년 반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는데, 요즘처럼 낮에도 영하 10도 이하의 추운 서울에서 살면서 그 시절에 찍은 이 사진들을 오랜만에 다시 보니 홍콩 체류 시절 넘치도록 체험했던 아열대 지방 홍콩의 뜨거운 태양과 서늘한 그림자가 더욱더 그리워지는 것 같다.




법인이 있는 건물에서 나와서 약 15분 정도를 걸으면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은 홍콩섬과 구룡반도 사이를 가르는 빅토리아만이라는 바다도 볼 수 있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가끔 이곳에 와서 사진에 보이는 저 길을 따라 바닷바람도 좀 쐬면서 산책을 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기도 했었다.


사진) 점심 식사 후 가끔 산책하던 곳. 오른쪽이 홍콩섬이고 왼쪽에 건물들이 보이는 곳이 구룡반도다. (2010. 11월)


바닷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렇게 시원하고 멋진 바다를 언제든 볼 수 있는 직장생활을 했던 것도 지나고 보니 참 큰 복이었던 것 같다. 바다는 고사하고, 회사 주변은 미세먼지 그리고 시멘트로 된 건물만 온통 가득했던 한국 본사에서만 계속 근무했다면 꿈에서조차 보기 어려운 그런 장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홍콩의 사진 속 저 공간에서 근무하던 바로 그 시절에는 안타깝게도 그런 행운이 작지 않은 축복이었다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했고, 아깝고 귀한 그 시간을 그저 의미 없는 일로만 허송했던 것 같다....


한편 이곳에는 홍콩이 155년 만에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나 중국에 다시 반환된 것을 기념해서 중국이 홍콩에 선물했던 조형물도 있었는데 바로 'Golden Bauhinia Statue'라는 이름을 가진 조형물이었다. 홍콩을 상징하는 Bauhinia란 꽃을 대형으로 제작해서 그 외부를 온통 금색으로 도장했기 때문에 그런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런데 1997년 7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때 조형물이 있는 바로 그곳에서 155년 만에 이루어진 역사적인 홍콩의 반환식도 거행되었기 때문에 연간 수 천만에 달하는 중국의 홍콩 방문 단체 관광객들에게는 이 장소가 나름 의미 있는 장소로 간주되었고 따라서 홍콩에 오면 필히 방문해야 하는 필수 방문 코스처럼 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점심에 산책할 때 이곳에 와 보면 주변은 온통 중국인들을 싣고 온 대형 관광버스들로 가득했었고 또한 조형물을 배경으로 열심히 기념사진을 찍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도 볼 수 있었다.


(중국인들이 조형물 배경으로 사진 찍는 모습)

https://www.nearsnake.com/item/golden-bauhinia-square/


그렇지만 정작 홍콩인들에게는 이 조형물이 오히려 중국이 홍콩을 압제하는 상징물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게 되면 이 조형물부터 먼저 훼손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실제로 내가 보기에도 이 조형물은 자유분방함이 가득한 홍콩의 분위기와는 뭔가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어떤 숨길 수 없는 권위주의적 느낌 같은 것이 다분히 전달되는 그런 조형물로 인식됐었다.


(홍콩인들이 Golden Bauhinia 훼손하는 모습)

1. https://news.v.daum.net/v/20170626214006146

2. https://yama.khan.kr/168




법인 사무실로 오가는 길에서 어찌 보면 한 폭의 인상적인 그림이나 사진 작품 같은 그런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었다. 아래 사진도 그중 하나인데,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공사용으로 사용되는 철제 더미들 위에 뭔가 큰 물건이 하나 올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궁금해서 좀 더 자세히 가 봤더니 그건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인근에 공사장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점심 식사 후 노곤하니 시원한 그늘이 만들어져 있던 철제 장비 더미를 침대 삼아 그 위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 건물 2층 회랑 길가에 놓인 장비 위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는 사람 (2014. 4월)


회랑 안 그늘에서 신발까지 벗고서 보기에도 부러울 정도로 편하고도 달콤하게 낮잠을 자는 모습이었는데, 공사장에서 일하는 그의 벌이가 결코 풍족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YOLO'라는 말이 강조하는 것처럼 단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자신의 인생을 정말 맘 편하게 자신의 의사대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 나름 꽤 부럽기도 했었다.


법인이 있던 빌딩과 주변 빌딩은 전술한 것처럼 육교 같은 통로로 연결되어 있어서 행인들은 대부분 그 육교를 통해서 지나다녔기 때문에 사실 빌딩 1층 외부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따라서 일하다 지치면 텅 빈 광장처럼 조용한 1층 그 공간으로 내려가 잠시 머리를 좀 식히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공간에 가 보니 할아버님 한 분이 서너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를 힘겹게 쫓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가 빠른 건지 할아버님이 너무 느린 건지 잘 판단이 안되었지만 어쨌든 깡충깡충 뛰어가는 그 조그만 아이를 할아버님은 결국 따라잡지 못했다.


사진) 빌딩 앞 광장에서 할아버님이 어린아이를 쫓아가는 모습 (2012. 12월)


위 사진이 그때의 그 장면인데, 사진 속 할아버님도 젊었을 시절에야 어찌 어린아이를 따라잡을 수 없었겠냐마는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나이가 들다 보니 이제는 키가 할아버님 허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손주뻘 어린아이의 뒤를 따라가는 것조차 힘든 처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심한 시간은 마냥 더 흐르게 될 것이고 그러다 언젠가 할아버님은 그 시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사라지고, 대신 사진 속 저 아이가 사라진 할아버님의 모습으로 변해 또다시 자신의 손주 뒤를 힘겹게 쫓아가야만 하는 장면이 그대로 재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아는 너무도 단순한 진리지만 오래전 서유석 씨가 노래한 것처럼 가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가는 세월, 03:26)

https://youtu.be/QTxu4Sc3qtQ


홍콩 도심의 한복판에서 새가 알을 품고 있는 둥지를 바로 눈앞에서 보기도 했었다. 매일 아침 걸어가던 것처럼 Wan Chai 전철역에서 내려 A3 출구에서 연결되는 육교를 통해 사무실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육교 옆 2미터도 안 되는 거리 나뭇잎 사이로 뭔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좀 더 다가가 들여다보니 의외로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아있는 둥지였다.


조금만 더 위로 가면 울창한 숲이 있는 산도 있는데, 그 새는 굳이 지나가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은 Wan Chai 육교 바로 옆에, 그것도 육교에서 손을 뻗으면 거의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다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이해는 안 됐지만, 어쨌든 그 번잡한 홍콩 도심 한복판에서, 그것도 바로 눈앞에서 야생의 새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것은 매우 신기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사진) Wan Chai 육교 옆 나무 위 새와 둥지 (2010. 6월)


역시 같은 Wan Chai 역 A3 출구에서 에스컬레이터 타고 육교로 올라갈 때 옆 건물에 있는 아이들이 매일 창밖으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아이들이 창밖의 세상이 궁금해서 매일 같은 시간에 그렇게 창밖을 내려다 보나보다 생각하면서 그곳을 지나다녔는데, 어느 날 아무래도 뭔가 좀 이상해서 조금 더 가까이 가서 자세히 봤더니 어이없게도 창에 있던 아이들은 실제로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 얼굴을 그린 그림이었다.


사진) 창밖을 보고 있는 아이들 얼굴 그림들 (2010. 6월)


아마 무슨 미술 학원 같은 곳이었던 같은데, 학생들이 그린 인물화를 그렇게 창밖을 향해 전시해 놓아서 창밖에서 보면 마치 실제 사람이 창밖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학원을 알리는 일종의 마케팅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꽤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모습이었다.




홍콩은 중국의 일부분으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홍콩에는 외국의 대사관은 없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국가는 홍콩에 대사관에 버금가는 총영사관을 두고 있었는데, 당시에 한국 총영사관은 전철역 Admirality 근처에 있어 법인에서는 좀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 바로 옆에는 'Korean Consulate'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또 다른 총영사관도 있었다. 바로 북한 총영사관이었다....


어느 날 법인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 식당 사장님께서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다 이곳에 북한 영사관 직원들도 자주 온다는 얘기를 하셨다. 다소 놀라서 그게 무슨 말씀이냐고 물었더니, 몰랐냐며 우리 법인이 있는 건물 바로 옆 걸어서 3분도 안 되는 거리의 China Resources 빌딩 안북한의 주홍콩 총영사관이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는데, 그렇다면 그간 오가면서 그들과 길에서 마주쳤거나 아니면 우리가 점심 먹었던 바로 그 한국 식당에서 그들이 옆자리에서 우리와 비슷한 시간에 함께 식사했을 가능성도 있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그렇게 우연히 북한인들을 만났었을 가능성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같은 동포를 조우했던 것에 대해서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기보다는 왠지 좀 섬찟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어서 한편으로는 그런 현실이 좀 안타깝기도 했었다.


(홍콩의 북한 총영사관 주소)

https://www.consulate-hongkong.com/city/North-Korea-in-Hong-Kong

(홍콩 언론 '봉황 TV'가 취재한 홍콩의 북한 총영사관)

https://kknews.cc/zh-hk/world/r9ozjyv.html


참고로 북한 총영사관을 취재했던 위 링크 속의 홍콩 봉황 TV는 친 중국 언론사이며 바로 그러한 성향 때문에 미국에 있는 이 언론사 기자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을 받은 적도 있었다.

(트럼프와 봉황 TV 포함 중국 기자들의 대화, 03:30)

https://www.youtube.com/watch?v=Nld8JzylKLc




부정적인 일이 법인 주변 거리에서 발생하기도 했었다. 한국에서 출장 온 엔지니어가 직접 당했던 일인데, 혼자서 법인 주변 길을 걸어가는데 양복을 매우 깔끔하게 차려입은 서남아인 두 명이 접근해 오더니 말을 걸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횡설수설하는 그들의 얘기가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아 어떤 얘기를 하는지 궁금해서 점점 더 그들에게 집중하게 되었고 그렇게 그들과의 대화에 조금 더 깊게 빠져가고 있었던 바로 그 순간 그들 중 한 명이 갑자기 여성의 나체 사진을 불쑥 꺼내서 보여 주면서 돈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꽤 특이한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출장자의 말에 의하면 이상하게도 그 현장의 분위기가 꽤나 묘해서 거절하기가 매우 힘들게 느껴졌고 돈을 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압박감까지 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몹시 당황한 상태에서 한순간 망설이기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돈을 이유는 없을 것 같아 거절하고 그 자리를 서둘러서 피했는데, 왠지 알 수 없는 공포심과 같은 것이 생겨 도망가다시피 뛰어서 겨우 그 자리를 벗어났다는 것이었다. 그로서는 홍콩 출장 중 겪은 이 일이 가장 겁나고 놀랐던 경험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이후 그 근처를 지나갈 때 좀 더 유심히 주변 상황을 보니 실제 그런 서남아인들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뭔가 자꾸 말을 거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한편 그 상황을 보면 그들은 꼭 2인 1조로 움직이고 있었고 한 사람이 말을 걸 때 다른 한 사람은 열심히 주변을 망보는 것 같은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흉기를 들고 위협한 것도 아니고, 보기에 따라서는 그들의 그러한 행동이 단지 구걸하는 행위였을 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실제로 당한 사람은 정말 놀라게 되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행위를 법적으로 문제를 삼기는 어려울 것 같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일을 반복하던 서남아인 5~6명 모두 얼굴이 창백할 정도로 너무도 하얗게 질려 헐레벌떡 급하게 뛰어가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이 뛰어가고 나니 잠시 후에는 정복을 입은 홍콩의 경찰 두세 명이 그들 뒤를 쫓아 뛰어오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이 구걸인지 강요인지 꽤 애매한 그러한 행동을 그곳에서 여러 번 했던 것이 누군가에 의해 마침내 경찰에 신고가 되었고 경찰이 그 일로 그 서남아인들을 쫓아다니는 것 같았다. 한편 그들 모두 홍콩에 정식 허가 없이 체류해온 불법 체류자였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니 죄가 성립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 체류로 추방될 것을 두려워해 무조건 그렇게 급하게 도주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서울에 돌아와서 보니 서울에서도 역시 이와 유사한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물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끝까지 지켜본 것은 아니라서 실제로 이와 동일한 상황이었는지는 확신이 없지만 지하철 외진 곳에서 매우 순진한 대학생처럼 보이는 한 한국인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었고 옆에는 역시 2인조로 구성된 서남아인들이 뭔가를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확실치는 않아도 십중팔구 홍콩에서의 그런 상황과 유사한 것 같았다.


외국인도 한국인과 똑 같이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특정 외국인들을 부정적으로만 봐서도 결코 안 되겠지만, 그와는 반대로 특정 외국인 집단 모두를 선하다고만 봐서도 안될 것이다.


한국, 미국, 일본, 중국 어디나 좋은 사람이 있는 반면 나쁜 사람도 있는 것처럼, 서남아에도 좋은 일 하는 사람과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중 나쁜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하필이면 홍콩이나 한국 같은 먼 외국에까지 와서 사람들에게 겁을 주거나 놀라게 하는 행동을 자행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사진) 돈을 요구하던 서남아인들이 자주 출몰하던 지역 (2011. 10월)




다음 편 "20. 홍콩 법인 사무실의 기억 (4-3)"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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