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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Aug 18. 2016

청도&합천 가족여행

폭염 속, 나의 출생의 비밀 찾기(?)

저는 지금 전주에 살고 있습니다만, 아버님에 따르면, 사실 제가 태어난 곳은 경상남도 합천이라고 합니다. 제 이름을 지어주신 분이 당시 합천 해인사 주지스님이었다는 말도 하셨지요. 저는 잘 믿지 않았습니다만, 광복절 연휴를 이용해 1박 2일 가족여행을 같이 가게 되었고, 그 장소가 청도와 합천이 되면서 제 출생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그리고 그동안 축구장 알바 문제로 여행을 못 가고(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여행 가기 싫어서 알바 일을 핑계로 댄 것.) 두 번의 주말/휴일을 혼자 집에서 방콕 한 것에 대한 외로움도 있어서 가족여행을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우연치 않게도 최근 일요일 예능프로에서 촬영한 장소를 두 군데나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여행 관련 글은 처음 써봅니다. 게다가 근 1개월 동안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였던지라 머리 속이 좀 멍한 상태에서 갔다 오다 보니(다르게 말하면 여행으로 마음의 여러 가지 부분을 내려놓았다는 뜻.) 글이 좀 짧을 수도 있습니다. 


처음 방문한 곳은 청도 운문사입니다. 「1박 2일」 8월 7일 방송분에 나온 그곳이죠. 그동안 제가 가보았던 다른 절과는 다르게 관광객들에게 개방된 공간과 비구니 분들의 수행 공간이 분리되어있는 곳이죠. 그래서인지 절의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곳이 적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매표소에서 운문사까지 이어지는 숲길. 차에서 내려 잠깐 사진을 찍은 게 전부입니다만, 가족분들의 공통된 의견이 "가을이나 겨울, 선선한 때 왔다면 여기 살살 걸으면서 운문사 둘러보고 갔을 텐데 아쉽다."였습니다. 확실히 폭염 속에서 돌아다니다 보니 머리는 멍하고 생각은 끊기고 하다 보니 평소답지 않게 글이 점점 짧아지는군요. 폭염은 깊은 여행의 적 같습니다.



이다음으로 간 곳은 무려 1시간의 정체를 뚫고 들어간 청도 와인동굴입니다. 「1박 2일」을 통해 피서지로 알려진 곳이죠. 와인동굴 내에서도 1박 2일 방송분 영상을 틀어서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본래의 운용 목적인 와인 저장 이외에도 각종 예술 작품이 전시되어있기도 하고, 간이 바도 있고, 동굴 끝까지 가보면 소원 적는 황금박쥐를 걸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 소원이 뭐냐면......


아이패드를 가지고 싶어요.


입니다. 사실 저도 "우리 가족 화목하게 해주세요."나 "하는 일 잘되게 해주세요. 취업하게 해주세요."를 적고 싶긴 하지만, 정말 황금박쥐가 소원을 들어주는지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로서 가볍게, 장난 삼아 적었습니다. 사실 진심으로 가지고 싶기도 하고요.


정작 와인동굴은 시원하긴 했지만 '그렇게' 시원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와 가족들은 와인동굴 입구에서부터 한기가 확 밀려들어오는 것을 상상했는데 정작 안은 평범하게 시원했습니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폭염의 영향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평소 가정집으로 이용하지만, 필요하면 펜션 별관으로도 사용하는, 일종의 민박집에 짐을 풀고 같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다음, 청도 프로방스 빛 축제를 보러 나갔습니다.



주차공간 부족과 정체 관계로, 청도 소싸움대회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프로방스 빛 축제에서는 각종 테마에 맞춘 구조물들이 설치되어있습니다. 실루엣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러브 테마, 변화하는 초상화가 있는 귀신 열차 호러 테마, 여러 동화를 재현한 동화 테마 등이 있습니다. 형형색색의 빛과 구조물들 덕분에 둘러보기는 좋은데 이렇게 한밤중에도 빛을 켜놓으면 나무의 성장 밸런스에 부정적인 영향이 가지 않을까...... 하고 아버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확실히 일리가 있습니다. 참고로 빛 축제장 안에서는 DJ&치맥 페스티벌도 같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면서 들은 리듬과 비트가 귀가 아닌 가슴을 직격 하는 느낌이더군요. 저는 지나가면서 들었지만, 페스티벌에 참가하신 분들은 가슴을 직격 하는 비트에 폭염과 피로를 날려버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후 숙소에 돌아와 간단히 야식을 먹고 다음날 아침, 올림픽 축구 8강전을 보고 여행의 두 번째 목적지인 합천으로 출발했습니다.



합천 영상테마파크입니다. 여러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된 장소이기도 하고, 밤에는 좀비와 유령, 흡혈귀와 구미호가 돌아다니는 공포의 도시로 변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7월 31일 자 「런닝맨」 촬영 장소이기도 하고요. 방문한 시간이 낮인지라 촬영지 테마파크를 둘러보는 느낌으로 갔습니다. 다만, 제가 평소에 드라마나 한국영화를 잘 안 보는 사람인지라 여기서 무엇을 찍었다는 일종의 기시감은 없고 옛날의 풍경을 본다는 생각이 더욱 강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것인데, 이벤트 중 너무 놀란 나머지 유령이나 좀비(역할의 알바분)에게 욕을 하거나 때리거나 하면 그 즉시 퇴장 조치시킨답니다. 뭐 결국은 그분들(?)도 사람이니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런 짓을 하면 상처받겠지요. 하지만, 가끔씩은 좀비와 맞서 싸우는 생존자 콘셉트로 무기를 들고 좀비를 공격하는 일이 허용되는 이벤트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이 곳을 나오던 중 본 인상적인 문구 하나.


졸음운전, 고스트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마지막으로 본 건물이 완공되고 한창 주변 조경 공사가 진행 중인 청와대 세트장을 잠깐 들른 다음, 어머님과 아버님께서는 연호사에 가시고, 저와 제 여동생은 황강 너머에서 수상레포츠 축제를 하는 광경을 구경했습니다.


이런, 그러고 보니 제 출생의 비밀 이야기를 하지 않았군요. 합천을 떠나 집에 가기 직전, 시장을 지나는 지점에서 아버님께서 차를 세우신 다음, 주변 분들에게 여러 가지 지리를 물어보셨습니다. 하지만, 아버님께서 찾으시던 곳들은 모두 재개발이 이루어져 철거된 상태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이제부터는 제 출생에 관한 아버님의 말씀을 의심 없이 믿어주기로 했습니다. 무언가 허무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막장드라마보다는 백배 낫지요.


이상으로 체 첫 여행일지 작성을 마칩니다. 사실 이 여행일지는 다음 달에 가게 될 제 첫 해외여행인 태국여행일지를 위한 일종의 연습식으로 썼습니다. 태국 여행은 올해 우리 집안의 일종의 국책사업이죠. 우리 집, 친척 누나네 집, 큰아버지 집 이렇게 세 집이 같이 갑니다. 친척 누나 집 딸은 지금부터 태국 갈 날짜를 세고 있다고 하더군요. 최근 태국 남부에서 테러 공격이 벌어지는 등 불안요소가 있고 저도 여러모로 걱정이 많습니다. 부디 무사히 다녀와서 태국여행일지를 작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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