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사무실에 도착하니 지인이 미리 주문했다는 짜장면과 볶음밥 그리고 탕수육이 놓여 있었다. 음식이 더 불기 전에 우리는 우선 서둘러 식사부터 했다.
사실 나는 육고기를 못 먹는 체질이라 돼지고기와 그 고기 기름이 들어간 짜장면은 먹지 못한다. 지인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그 사실을 깜빡했는지 짜장면에 탕수육까지 주문해 놓았다.
이미 주문해서 배달까지 된 음식이니 어쩔 수 없이 나는 두 눈 딱 감고 고기만 건져내 짜장면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짜장면 맛이 정말 기가 막히게 좋았다. 지인에게 너무나 맛있다 했더니 짜장면 맛 하나만은 일로읍에서 단연 최고인 '홍짜홍'이라는 중국 식당에서 주문했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에는 고기가 일체 들어가지 않는 채식 짜장면을 제공하는 중식당이 있다. 그 식당 채식 짜장면이 너무나도 맛이 있어오로지 그 짜장 먹으러 가끔 여의도까지 가기도 했었는데 홍짜홍의 짜장면도 그곳만큼맛이 좋았던 것이다. 게다가 뭐랄까 약간 옛날 맛이라 할까 아니면 시골 맛이라 할까, 하여튼 그러한 독특한 맛까지 좀 더 가미되어 있어서홍짜홍의 짜장면이 오히려 좀 더 매력적인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짜장면은 그나마 고기를 건져내고 면만 골라서 먹을 수 있었지만 탕수육은 애당초 음식 자체가 고기라 나로서는 전혀 먹을 수가 없었고, 그 말을 들은 지인은 자신 역시 배가 불러 볶음밥에 탕수육까지 추가로 먹을 수는 없으니 식당에 그 탕수육은 반환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탕수육을 들고 그 음식을 주문했던 홍짜홍이라는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역시 지방 소도시라 그런지 식당에 가 보니 그 식당 바로 옆은 온통 파밭이었다. 서울에서도 화분에 파를 심어 키우는 것을 이따금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큰 파밭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꽤 오랜만이었는데 어쨌든 식당 바로 옆 일대가 온통 파밭이니 식당에서는 적어도 파 하나만큼은 늘 신선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목포대는 예상보다 규모가 훨씬 컸다. 아울러 캠퍼스 안에 있는 건물들도 매우 인상적이고 또 아름다워서 마치 캠퍼스 전체가 하나의 공원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학생들이 가득한 운치 있는 대학 캠퍼스에 들어오니 오래전 과거 학창 시절의 내 모습이 문뜩문뜩 떠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꽤 오랜 시간 잊고 있었지만 나 역시 이런 대학 캠퍼스에서 다가올 미지의 미래를 꿈꾸었던 새파란 젊은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비록 안타깝게도 이제는 너무나도 희미한 과거의 기억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위 사진에 보면 'MNU'라는 글자 모형이 잔디 위에 세워진 모습도 보이는데, 'MNU'는 목포대즉 'Mokpo National University'의 약자라 한다. 이 글자 뒤 건물은 목포대 설립 70주년을 기념하여 2016년에 건축된 대강당이라 했는데, 전면이 타원형으로 되어 있는 이 건물은 그 규모도 컸지만 미적 측면에서 봐서도 매우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캠퍼스를 음미하며 천천히 걷다 보니 유난히눈에 끌렸던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게시판이었다. 왠지 이 게시판을 보고 있다 보니 아득한 과거 80년대 대학 시절로 돌아가서 이문동 외대 캠퍼스에서 비슷한 게시판을 보고 서 있던 20대 학창 시절의 내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인 것을 너무 잘 알면서도 그 시절 학생들의 대학 생활이 가득 담겨있던 게시판을 보고 서있던 내 모습을 회상하며 게시판 바로 앞에서 한동안 발을 떼지 못하고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되돌아갈 수 없는 그 과거의 시간이 너무도 아쉽고 그리워서....
사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던 목포대 교내 게시판
그렇게 과거에 푹 빠져 있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다. 그런데 지인의 일 처리는 좀 더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고 나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다시 이곳까지 와서 목포대학교 주변을 구경하겠나 싶어 이번에는 학생들의 숨결이 물씬 배어있을 학교 밖 주변 거리를 구경하기로 했다.
목포대는 외부에서 정문을 바라본 상태에서 오른쪽 부분은 산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을 위한 식당들이나 기타 상점들은 승달산 길이라는 이름의 대학교정문왼편에 있는거리에 몰려 있었다. 캠퍼스를 벗어나 이 거리로 들어와 터벅터벅 걷다 보니 오래전 외대 근처 식당가의 모습들이 떠오르는 기분도 들었다.
물론 80년대 외대 앞보다는 2021년의 목포대 앞식당가 거리가 훨씬 세련되고 멋져 보였다. 그렇지만 지인의말을 들어보면지인이 목포대를 다니던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래 사진 속의 승달산 길 거리는 아예 도로포장조차 되어 있지 않았던 상태여서, 비만 왔다 하면 온통 진흙탕이 된 길을 걸어 다녀야 했다 한다.
지인이 일을 다 끝내고 나와서 시원한 음료도 마실 겸 함께 이 거리를 걷기도 했는데, 지인이 갑자기 '대림식당'이라는 간판이 있는 식당을 보더니 학창 시절에는너무도 자주 이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며 오랜만에 그 추억 속 식당을 다시 보게 되니 정말 반갑다고 했다. 지금은 이 거리에 식당들이 많지만 그 시절에는 식당도 별로 많지 않았는데 그중에 이 대림식당이 학생들이 가장 자주 찾던 곳이라 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오래전 외대 앞에도 그런 식당이 하나 있었다. 바로 '고흥 식당'이라는 이름의 식당이었는데 아마 사장님 고향이 전라도 고흥이라 그런 이름이 식당 이름으로 정해진 것 같았다.
당시 나뿐 아니라 동창 대다수도식사할 때는거의 대부분 이 식당에서 식사를 했었는데, 그 이유는 음식 가격이 학생 수준에 맞게 저렴했고 음식 자체가 맛이 좋기도 했지만, 그 외에도 사실 식당 사장님의 예쁜 따님이 가끔 식당에 나와 서빙을 도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녀는 고등학생이었는데 피부도 워낙 하얗고 예뻐서 그녀를 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 식당에 자주 갔던 것이었다.
하지만 몇 해 전 외대에 일이 있어 가보니 그렇게 정들었던 '고흥 식당'은 이미 없어진 상태였다. 식당뿐 아니라 주변 일대 건물이 모두 철거된 상태였는데 아마 그 일대 모두가 재개발되는 것 같았다. 내 추억 속의 그리운 '고흥 식당'은 그렇게 또 다른 서울의 재개발과 함께 기억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부럽게도 내 지인의 추억 속 '대림 식당'은 무려 30년째 같은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던것이다.
지인과 함께 목포대 옆 식당가 거리를 그렇게 구경한 후에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기로 하고 목포대 정문을 벗어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목포대 캠퍼스와 인근의 식당가 거리를 거닐며 정말 오랜만에 오래전 기억 속 학창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솔직히 교정에서 오가며 마주쳤던 그 많은 학생들의 젊음이 너무도 부럽기만 했다. 나도 분명히 그들처럼 젊디 젊은 시절이 있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모두 다 허송만 하고 보내버렸던 것은 아니었는지....
'구로 횟집'이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 식당은 바닷가 바로 앞에 있었는데, 식당 바로 코 앞에 펼쳐져 있는 서해안 갯벌도 꽤 인상적이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서해바다 저녁노을 역시 매우 아름다웠다.
사진) 구로 횟집 앞 서해안 바닷가 노을과 갯벌
식당 이름이 구로 횟집이라 서울 구로동과 혹 무슨 연관이 있는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알고 보니 이 식당이 위치한 동네 지명이 '구로리'였다. 즉 동네 지명을 따 식당 이름을 정했을 뿐이었다.
식당은 안으로 들어가 보니 꽤나 넓은 식당이었는데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아마 우리가 저녁 식사 시간보다는 좀 일찍 와서 그런 것 같았다.
우리는 텅 빈 식당 한 구석에 앉아 낙지볶음을 주문해 내가 가져간 와인과 함께 먹었는데 바로 바다 앞이라 재료가 꽤 신선해서 그런지 낙지볶음 맛이 꽤 좋았다. 하지만 와인은 아쉽게도 나 혼자서만 마셔야 했다. 지인은 운전 중이기도 했지만 애당초 술을 잘 안 마시는 타입이라 어쩔 수 없었다.
일로에서 광주 송정역으로 가는 기차는 저녁 6시 46분이 마지막이었다. 따라서 이 기차를 타기 위해 우리는 시간에 맞춰 좀 일찍 구로 횟집에서 나와 일로역으로 향했다.
일로역에 도착해서 지인과 인사를 하고 헤어진 후에도 출발 시간이 아직 약 30~40분 여유가 있어 역 주변을 배회했다.
그런데 일로역에 도착했을 때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일로역을 떠날 때 다시 보니 일로역 앞 주차장은 축대 위에 담을 쌓아놓은 것과 같은 그런 특이한 구조였다. 주차장에 굳이 담까지 쌓아놓을 필요는 없었을 것 같은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형태였다.
사진) 일로역 앞 주차장을 둘러싸고 있는 담.
그런데 이처럼 주차장 주변에 낮지 않은 담이 둘러져 있다 보니, 원래 일로역이 위치한 일대가 다소 고지대라 그 담 밖 외부에서 주차장을 보면 마치 무슨 콘크리트 덩어리로 만든 성벽처럼 보이기도 했다. 주차장이 왜 이런 특이한 형태로 건축됐는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그 내역을 알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