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스위치 구입 비화
이 이야기는 아마 내가 지금까지 쓴 글 중에서도 가장 '찌질하고 한심한' 이야기이다.
청년쉼표 프로젝트에 대해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나는 염불에도, 잿밥에도 관심이 많았다. 염불은 나의 변화 가능성이고, 잿밥은 청년쉼표 활동으로 주어지는 수당을 말한다. 내가 청년쉼표에 절박하게 매달린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수당을 이용한 게임기, 즉, 닌텐도 스위치 구입이었다. 다만, 청년쉼표 프로젝트로 지급되는 보조금은 사용 제한이 있다. 국고보조금 운영관리지침 제 19조에 따르면, 국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은 유흥주점이나, 미용실, 마사지실, 지압원같은 위생서비스업종, 골프장이나 노래방같은 레저업종, 사행성, 성인용품, 총포류 판매점 같은 곳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렇게 따지면 게임기 구입은 일종의 '회색지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대형마트에서 게임기, 혹은 게이밍 목적으로 PC를 구입하여 자기 집에서 하는 행위는 아마 괜찮을 것이다. 나는 그런 가설을 세워놓고 있었다.
1차 활동수당이 지급되었다. 당장이라도 게임기를 구매하는 '실험'을 해보고 싶었지만, 의도치않게 참게 되었다. 마침 이마트 전주점이 보수공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7월 말에 '일렉트로 마트'라는 것이 문을 연단다. 그래? 그렇다면 아마 개장기념 세일을 할 것이다. 그럼 더 싸게 살 수 있겠지. 인터넷 최저가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정가 다 주고 사면 호구다. 한달 '존버'하자.
우연치않게 청년캠프날과 일렉트로마트 오픈일이 겹쳤다. 청년캠프 활동을 성실히 수행한 나는 돌아가는 버스에 오르자마자 닌텐도 스위치를 지를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버스가 전주종합경기장 근처에서 내리자, 나는 그 더운 날 이마트 전주점을 향해 미친듯이 뛰었다. 존버를 끝내기 위해. 검증해보고 싶은 가설을 위해. 과연 보조금 카드로 게임기를 지를 수 있을 것인가? 개장기념 세일은 과연 할 것인가? 숨을 헐떡이며 이마트 전주점에 도착한 나는 천천히 홍보 현수막을 둘러보았다. 닌텐도 스위치 31만원(정가는 36만원이다.). 50대 한정. 일렉트로 마트로 뛰어가 닌텐도 스위치와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집고, 계산원분께 보조금 카드를 내밀었다. 결제성공. 모든 가설은 증명되었다. 성공의 기쁨과 동시에 다른 불안이 찾아왔다. 이거... 걸리는 거 아니겠지? 여기서 '걸린다'의 뜻은 부정지출로 의심되어 내 돈으로 배상을 해야하는 상황을 말한다. 결국 그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원래는 이 일은 평생 비밀로 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마지막 미팅날 소감을 말하면서 위의 사건들을 그냥 말했다. 걸리는 거 아니냐고 물었지만, 의외로 반응은 괜찮았다. 머리 잘 썼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나의 이 행위가 향후 청년쉼표 프로젝트 수행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하는 의심은 아직 남아있다. 이 글을 청년쉼표 관계자가 읽고 있다면 규정을 부디 현행대로 유지해주길 바란다.
약간의 죄책감은 있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후회하지는 않는다. 닌텐도 스위치와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는 작년인 2017년 최고의 평을 받은 게임이고, 나도 게임을 하면서 인생훈을 많이 얻었으니까. 내 인생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소비를 했다는 점에서 나는 청년쉼표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의 취지에 부합했다. 그렇게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