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서 좌절의 기록이기도 한 이야기
갑작스럽지만 나의 어린 시절 장래희망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의 옛 꿈은 프로그래머. 정확히는 게임 개발자였다. 내가 게임 개발자를 목표로 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나는 그때 '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공상을 막 시작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그 때는 '스타크래프트'의 대흥행을 계기로 PC 게임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했던 시기였기도 했다. 그 시절, 누구든 PC 게임에 빠져지냈을 것이다. 나는 스타크래프트는 잘 하지 못했을뿐더러 같이 할 친구도 없었지만, 그 공백을 '악튜러스'나 '창세기전 시리즈' 등 한국 게임사에 이름을 남긴 수작들, 그리고 다달이 게임 잡지를 사면 딸려오는 '번들 게임'들이 채워주었다. 많은 게임을 하며, 그리고 게임 잡지책을 읽으며 나는 "내 이야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게임 개발자가 되어야겠구나."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따라서 프로그래머를 나의 진로로 잡았다.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지금보다 더 잘 다루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컴퓨터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컴퓨터 자격증에 연이어 도전했다. 워드프로세서, 컴퓨터활용능력, ITQ... 그 와중에 경진대회도 나가게 되었고 아마 장려상을 탔다고 기억한다. 하여튼 나는 컴퓨터 학원을 열심히 다녔다. 다니던 학원이 망하자 다른 학원으로 옮겨갔고, 그곳에서 공부를 계속한 나는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돌아보면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은 표류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은 일반인도 공부를 어느 정도 하면 딸 수 있지만, 그 윗단계인 정보처리산업기사나 정보처리기사의 경우 관련 학교나 기관에서의 수업 경력을 요구했다. 당시 중학생이던 나는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었다. 결국 학원은 그만두게 되었고 고등학교 입시 공부로 방향을 틀게 되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프로그래머가 된다는 꿈 자체는 버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왔다. 나는 학교에 컴퓨터 동아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동아리에 가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동아리 가입면접에서 내가 어떤 자격증을 땄는지를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과거의 일이라면서 나의 경력을 일축했다. 그 날 이후로 프로그래머가 된다는 꿈은 '여러모로 힘겨운' 고등학교 생활에 눌려 점차점차 희미해져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그저 하룻동안 별 일 없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인드의 인간이 되어 있었다
남은 것은 "내가 나의 이야기를 구현하기 위해서 꼭 프로그래머가 되어야 했나?"하는 의문이다. 나의 진정한 소망은 '나의 이야기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프로그래머의 꿈은 꺾였지만, 이야기를 향한 소망이 꺾인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쓰기는 나의 이야기를 구현한다는 소망을, 꿈을 이루기 위한 두 번째 시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