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홧김에 시작했지만......
사실 브런치에 가입한 시기는 올해 초였다. 작가의 꿈을 말하는 브런치의 캐치프레이즈에 이끌렸다. 그때는 내가 처음 뇌내 시나리오에 의한 현실도피에서 벗어나자고 생각했던 시기였으므로, 새로운 시작을 위해 가볍게 한 번 해보자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사용하지 않는 상태인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해 가입을 했다. 가입을 하고 자기소개서와 내가 지금까지 글을 못 쓴 이유를 정리해 글을 썼다. 아직 작가 신청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이후 몇 개의 글을 더 쓰고 작가 신청을 할 생각이었는데, 그 두 글 이후의 글감 같은 것이 잘 떠오르지 않았고, 아버님이 권해주신(이라기보다는 사정사정해서 알아봐주신) 직장에 이력서 쓰고 면접 보러 다니느라 이쪽 일에 소홀해졌다.
그러다가 3월 28일, '심원철 면접장 막말 파문'이 터지고, 생애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욕을 먹은 다음날 밤이었다. 죄책감을 참을 수 없었던 나는 브런치에 '생애 최초의 깊은 죄책감'이라는 글을 쓰고 술 취한 상태 수준으로 홧김에(나는 평소 술은 마시지 않는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극한 상황에 몰려있었다.) 처음 쓴 글 두 개와 묶어 작가 신청을 넣었다. 이때는 솔직히 이런 상태에서 한 신청이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작가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홧김에 넣은 것이긴 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이왕 작가의 자격을 얻은 이상, 대충 글을 '싸지르는' 것은 나 자신이 용서할 수 없다. 게다가 그 사건으로 자신의 말과 글의 무거운 책임을 자각하지 않았던가. 3월 28일부터 일어났던 나의 상황을 정리해보자. 두 번 다시 내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나의 이 최악의 경험을 글로 남기자. 이런 기분으로 진지하게 쓴 글이 작가로서의 브런치 첫 글인 '최악의 면접을 보다'이다.
이렇게 쓴 나의 작가로서의 첫 글이 브런치 나우에 '직장인 현실 조언' 주제에 올라갔을 때는 놀랐다. 2년 동안 은둔형 외톨이 백수가 오랜만에 본 면접에서 벌인 큰 실패를 고백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조언의 말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작은 용기로 쓴 글은 내게 큰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내 생애 가장 멋진 자소서를 쓴 이야기도 써보고, 무모하게 서울에 가려했던 경험을 반성한 이야기, 초등학교 6학년 때의 기억을 글로 남겼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나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을 쓰면서 얻은 용기는 마침내 꿈이라는 말의 뒤에 숨은 나의 현실도피와도 마주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과거를 하나하나 꺼내면서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기 위한 여행. 그것이 나의 브런치 첫 매거진인 'Pre 브런치 에세이'의 의의였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나 자신의 스토리와 콘텐츠로 세상에 도전하며 자신의 영역을 만드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삼았다. 취업을 하지 않고 프리랜서가 되어, 1인 기업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 도전하는 것이다. 아직은 미숙하고 불안도 많다. 몇 번이고 약해진다. 하지만, 나는 내가 가려하는 길이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이며 시련의 길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몇 번이고 약해지면서도 꿋꿋이 자신이 믿는 길을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브런치에서 많이 접했다. 그렇기 때문에 무섭지만 갈 수 있다. 이것이 브런치를 접하면서 생긴 나의 작은 변화이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