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년 반 홍콩에 체류하면서 초기에 잠시 머물었던 호텔 포함 모두 5곳의 호텔 및 아파트에 거주했었다. 그 시절 거주했던 홍콩의 주거공간 모습과 기억을 글로 올린다.
홍콩 체류 시 거주했던 곳과 그 주소.
1) Novotel Hotel
- 238, Jaffe Road, Wan Chai
2) Fraser Suites
- 74-80 Johnston Road, Wan Chai
3) The Harbourside
- 1 Austin Road West, West Kowloon
4) Queen's Cube
- 239, Queen's Road East, Wan Chai
5) The Gloucester
- 212 Gloucester Road, Causeway Bay
Novotel Hotel
법인이 있던 Wan Chai의 Central Plaza 인근에 있는 4성급 호텔로부임 초기 아파트를 구하기 전까지 약 1달 정도 머물렀던 곳이다. 그렇게 화려하고 유명한 호텔은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법인에서 가까웠고, 장기 투숙하기에 가격도 적당했으며, 시설도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1층 호텔 로비가 너무 좁아 항상 사람들과 그들의 짐으로 비좁았던 기억이 있다. 호텔 아침 뷔페도 나쁘진 않았는데, 메뉴가 변하질 않아 2주 정도 똑같은 아침을 먹으니 좀 물리기도 했었다.
이 호텔에서 걸어서 5분 정도의 매우 가까운 거리에는 한국 식당도 하나 있었는데, 이 집은 특이하게도 해외의 한국 식당에서는 잘 팔지 않는 '참치 김치찌개'를 음식 메뉴 중 하나로 팔고 있었다. 고기를 못 먹는 나로서는 이 메뉴 덕분에 홍콩에서도 맛있는 김치찌개를 언제든지 먹을 수 있었다.
또 이 식당에서는 반찬으로 역시 해외에서는 보기 드문 파김치가 나오기도 했는데, 파김치를 매우 좋아하던 나는 돈을 추가로 지불하고 그 파김치를 별도로 구매해서 호텔방에서 컵라면과 함께 먹기도 했었다
식당 사장님은 의도적인 콘셉트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욕을 잘하시는 70이 좀 넘어 보이는 여성분이었는데, 식당에서 일하는 네팔 출신 여종업원에게 한국말로 입에 담기 어려운 심한 욕을 수시로 대놓고 하곤 했었다. 나와 같은 한국인 손님이 바로 옆에서 식사를 하고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직접 그 욕을 듣는 당사자인 그 종업원은 한국말을 어느 정도까지 알아듣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때로는 이미 익숙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 보이는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었다. 참 이해하기 어려운 식당 주인과 종업원의 관계였던 것 같다.
아파트 구하는 것이 늦어지면서 호텔방에 더 이상 머무르는 것이 너무 답답해 1달여 만에 인근의 주방시설이 구비된 서비스 아파트로 옮겼다.
Fraser Suites
Wan Chai 전철역에서 가까운 Johnston Road에 있던 서비스 아파트다. 이전에 머물던 Novotel 호텔이 법인의 동쪽에 있었던 반면, 이 아파트는 반대 방향인 법인 서쪽에 있었다. 하지만 역시 걸어서 10여분이면 법인에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던 아파트였다.
(Fraser Suites 모습, 거리뷰를 보니 현재는 Johnston Suites로 이름이 바뀌어 있다)
아무리 찾아도 이 서비스 아파트 관련 사진은 신기하게도 이 부엌 사진 2장이 전부였다. 방과 작은 거실 그리고 욕실과 사진에 보이는 부엌이 있는 아파트였는데, 식기, 세탁기, 냉장고, DVD Player, TV, 작은 Audio 시스템 등이 구비되어 있었다. 청소도 일주에 2~3번 해주었다.
주방이 있는 이 서비스 아파트로 옮기면서 제일 좋았던 점은 역시 라면도 집에서 끓여 먹을 수 있고 밥도 직접 해 먹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가끔 참치 김치찌개도 직접 만들어 먹었다. 이 아파트로 옮긴 후 오랜만에 컵라면이 아닌 라면을 바로 끓여 먹으니 그 맛도 참 좋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안 좋았던 점도 있었는데 사진에 보이는 창밖에 Johnston Road라는 거리가 있었는데 그 도로 위로 Tram이 다녀 아침만 되면 종 치는 것처럼 들리는 Tram의 경적 소음에시달려야 했었다. 게다가 또 늦은 밤에는 위층에 사는 여자가 도대체 뭘 하는지 수시로 밤 1~2시까지 방 안에서 하이힐을 신고 돌아다녀 그 소음에도 꽤 시달렸었다.
맨발로 돌아다녀도 한밤중에는 소음이 크게 들리는데, 하이힐을 신고 따각따각 걸어 다니니 그 소음이 더 컸다. 그런데 그녀가 만들어 내던 소음은 다음에 언급할 새로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었던 소음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The Harbourside
홍콩에서 정식으로 입주했던 아파트는 이 아파트가 처음이었다. The Harbourside는 구룡반도 Kowloon역에 있는 Elements라는 고급 아파트 단지 안에 있었는데, 이 단지 내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70층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였고, Harbourside 역시 헬스클럽은 물론 수영장까지 구비된 73층짜리 아파트였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홍콩에서 처음으로 입주했던 아파트 The Harbourside를 바로 아래에서 하단부만 찍은 사진이다. 사진에 보이는 이 건물 10층에 거주했었다.
좀 더 먼 곳에서 찍은 Harbourside 모습 (사진 우측 건물). 사진 왼쪽에 보이는 건물은 홍콩에서 가장 높은 108층의 ICC(International Commerce Centre)다. ICC와 Harbourside 사이로 역시 같은 Elements 단지 내에 있던 Sorrento라는 아파트가 보인다.
바다 건너편에 있는 홍콩섬의 법인 사무실에서 Harbouside를 찍은 사진, 사진 중앙에 보이는 가장 높은 빌딩이 ICC고 그 우측이 Harbourside 아파트다. 이 아파트에서 거주한 기간은 약 3년 정도로 홍콩에서 거주했던 주택 중에서는 가장 오랜 기간 거주했었다.
Elements는 Kowloon 전철역 위에 조성된 아파트 단지였는데,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전철역 위에 잔디와 나무들을 심어 놓은 것은 물론 작은 인공 호수까지 만들어 놓아서 마치 평지의 공원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높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73층짜리 아파트인 Harbourside의 비교적 아래층인 10층에 집을 구했는데, 아파트 단지 자체가 지하철역 위에 조성된 다소 높은 곳에 있어서 그런지 10층의 내 아파트 창문에서 보이는 경치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홍콩섬의 거의 대부분을 관망할 수 있었다. 경치로만 본다면 정말 Harbourside는 최고의 명당자리였던 것 같다.
한편 위 세장의 사진 모두 공통적으로 아래 부분에는 공사현장이 보이는데, 당시 막 착수된 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 공사 현장 모습이다. 맨 아래 공사 현장 사진이 2009년 2월 사진. 현재는 공사가 완료되어 아래 블로그에서 보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변모했다.
아파트 10층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찍은 사진. 바다 건너 홍콩 섬의 Kennedy Town에 있는 The Belcher's라는 아파트도 멀리 보인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수많은 배들의 모습이 홍콩이 바닷가에 있는 도시라는 것을 새삼 깨우치게 한다.
연말에 아파트에서 홍콩섬의 건물들을 찍은 사진. 매년 말이 되면 홍콩섬의 건물들은 이렇게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기념하는 조명들로 온통 뒤덮여 있었다. 사진 우측에 있는 건물에 Merry Christmas와 Season's Greetings라고 적힌 문구가 보인다. 2010년 12월 20일 찍은 사진이니 벌써 9년이나 지난 과거홍콩의 연말 모습이다.
아파트에서 홍콩섬의 대형 전광판을 찍은 사진. 2009년 10월 3일 토요일 오전 7시경 찍은 사진이다. 홍콩섬의 대형 광고판들은 밤새 가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밤늦은 시간에는 가동을 중단하고 아침이 되면 다시 가동을 하곤 했는데, 동영상 속의 저 전광판은 뭐가 문제가 있었는지 주변의 광고판이 아직 모두 꺼져 있음에도 혼자 알 수 없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표출하며 가동되고 있었다.
아파트의 거실과 방 모습이다. 방 3개에 화장실 2개가 있던 아파트인데, 부동산 가격 비싸기로 유명한 홍콩에서 이 정도면 꽤 넓은 아파트에 속한다. 위 사진 세장은 같은 방을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창문틀 위치를 자세히 보면 다른 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창문틀이 세로로 2개 있는 것이 거실이고, 두 번째 오른쪽에 창문틀이 있는 것이 작은 방, 세 번째 창문틀이 왼쪽에 있는 것이 내가 자던 큰 방이다. 모두 남향으로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하루 종일 눈부실 정도로 찬란한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그런 구조였다.
이 아파트는 2003년에 완공되었는데, 내가 입주하던 시점인 2009년 초까지도 아직 아무도 입주하지 않은 빈 집이 꽤 많았다. 내가 임대 계약한 이 10층의 아파트도 내가 처음으로 입주하는 상황이라 집 안은 새집 상태로 텅 비어 있었다.
이 창고 같은 방이 3번째 방인데, 가사도우미가 거주하는 방이다. 홍콩에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 국가에서 온 가사도우미가 수십만 명 있었는데, 거의 전부가 자신이 일하는 집에서 숙박하며 지내고 있었다. 이 방이 그런 가사도우미용 방이다.
하지만 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비록 아주 작지만 별도의 방이 항상 제공되는 것은 아니었고, 여분의 방이 없는 경우에는 부엌에 누워 그냥 자는 가사도우미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이 방은 정말 작아서, 방안에 들어가 누우면 머리와 발이 방의 양쪽 벽에 닿을 정도였다.
그래도 이런 방이라도 얻게 되는 가사도우미는 부엌에서 자야 하는 가사도우미보다는 복 받은 셈이었다. 이역만리 외국에까지 와서 자신의 방도 없이 사람들이 오가는 부엌 바닥에서 잠을 자야 하는 가사도우미의 심정은 참 아팠을 것 같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급여는 정부에서 매년 가이드라인을 정해 주는데 2018년 기준으로 한 달에 받는 급여는 환화로 약 70만 원 수준으로 결코 큰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물가가 낮은 동남아에서는 그 돈이 적지 않은 돈이고 그 돈이라도 벌어 고향으로 송금하기 위해 수많은 동남아의 젊은 여인들이 홍콩의 가정에 가사도우미로 취직해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부모 선배 세대도 과거 한때, 광부로, 궂은일 처리하는 간호사로, 건설 근로자로 전 세계여기저기 가야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정부가 무능하고 국가가 가난하면 결국 국민이 고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첫 번째 사진이 거실의 화장실이고 두 번째 사진이 큰 방 안에 있던 화장실 사진이다. 거실의 화장실에는 샤워시설만 있었고, 욕조는 큰 방 화장실에만 있었다.
두 번째 사진에 보면 이유는 모르겠는데 두꺼운 투명 테이프로 변기 뚜껑을 감아 놓은 것이 보인다. 그런데 너무 오랜 시간 붙어 있어서 그런지 이 테이프의 접착제 성분이 변기에서 잘 떨어지지 않아 제거하느라 꽤 고생했었다.
부엌 모습. 당시 사용하던 밥솥과 컵 등이 보인다. 가스레인지와 전기레인지 두 가지가 모두 구비되어 있었고 첫 번째 사진 우측에 보이는 작은 모니터를 통해서는 라디오도 들을 수 있고 또 방안이나 거실을 볼 수도 있었는데,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동안에도 아이를 관찰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라 했다.
세 번째 사진 왼쪽의 전기밥솥은 홍콩에 200여 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日本城(일본성)'이라는 상점에서 구매한 것이다. '일본성'은 요즘 한국에 많은 '다이소' 같은 상점인데,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제품을 구비하고 있고 가격도 저렴해, 홍콩 거주 기간 수도 없이 방문했던 곳이다.
이 부엌에서 해프닝도 한번 있었는데 언제가 한 번은 이상하게도 청국장이 너무 먹고 싶어 한국식품점에 가서 청국장을 사서 이 부엌에서 한참 끓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파트 보안인력 서너 명이 우리 집에서 뭔가 썩는 것 같은 너무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았다며 찾아왔다.
나는 아무 일도 없고 단지 이 음식을 끓이는 중이라고 하며 한참 끓고 있던 청국장찌개 뚜껑을 확 열어서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 찌개 바로 앞에 있던 보안인력이 그 냄새를 맡는 순간 오만상을 쓰며 거의 목이 뒤로 꺾어질 정도로 질겁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취두부(臭豆腐)'처럼 정말 냄새가 심한 삭힌 두부도 먹는 홍콩인에게도 청국장 냄새는 너무 독했던 모양이다.
저녁에 부엌에서 보이는 홍콩섬의 경치. 사진이 좀 흐리긴 하지만 부엌에서 보이는 야경을 찍은 사진은 이 사진이 유일해서 올린다. 사진 중앙 외벽에 화려한 조명을 한 건물은 홍콩섬 Central이라는 지역에 있는 73층의 The Center라는 건물이다.
Harbourside는 화려한 외관이나 시설과는 어울리지 않게 문제 있는 곳이 많았는데, 사진 위 싱크대에서 물을 사용하면 그 물이 아래 배수관을 통해 제대로 빠지지 않고 배수관 틈으로 새어 나와 바닥에 물이 흐르곤 했다. 입주한 첫날부터 그랬으니 애당초 공사가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이외에도 황당한 일이 또 있었는데 부엌에 설치된 세탁기 호스가 배수구와 연결되어 있지 않아 부엌이 물바다가 된 경우도 있었고, 세탁이 끝났는데도 세탁기 문이 안 열려 부임 초기 옷이 없어 출근하는데 제대로 옷을 입지도 못하고 출근한 적도 있었다.
모두 다 입주하자마자 발생한 일이니 애당초 제대로 공사 마무리가 안된 것이었다. 고급스러운 아파트로만 알았는데 실망이 컸고, 서비스센터 연락해 이런 일 처리하느라 입주 초기에는 꽤 시달리기도 했었다.
거실에서 방 2개가 있는 곳으로 가는 복도 입구. 문이 열려 있는 곳이 거실의 화장실이다. 가사도우미 방은 오른쪽 현관 옆 부엌 앞에 따로 떨어져 있었다.
커튼을 구해 거실에 설치했는데, 길이 측정을 잘 못해서 커튼이 좀 짧았다. 하지만 바꾸기도 귀찮아 3년여간 이렇게 짧은 커튼을 달고 살았다. 가운데 보이는 화분은 日本城(일본성)에서 플라스틱 쓰레기통을 사서 그 안에 흙을 넣고 화초를 심은 것이다.
똑같은 화분을 하나 더 만들어 내가 잠자던 큰 방에 가져다 놓은 모습, 화분은 역시 같은 플라스틱 쓰레기통이었다
작은 방의 커튼. 거실의 커튼보다 더 짧았는데, 역시 귀찮아서 바꾸지 않고 이 상태로 살았다. 혼자 대충 사니 가능한 만행이었던 것 같다.
침대가 있던 큰 방의 모습이다. 홍콩이 아열대 지역에 있지만, 습해서 그런지 겨울에 기온이 10도 이상이어도 때로는 꽤 쌀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전기로 작동되는 라디에이터를 하나 구매해서 방안에 두고 사용했는데, 빨래는 밤사이 그 라디에이터 위에 올려놓고 말리곤 했었다.
라디에이터 위에서 밤새 마른 빨래는 딱딱하게 굳어지기도 했는데, 이 다리미판에서 다리미질해서 피고는 했었다. 좀 지저분해 보이지만 아마 혼자 사는 남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사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저녁 늦게 TV 보면서 식사할 때 찍은 사진이다. 거실에 식탁용 테이블이 별도로 있었지만, 식사는 항상 이 소파에 앉아 TV를 보면서 하곤 했었다. 당시 카레를 자주 해서 먹었는데, 사진의 테이블위에 보이는 접시에 담긴 노란색 음식도 카레다.
소파 뒤쪽에는 전기 소켓이 하나 있었는데, 나중에 이사 갈 때 보니 합선이 된 적이 있는지 검게 그슬려 있었고 바로 앞에 있던 소파는 그 합선 시 발생한 불꽃 때문이었는지 일부가 불에 타서 구멍이 나 있었다. 언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나는 전혀 몰랐었는데, 어쩌면 큰 화재로 번질 뻔한 일이 다행히 큰 일 없이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사 갈 때 집주인은 누구의 잘 못인지 따지기는 애매하지만 어쨌든 합선으로 소파가 훼손되었으니 소파 수리비를 반씩 나누어 부담하자고 제안해서 그렇게 동의하고 값을 지불했다.
역시 같은 자리에서 식사하는 모습이다. 단지 이 사진에서는 TV가 아니라 PC에 저장된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식사하는 모습이다. 아침을 제외하면 식사는 대부분 밖에서 먹었지만 주말에 집에서 먹는 경우에는 이렇게 차려 먹었다. 역시 카레가 보인다. 사진 우측의 플라스틱 통에 담긴 것들은 마늘을 식초와 간장에 절인 것이다.
Harbourside는 법인에서도 그리 멀지 않았고 또 경치가 너무 좋았다. 하지만 입주한 지 3년째인가 되는 어느 날부터 위층에서 전해지는 층간소음이 너무 심했다. 특히 주말에는 밤새 전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경비실에 불만을 전달하고 알아보니 그간 내 아파트 바로 위층이 비어 있었는데 얼마 전 누군가 입주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주말만 되면 사람들을 불러 밤새 무슨 도박 같은 것을 하는지 웃고 떠드는 소리가 너무 커서 정말 꼬박 밤을 새야 하는 날이 반복됐다. 경비실에 연락해서 항의도 여러 번 했지만 결국 소용없었고 견디다 못한 나는 이사를 가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밤새 소음을 내는 위층 사람들도 문제지만 그 비싸고 화려해 보이는 아파트가 층간소음에 그렇게까지 취약하다는 것도 정말 의외였다.
Queen's Cube
층간 소음을 견디지 못해 새로 이사 간 곳은 법인 인근의 Wan Chai 시장 앞에 있는 Queen's Cube라는 일종의 서비스 아파트였다. 방 하나에 거실 하나, 부엌, 욕실 등이 있었고, 세탁기, 냉장고, 오븐, 식기세척기 및 주방도구 일체가 구비되어 있었다. 또 청소도 1주일에 2번 정도 해 주고 그때 침대 시트 등도 같이 갈아줘서 편리했었다.
혹시 홍보용 과장 광고인지는 모르겠지만 Opus가 가장 비싼 아파트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나도 몰랐던 이 아파트를 더 잘 알고 또 그 아파트 근처 구경이라도 해 보자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역시 아파트 뒤쪽 홍콩섬 정상 쪽을 찍은 사진인데 위 사진보다는 좀 더 동편 쪽을 찍은 것이다. Queen's Cube라는 글씨가 적힌 쓰레기통이 눈에 띈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아파트 입주민들은 거의 전부가 홍콩에 거주하는 백인들이었는데, 금요일이면 아파트 1층 바로 옆에 있는 Bar에 모여 술과 만남과 여흥을 즐기곤 했었다. 단, 나는 뭔가 그들과는 좀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같이 어울리지는 않았다.
Queen's Cube 앞쪽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이는 거리를 찍은 사진. 오른쪽에 Wan Chai 시장이 있고, 사진 중앙쯤의 건물 지하에 내가 거의 매일 장을 보던 슈퍼마켓이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 이 거리 이름은 Queen's Road East다.
저녁에 한잔하고 취해서 찍은 사진인 것 같은데, 지나고 보니 유일하게 남아 있는 Queeb's Cube 내부 사진이다. 사진으로는 뭔지 잘 구분이 안 되겠지만, 저녁 늦게 실내의 다른 전등은 모두 소등하고, 전자레인지 문만 열어놓으니 전자레인지 안의 작은 전등 빛이 부엌 주변으로 새어 나오는 모습이다.
당시 주재원들은 통상 4~5년 해외 근무하면 다시 해외 파견을 나가더라도 일단은 본사로 귀국하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었다. 그런데 내 경우는 이 아파트로 이사할 당시 이미 4년이 다되어 조만간 귀국할 것으로 생각하고 비록 작지만 생활하기가 편리한 법인 근처의 이 서비스 아파트로 이사했었다.
그런데, 막상 연말 인사 발표 내용을 보니 내 근무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변동도 없었다. 결국 그렇다면 최소 1년 이상 더 홍콩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어 너무 좁은 이 서비스 아파트 대신 방이 2개 있는 법인 근처의 The Gloucester라는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The Gloucester
The Gloucester는 법인까지 걸어서 10여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역시 법인 근처에 있는 아파트였다. 서비스 아파트는 아니었지만 경비실에 부탁하면 이 아파트 관리실에서 계약한 청소업체 인력이 일주일에 2~3번 집에 와서 청소를 해줬다. 나 역시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그 서비스를 이용했었다. 이 아파트가 내가 홍콩에서 체험한 5번째이자 동시에 마지막 거주 공간이었다.
Victoria Harbour 인근의 Golden Bauhinia 광장에서 바라본 모습. 사진에 보이는 Haier이라는 간판과 Epson이라는 간판이 있는 건물 사이의 아파트가 The Gloucester다. 참고로 사전에서 확인해 보면 Gloucester의 발음은 [ɡlɑ́stər]로 가운데 'C'는 묵음이다.
The Gloucester 아파트 내부 모습. 바로 위의 사진 기준으로 왼쪽이 욕실이고, 오른쪽 좁은 복도 사이로 큰 방과 작은 방 2개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구조였다. 재미있는 것은, 큰 방과 욕실과 응접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응접실에서 큰 방으로 들어간 후 다시 욕실을 통해 응접실로 되돌아올 수 있는 그런 구조였다.
큰 방의 모습. 방의 2면이 모두 대형 유리로 되어 있어, 사진에 보이는 커튼을 열면 Victoria Harbour의 멋진 바다 모습을 2개의 벽 가득히 볼 수 있었다. 경치는 너무 좋았지만 유리창의 방음 시설이 취약했는지 창 밖의 차 소리 소음은 꽤 크게 들렸다.
오른쪽이 큰 방, 왼쪽이 작은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큰 방에서 들리는 차창 밖 소음이 너무 시끄러워서 나는 주로 왼쪽에 있는 작은 방에서 잤다.
작은 방 입구.
내가 홍콩에서 거주했던 5곳의 거주 공간은 물론 홍콩의 대부호들이 사는 최고급 공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고급 거주공간에 속했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도 비싼 홍콩에서 그 정도 공간에 거주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돈도 능력도 별로 없었지만 운 좋게 한국 기업의 주재원으로 파견 나온 덕분에 그렇게 홍콩의 고급 거주공간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중국도 빈부차가 심하기로 유명하지만, 홍콩의 빈부차는 중국보다 더 심해서 화려해 보이기만 한 홍콩의 빈곤층 주거 문제는 매우 심각했다. 인터넷에서 'Hong Kong Cage Home' 또는 '籠屋'라는 단어를 입력하고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낡은 아파트 한 채를 4 또는 5개로 쪼개서 여러 가정이 그 안에 함께 살고 있는 '새장' 또는 '닭장'이라 불리는 열악한 홍콩인의 주거 현실도 직접 볼 수 있다.
홍콩 인구 약 730여만 중 무려 30여만 명이 지금도 그런 새장이라 불리는 집에서 살고 있다 하니 총인구의 4%가 넘는 홍콩인이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삶을 이어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