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가지 않아#2

생각지 못했던 후일담

by 심원철
설마 내 첫 매거진인 'Pre 브런치 에세이'에 새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Pre 브런치 에세이는 나의 면접장에서의 큰 실수를 시작으로 그 이후 벌어진 일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쓴 글의 모음이었다. 첫 글인 '최악의 면접을 보다'를 작성한 날은 4월 6일. 이 매거진의 생각지 못했던 후일담은 그 글을 쓰기 이틀 전인 4월 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후일담의 전편 격에 해당하는 '서울에는 가지 않아'의 글 일부를 다시 올린다.

3개월 전인 2016년 1월이었다. 나는 서울에 있는 친척분이 하시는 일터에서 1주일가량 단기 알바를 하다 온 일이 있다. 웰팅기를 다루는 일이다. 나는 친적분의 일을 보조하는 정도의 일을 했지만, 적당히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경험은 보람이 있었다. 오랫동안 가보고 싶었던 국제전자센터에도 갔고, 만나지 못했던 다른 친척도 만났다. 전주의 집에 틀어박혀있을 때 느껴보지 못한 것을 많이 느꼈다.

문제는 그 후였다. 짧은 서울생활에 중독이라도 되었는지 아니면 전주에 돌아와 다시 방에 틀어박힌 자신이 싫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버지가 권한 곳에 가기 싫었을 때 한 번, 서울 친척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울에 가고 싶다고, 그곳에서 일 배우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는 흐지부지 넘어갔다.

이윽고 '심원철 면접장 막말 파문' 이 터졌다. 아버지의 얼굴조차 보기 죄스러웠다. 나는 다시 친척분께 전화를 걸었다. 이러이러한 일이 있어서 서울에서 지내고 싶다. 이렇게 말을 했다. 그때는 정말 서울에 가고 싶었다. 아버지께 편지를 쓰고 서울로 가려고 실제로 편지까지 품에 가지고 다녔다.


후일담의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그 당시, 내가 서울에 가고 싶다면서 찌질 대고 진상 부렸던 내 친척분께서 다행히도 서울에서 일할 수 있을만한 곳을 알아봐 주셨다. 나는 그 소식을 아버지에게 들었다. 회사에 지원할 생각이 있다면, 소식과 함께 얻은 이메일 주소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내볼 것을 권하셨다. 나는 되면 좋고 되지 않더라도 면접을 보러 서울로 올라가는 김에 지금까지의 감정을 확실하게 정리도 할 겸 해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여 회사의 이메일 주소로 보냈다. 이 날이 바로 4월 4일이었다.


나는 하루 정도 회사 측의 답신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그쪽에서 서류를 읽어보고 나를 커트했겠거니 생각하고 4월 6일에 모든 사건의 시작에 대한 글, '최악의 면접을 보다.'를 작성하였다. 이후 Pre 브런치 에세이를 마치고, 브런치에 쓸 새 매거진에 대해 생각하면서(야심 차게(?) 준비한 새 매거진인 '당신의 명대사를 알려주세요'는 안타깝게도 겨우 하나 써놓고 아이디어 고갈(?)로 접기 일보 직전이다.) 1인 기업이나 프리랜서 생활에 대해 알아보면서, 전주시 평생학습관에서 개설한 6주 연속 월요일 강의 프로그램인 평생학습강사학교에 등록하고, 기분전환 삼아 취업 박람회에 가보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해보던 그때, 아버지에게서 "지난번 말했던 그 회사에 이력서 넣어 볼 생각 없어?"라고 물으셨다.


지난번 말했던 그 회사? 이게 무슨 소리? 나는 이력서를 넣었는데? 나는 컷오프 당했을 텐데? 알고 보니 아버지는 아버지는 내가 이력서를 접수한 사실을 모르셨다. 친척분도 모르셨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간다. 내가 얘기를 안 했으니까. 이력서를 접수하고 면접 일정이 잡힐 때 이야기하려고 아무 말도 안 했으니까 말이다. 여기서 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회사 측도 내가 이력서를 접수한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분명히 4월 3일 밤까지 이력서를 작성하고 4월 4일 아침 8시 47분에 이력서를 이메일로 보냈다. 이후 하루 동안 연락이 없자 나는 컷오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 측이 내가 이력서를 낸 사실을 몰랐다? 그쪽도 내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자 부랴부랴 이력서를 확인하고 면접 제의를 했다. 처음에는 면접장에 가서 그쪽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었다. 내가 잘못 아는 부분도 있을 테니까. 그리고 모든 것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하루 사이에 생각은 바뀌었다.


어차피 지금 이 상태로 면접을 보러 가도 그쪽에 좋은 말은 해줄 수 없을 것이다. 이 일로 나의 회사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간에 이것은 구직자에 대한 기만행위이다. 설령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된다고 해도 신뢰가 떨어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나는 어느 순간 트러블을 일으킬 것이다. 아니 그 전에, 이런 마음으로 면접장에 들어갔다가는 그날의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말하자고 십만 원 정도 들여가면서 그 회사까지 갈 필요는 없다. 그 외에도 사소하고 잡다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큰 줄기는 이렇다.


이리하여 아버지를 통해서도, 친척을 통해서도 거듭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틀 전, 회사 측에서 직접 전화를 주었다. 솔직히 고마웠고, 약간 마음이 기울기는 했지만, 결국 거절의 뜻은 변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거절을 한 뒤에도 정말로 이래도 괜찮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 가서 이야기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이 후회는 당연한 것이다. 아마도. 나는 내가 가기로 정한 길을 가면 되는 것. 그것뿐이다.


마지막으로 그 회사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잊지 않고 저를 찾아준 것은 고맙지만, 저와 회사 양측의 발전을 위해 우리의 이 일은 여기서 일단 정리하는 걸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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