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태국으로 가족여행 가다.
일전에 쓴 청도&합천 가족여행 끝부분에 가볍게 암시한, 2016년 우리 가족의 국책사업(?) 중 하나인 추석 연휴 태국여행.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저는 이 여행을 그다지 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 나이 되도록 대한민국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 본 적 없었기 때문에 해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이 컸습니다. 실제로 빠질 기회는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태국에 따라가기로 한 것은 두려움을 극복한다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집에 5일 동안 남으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죠. 제가 혼자 집에서 5일 동안 하는 짓이라고 해봐야 혼자서 인터넷 좀 하다가 먹고 자는 행동의 반복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 지루함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견딜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여튼, 저와 제 가족들, 사촌누나와 그 딸, 큰 아버님 내외분, 그리고 외삼촌까지 끼어서 9명이 9월 14일 아침 9시경에 전주를 떠나 인천으로 향했습니다. 중간에 군산에서 같은 일정을 함께 할 어르신 두 분을 만나 총인원은 11명이 되었습니다. 인천에서 방콕으로 떠나는 비행기는 5시 50분 탑승, 6시 30분 출발이었습니다. 인천까지 가는 길이 생각보다 막히지 않아서 공항에는 1시경에 도착했습니다. 4시간 동안 공항에서 면세점도 돌아다녀보고 하다가 시간이 되어 방콕으로 출발했습니다.
방콕에 도착한 때는 현지시각으로 대략 11시입니다. 일단 가이드 분과 합류 이후 방콕에서 1박을 할 호텔로 향했습니다. 방은 기본 2인 1실(사촌누나와 딸, 그리고 제 여동생이 한 방을 썼습니다.)로, 저는 태국여행 내내 외삼촌과 같은 방을 사용했습니다.
둘째 날은 방콕에서 왕궁을 둘러본 뒤, 파타야로 향하는 일정입니다.
난생처음 본 타국의 왕궁의 모습은 구태의연한 말이지만,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표현을 안 하기도 힘들지만, 제가 태어나면서 쌓아온 감성이란 것이 다른 사람들의 것과는 많이 다른 것이었고, 약간의 시니컬한 성향과 그날의 낮은 컨디션이 겹쳐서 좋은 표현법이 잘 떠오르지 않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TV 프로그램의 예능인들처럼 우와 우아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요. 이후 수상시장과 수상가옥들을 잠깐 둘러본 후, 근처 쇼핑몰의 MK레스토랑에 가서 점심으로 수끼를 먹었습니다.
평범하게 샤부샤부처럼 점심을 먹었습니다. 집에서 10분 정도 걸어나가면 있는 쇠고기 샤부샤부 집 가서 먹는 것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정말로요. 맛이야 당연히 있는 것이고.
이후는 파타야로 이동하는 스케줄입니다. 가이드분에 따르면, 이번 여행은 '무리하지 않는다.'가 방침이었다고 합니다. 일정이 타이트하지 않죠. 1시간 30분 정도 이동하여 파타야의 리조트로 향하였습니다. 객실의 원칙은 그대로 2인 1실. 그리고 리조트에서 2시간가량 휴식을 취한 다음, 저녁부터 일정을 소화하였습니다.
저녁의 첫 일정은 세계 3대 쇼라고 하는 알카자 쇼입니다. 이 지점에서는 가이드분의 말 때문에 오히려 선입관이 생겨 공연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컨디션이 다운된 경우입니다. 알카자 쇼 이야기와 성인 라이브 쇼 이야기가 뒤섞여버리는 바람에 잘못된 선입관을 가지게 된 것이죠. 그래서 "보기 싫다." "태국은 나와 안 맞는 거 아냐?" 하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공연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찍은 사진은 없고 동생이 찍은 사진이라도 올려보려고 했습니다만, 업로드가 안 되는군요. 공연을 보면서 어느 정도 선입관이 사라지긴 했습니다. 그냥 쇼인데 제가 필요 이상으로 겁을 먹었어요.
이후에는 현지 마사지샵에서 타이 마사지를 받았습니다.(건전한 의미의 마사지입니다.) 여기서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좀 있었습니다만, 아버지와 비밀유지를 약속하였기 때문에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둘째 날 일정은 종료.
셋째 날은 오전에 산호섬에서 피서를 즐기고 오후에 농눅 빌리지를 방문하였습니다. 산호섬 피서는...... 지금 생각하면 안전하게 갔다 온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갔다 온 다음 들은 소식이지만, 태국의 다른 지역에서 여객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해서 사상자가 나왔다고 하더군요. 산호섬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사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두려움도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안전하게 갔다 온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농눅 빌리지에서는 민속 공연과 코끼리 쇼를 감상하였습니다. 알카자 쇼 때와는 달리 선입관이 없는 상태에서 공연을 보았기 때문에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말이 짧은 것 같지만, 저는 쇼를, 그것도 타국의 쇼를 구석구석 뜯어서 평가하는 그런 전문가가 아닙니다.
이후에는 시푸드 뷔페에 가서 그냥 밥 먹었습니다. 저는 해산물을 즐겨 먹는 편이 아니라서 다른 분들 새우나 조개 구울 때 얌전히 앉아서 밥 먹었습니다. 쏭테우 관광일정이 8시부터라서 일정 시간 이상 그 식당에서 머물러야 하는데, 다른 분들이야 해산물 먹어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지만, 저 같은 경우는 대략 3 접시 정도 먹고 끝냈는데도 시간이 한참 남더군요.
원래는 저녁에 쏭테우 워킹스트리트를 들어가는 일정이었습니다만, 동행하시는 어르신 두 분과 같이 쏭테우에 가지 않고 바로 호텔로 왔습니다. 그만큼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쳐서요.
마지막 날. 마지막 날은 돌아가는 날입니다. 호텔에서 나와 타이거쥬를 잠깐 들러 악어쇼와 호랑이쇼를 구경하고 방콕의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돌아가서......
원래는 0시 비행기로 방콕을 나와 인천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습니다만, 그만 비행기가 2시간씩 2번이나 연착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타이 마사지 일정이 한 번 더 추가되었고, 공항에서도 5시간가량 기다렸습니다. 이상하게 버티게 되고 게임을 하는데도 집중력이 나오고 기묘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기내에서 아무리 몸을 뒤척여도 잠이 잘 안 오더군요.
이 자리에서 태국여행을 회상하고 정리하면서 느끼는 점은 하납니다.
해외 가도 똑같네.
이 말은 결코 태국이 볼 게 없거나 저와 맞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간 제가 두려움과 불안함, 부정적인 사고에 휘말려가면서 그것을 하나하나 지워가는 과정을 거쳤음을 말합니다. 저번에 청도나 합천 갔을 때처럼, 이전에 국내의 다른 장소에 갔을 때처럼 그냥 편했다는 의미입니다. 장장 6개월가량 저를 괴롭혀온 해외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떨쳐내니 지금은 많이 후련합니다.
덧붙임 1. 이 글에 사용된 사진은 태국여행 1주 전에 교체한 KT 비와이 폰으로 촬영하였습니다. 조만간 비와이 폰 사용 후기를 올릴 예정입니다.
덧붙임 2. 제멋대로 게임 회상기 2부 닌텐도 편은 좀 늦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