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낮선 풍경
청년쉼표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서 다른 때보다 버스를 많이 타게 되었다. 자동차도, 운전면허도 없는 나는 혼자 이동할 때 주로 버스를 이용한다. 아르바이트를 갈 때도, 중요한 장소에 갈 때도, 그냥 어디론가 가고싶을 때도 대부분 버스를 이용한다. 그러다보니 어딘가를 갈 때는 버스 노선을 꼭 확인하는 편이다.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버스타기에 익숙했다. 나는 고2때부터 야자를 빠진 사람이다. 하지만, 몰래 도망친 것은 아니다. 나의 상태를 보신 선생님께서 야자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셨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야자를 하지 않으니 당연히 집에 빨리 간다. 하지만 학교에 조기귀가자를 위한 통학버스 같은 것은 없다. 그러니 일반 대중교통버스를 이용한다. 그 당시의 루트는 단순했다. 학교에서 걸어나와서 몇백 미터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간다. 버스정류장에서 아무 버스나 골라 탄다. 전북대에서 내려서 다시 15~20분 정도 걸어가면 집.
하지만, 청년쉼표 프로젝트를 위해 타는 버스는 무언가 달랐다. 일단 공식 상담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버스 종점에 위치한 '비전대학교'라는 점이었다. 버스를 종점까지 타본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통 버스로 이동하는 범위는 많아봐야 10정거장을 넘지 않으니까. 평소 이동하는 범위를 넘어서서 움직이게 되면, 보이는 경치도 확대된다. 이런 곳이 있었나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비록 그것이 흔한 아파트 단지라고 해도, 나에게는 '안 가본 곳'이 되는 것이다. 버스 차창 너머일 뿐이지만, 평소 안 가본 곳을 보기라도 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그런 '안 가본 곳 보기'는 개인적으로 다니는 상담기관에 갈 때도 이어졌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올해는 생애 가장 더운 해였다. 그리고 상담사와의 약속시간은 3시. 즉, 한창 더울 때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러다보니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다닐 방안을 찾아야했다. 전북대 쪽으로 나오면 직통으로 기관 근처까지 갈 길은 많아지지만, 그러려면 최소 15~20분은 걸어야 한다. 폭염에 그렇게 걷는 것만 해도 고역이다. 결국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곳에서 탈 수 있는 버스들은 목적지까지 갈 수 있지만, 길을 좀 많이 돌아간다. 당연히 별의 별 곳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보게 된다. 난생 처음 들어본 지명도 수두룩하다. 분명 전주시에 있는 곳인데도 나는 여태까지 그 곳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러면서 느낀다. 전주시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넓었구나 하고. 나름 전주 토박이를 자부하는 나지만, 내가 모르는 전주시의 풍경은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이 도시를 보는 시선도 바뀌었다. 이렇게 넓은 곳에서 나 할 일 없겠나 하는 생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