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주기를 맞아 펜 움직이기
여러 번 이야기했을지도 모르지만 한번 더 이야기하겠다. 내가 회사에 지원하지 못하게 된 시기와 세월호가 가라앉은 시기는 거의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그날, 저 바다에 나도 알 수 없는 내 안의 무언가가 같이 가라앉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세월호 선체는 완전히 인양되었지만, 그것은 아직 인양되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 그것을 한창 끌어올려갔지만, 갑자기 닥쳐온 공황과 불안의 '쓰나미'가 인양작업을 거의 중단시키다시피 했다. 그 참상은 끔찍했다. 나는 멈춰 서서 쓰나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쓰나미에서 보이는 것들을 글로 써 보았다. 오랜 시간 동안 바라보고 쓴 결과, 내가 쓰나미에 '가족을 해치는 나'라는, 절대 일어날 수도 일어날 리도 없는 것을 상상해 덮어씌웠을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그 '덮어씌워진 이미지'들을 치워버리고 다시 인양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세월호가 드러낸 것은 우리나라가 돈과 삼각 명패만을 최고로 치고, 생명이나 감정, 유대, 공감 같은 것들을 내팽개쳐 왔다는 우리의 천박한 진실이다. 그러지 않다면 그 참상을 보고도 그만두라느니 잊으라느니 하는 '막말'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소중한 것을 잃은 사람들에게 손을 잡아주지는 못할 망정, 뺨을 때리고 '훈계'를 한다. 익명성에 숨어 죽어간 사람들을 모독한 이들도 많다. 나는 그들을 줄곧 비난했지만, 몇 개월 간의 나를 보면, 그 누구보다 내가 생명이나 공감 같은 것들을 내팽개쳐 온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한다. 설령 공황과 불안에 사로잡혔다 한들, 가족을 해치는 이미지를 상상해버리다니. '죽여버리고 싶은'이라는 말을 무심코 떠올리다니. 나도 다른 사람이 생명을 가진 살아있는 존재이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어느 순간 망각해온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그때보다 나는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더 터놓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님께는 두 번에 걸쳐 내 어두운 면을 고백할 수 있었다. 부모님을 믿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결과 전보다 나와 가족들의 사이는 더욱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다시 내 마음의 바다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