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패한 육묘
by
cypress
Aug 25. 2021
어릴 때부터 너무 오냐오냐 키우긴 했다.
한 달도 안돼 어미한테 버려진 게 가여워서
품에 안고 내려놓을 줄을 몰랐고
조금만 칭얼대면 내 몸을 불사르고
온갖 정성을 바쳤음.
그 후폭풍이 이렇게 클지
그땐 미처 알지 못했으니...
애가 진상이 돼버림.
마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공주님이나 왕자님처럼 떠받들여지는 아이들처럼
자기가 왕이나 된 줄 앎.
'짐을 따르라.'
징징대는 건 말할 것 없고
조금만 심기가 불편하면
'에에에에에에~~~에ㅔ에에애에에!!!!!!!!!!!!!'
뒤로 갈수록 톤이 높아지고
목청이 커지는 울음을 우는데
마치 버릇없음을 혼내는 이모한테
'뭐어~~어어어어ㅓ어어어어어!!!!' 하고
패악질을 부리는 얄미운 조카의 그것 같은 텐션.
티비 보느라 자기한테 조금만 관심이 없으면
'으응~?으응~? 으으으으응'?'
막 이람서 간을 보다가
그래도 반응 없으면 구석으로 가서
관심 끌려고 스토커처럼 쳐다 봄.
'엄마는 나한테 관심도 없고.'
억울하게 생김.
뭐랄까... 너무 응석받이로 자람.
그중에서도 특히 집사를 힘들게 하는 건 바로
밥 먹을 때 무조건 옆에 있어야 한다는 것ㅠㅠ
옆에 앉아서 밥 먹는 내내
계속 쓰다듬어드려야 하고
잠깐 멈추고 일 하러 가면
밥 먹다 갑자기 휙 돌아서
뛰어 가버리고
온갖 승질 승질을 내며
'나 밥 안 먹어 굶을 거야'를 시전.
꼭 저렇게 기둥 뒤에 숨어서
한쪽 눈만 내놓고 불쌍한 척
죄책감 자극.
이산가족 상봉 때 나오는 울음소리 내며
밥그릇까지 나를 끌고가
내가 앉을 때까지 울부짖
는
건 일상 루틴...
애기 때 한 번 밥 먹는 거 예쁘다 예쁘다
쓰다듬어줬더니
그 후로 계속 배고플 때마다
매
끼니 저
럼
ㅠㅠ
졸려서 잠 올 때 잠투정도 마찬가지.
이불 속이나 커튼 뒤로 데려다줄 때까지
에에애엥엥 에에ㅔㅐㅇㅇ애앵ㅇㅇ....
'즈가요? 저 진상 아닌데요?'
응 그래 누굴 탓하겠니,
그렇게 키운 내 잘못이지...
아이는 부모 하기 나름이라는 말
200% 공감.
집사가 진상이라 고양이 딸도 진상인가봉가...
keyword
고양이
육묘
반려동물
46
댓글
16
댓글
16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cypress
반려동물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한 권의 책을 쓰고 수백 권의 매거진을 만든 현직 집사. contents director. @d_purr
팔로워
143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화장실의 파수꾼
넥스트 레벨 너낌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