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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Jan 15. 2018

「닌텐도 다이렉트」로 프레젠테이션 공부하기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난 어릴 적부터 발표를 잘 했다. 단순히 초등학교에서 일어서서 이야기하는 것부터 칠판에 수학 문제를 써놓고 풀이하는 것, 조별과제 발표, 프레젠테이션 까지. 나는 발표라는 행위를 잘 해왔다고 생각했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말해주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진정으로 발표를 잘 하는 사람인가? 나는 지금까지 발표를 잘 해왔던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게 된 것은 시대의 뛰어난 발표자들을 접하게 된 이후이다. 스티브 잡스나 이와타 사토루 같은, 뛰어난 기술자인 동시에 뛰어난 발표자였던 이들의 발표 영상을 계속 보면서였다. 그들의 영상을 보고, 과거의 나의 발표를 돌아보니 나의 발표는 참으로 비루했던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나의 발표라는 것은「프레젠테이션학 원론」이라는 책에서 묘사한 실패한 발표의 전형이었다. 부족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현장의 '말발'로 커버하는. 하지만, 누구도 실패라고 말하지 않았기에 실패인 것을 몰랐던 것이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 나는, 평소에 자주 보던 닌텐도의 웹 프레젠테이션 방송인 「닌텐도 다이렉트」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 즐김에서 배움으로 전환된 것이다. 지금부터 그 방송을 보고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생각하게 된 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가장 처음으로 생각한 것은 쓸모없는 내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보통 닌텐도 다이렉트의 공지가 나올 때는 시간과 함께 해당 프레젠테이션에서 다룰 내용에 대한 짧은 설명 문구가 함께 삽입된다. 예를 들면, '2018년 상반기에 출시될 게임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겠습니다.' 같은. 여러 곳에서 수많은 게임 개발 기획이 진행되고 있고, 각 기획마다 진행 속도가 다 다르다. 발매를 목전에 둔 게임이 있으면 아직 대중에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진척되지 않은 기획도 존재한다. 때문에 개발 중인 모든 게임과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를 한 번에 모두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시간 범위를 설정하여 보여줄 내용을 엄선하는 행위는 반드시 필요하다. 즉, 무리해서 많은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하고 보여주기에 충분한 수준의 정보를 추려내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 원칙은 게임 하나에 대한 설명에도 적용된다. 닌텐도 다이렉트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게임을 소개하는 종합형이 많은 편이다. 게임 하나를 소개할 때는 보통 게임의 영상과 발표자의 설명이 함께 나온다. 발표자는 게임 영상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게임의 내용을 간결하면서도 재미있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닌텐도 다이렉트는 유튜브 등지에서 동영상으로 제공된다. 동영상 제작과 관리에 숙련되어야 할 필요성도 느낀다. 보통 프레젠테이션에서 벌어지는 실수 중 하나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넘기다가 갑자기 동영상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파워포인트의 기능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였거나, 시스템 오류 등으로 동영상 재생이 되지 않아서 슬라이드 쇼를 중단하고 별도의 동영상 플레이어로 동영상을 보여주는 경우는 프레젠테이션 장소에서 상당히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것은 관객의 집중력을 해칠 여지가 크다. 처음부터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동영상으로 만들면 관객의 집중력을 끊지 않을 수 있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더욱 빨리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 질문이 나오면 그냥 동영상을 정지시키면 되니까. 그만큼 사전에 빈틈없이 준비해야 하지만, 준비와 연습은 성공의 필수 요소이다.  


그리고 '사전녹화'라는 형식도 중요 포인트이다. 닌텐도 다이렉트는 보통 사전녹화 형식으로 진행된다. 사전녹화에서는 관객의 반응을 체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발표를 더욱 자신감 있게 임할 수 있으며, 실수했다면 NG 처리하고 다시 할 수 있으니 심리적으로 더욱 안정된다. 현장의 발표와 사전녹화를 조합할 경우, 발표자가 서두 발언을 한 뒤, 사전녹화분을 상영하는 동안 휴식을 취하면서 체력을 회복하고 심리적으로 시간을 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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