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치노와 김영하. . 2004년 겨울, 파리 오빠 집에서 몇 개월을 지낼 때 여러 즐거움 중 하나는 lena 역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회원 카드를 발급받고 최영미를 비롯한 한국 작가들의 시와 소설을 대출받아 읽던 일. 그 전 해 문단의 화제작이었던 김영하의 '검은 꽃'도 거기서 읽었는데 그 후로 김영하는 한국 문학 작가들 중 그나마 좋아하는 두 김 씨 중 하나가 되었었다. (지금은 확신할 수 없는 과거형...;;)
.
문장에 막힘이 없고 돌고 돌아도 결국 말하고자 하는 지점에 정확히 도달해 크게 원을 그린 서사 능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작가임을 이제 알쓸신잡을 통해 국민의 반 정도는 알게 된 사람.
.
뒤늦게 읽은 여행기는 특별할 것 없는 알쓸신잡 종이 버전쯤 되지만 뭐 하나 속 시원할 것 없는 체증의 시대에 술술 읽히는 글 한 줄 있다는 게 얼마나 무릎을 치는 일이 됐는지. 카페에서 공짜로 읽은 여행기 덕에 오랜만에 허세 갬성 충만한 날. .
그나저나 내 카드로 대출받고 책 반납 안 한 오빠 덕분에 나는 파리 한국문화원의 영원한 블랙리스트가 되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