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이 들 정도의 공짜폰
태국 여행을 가기 대략 2주 정도 전부터, 저는 작은 한 가지 고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2년 4개월 동안 써온 제 LG G Pro 2의 상판이 점점 떠오르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후면 태국을 가는데 거기서 핸드폰이 망가지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을 속으로만 삭이면서 하루하루 보내왔습니다. 결국 태국여행 1주일 전, 이 문제를 가지고 여동생과 상담을 했습니다. 원인은 바로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었습니다. G Pro 2의 배터리는 탈착이 되니 다른 배터리로 교환을 하면 문제가 없을...... 줄 알았지만, 문제가 또 터졌습니다. 배터리를 교환하고 떠오르는 상판을 원래대로 눌렀더니 화면이 블랙아웃되고 만 것입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부근의 LG 서비스센터를 찾아갔더니 상판 교체 비용은 대략 15만 원가량에 컬러가 블랙 밖에 없고(제가 쓴 G Pro 2는 화이트입니다.), 배터리는 재고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결국 폰을 교체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결국 얻어낸 것이 화웨이 P9 lite의 한국향 모델, 일명 KT 비와이 폰입니다. 지금부터 쓸 사용후기는 이러저러한 면에서 오랫동안 사용해온 폰이고, LG전자의 명기로도 손꼽힌 적이 있다고 하는 G Pro 2와의 비교가 주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이전까지 써온 폰이 가히 6인치에 육박하는 G Pro 2였기 때문에 5.2인치의 비와이 폰을 처음 손에 쥔 느낌은 가벼움이었습니다. 실제 비와이 폰은 G Pro 2보다 화면도 0.7인치 작고 무게도 25g 가볍습니다. 작아진 화면과 가벼워진 무게는 자연스럽게 휴대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아침에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탈 때 G Pro 2를 운동복 바지 주머니에 넣으면 때때로 무게 때문에 바지가 내려가 러닝 하기 곤란해지는 일이 벌어지는데, 비와이 폰은 그런 점이 없이 안심하고 러닝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비와이 폰을 처음 만져보고 놀란 사실이 바로 앱 서랍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동안 안드로이드를 쓰면서 앱 서랍이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온 저로서는 아주 큰 변화였습니다. 알고 보니 화웨이 EMUI의 특징 중 하나더군요. 처음에는 허둥댔는데 빠르게 적응되어서 지금은 없는 쪽이 편합니다. 사실 안드로이드 앱은 바탕 화면에 등록하지 않는 한, 앱 서랍에서 앱을 찾으려면 몇 번은 스크롤을 해야 하니까요. 이 과정을 없애서 사용자가 수행할 스크롤&터치의 수를 줄였더니 약간이지만 편리성이 커진 효과가 생겼다고 봅니다.
그리고 앱 서랍이 없는 것과 시너지를 일으키는 좋은 점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통신사 앱이 없다는 점이죠. 한국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가 사용하지도 못할 통신사 앱들이 너무 많고 용량도 많이 차지하는데, KT가 어떻게 협상을 한 것인지 비와이 폰을 처음 보았을 때, 구글 앱들은 구글 폴더에, 화웨이 자체 앱들은 자체 폴더에 모두 모여있어서 앱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느낌을 주는 데다가 KT에서 깔았다고 생각되는 앱도 거의 없어서 매우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제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의 대부분은 인터넷 검색, 음악 감상(헬스장에서 러닝머신 뛸 때), 때때로 동영상 감상 정도입니다. 인터넷은 다른 폰에 비해서 빠르지는 않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짜증 날 정도로 느리지도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이 정도면 충분하다 느끼는 정도입니다. 음질도 그런대로 들어줄 만은 하고요. 예전까지 저는 밝기가 조금 둔화되지만, 지문이 묻지 않는 필름을 사용해왔는데, 이번 비와이 폰은 기본으로 붙어있는 액정보호필름을 계속 사용 중입니다. 그로 인해 생기는 어드밴티지를 감안하고서라도 5.2인치의 FHD 디스플레이로 보는 동영상의 화질은 괜찮은 수준입니다. 3000mAh 배터리도 충전하지 않고 하루는 그럭저럭 버텨줍니다. 일체형이긴 하지만, 원래 제가 배터리를 자주 교체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오히려 편합니다.
비와이 폰, 즉, 화웨이 P9 lite는 전면 800만, 후면 1300만 화소의 카메라를 채용했습니다. 태국 여행 글에서도 밝혔습니다만, 여행에서 촬영한 여러 사진들은 모두 지금 쓰고 있는 비와이 폰으로 촬영한 결과물입니다. 태국여행 글의 사진으로 보셔도 좋지만, 그전에 찍은 사진도 몇 개 올립니다. 사진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직접 보시고 평가하는 것이 제가 설명하고 제가 평가를 내리는 것보다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폰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와이 폰은 어디까지나 저가 보급형이라 더더욱 그렇죠.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로 5 GHz 와이파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제 집 인터넷 공유기는 와이파이 채널이 2.4 GHz와 5 GHz의 2개입니다. 5 GHz 와이파이는 전에 사용하던 G Pro 2에서도 잡고 지원하던 기능이라 좀 의아했고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USB OTG 미지원입니다. 비와이 폰은 자체 용량이 16GB입니다만, KT에서 64GB의 외장 메모리를 지원하여 80GB, 실질적으로는 대략 72GB 정도로 넉넉한 용량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만 OTG 지원이 안되어서 다른 메모리의 파일을 불러오는 것이 안 되는 것이 5 GHz 와이파이 미지원만큼이나 아쉽군요.
그렇다고 해도 비와이 폰의 완성도는 꽤 괜찮습니다. 제가 샀을 때의 비와이 폰은 599 요금제를 6개월 유지하는 조건으로 지원금으로 기기값을 지워버렸습니다. 쉽게 말하면 공짜로 폰을 얻었습니다. 그걸 감안한다고 해도 비와이 폰의 완성도는 이 폰을 공짜로 샀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정도의 수준입니다. 그만큼 실사용 만족도가 큽니다. 지금 업계의 추세 중 하나가 보급형 스마트폰의 상향평준화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비와이 폰은 그 '상향 평준화된 보급형 스마트폰' 중에서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지닌 폰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중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제법 높다고 보는데, 이 비와이 폰도 그 상승하는 신뢰를 어기지 않는, 매우 느낌이 좋은 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폰을 처음 산 날, 어머니께서 왜 이런 거 샀냐고, 차라리 삼성 꺼 사라고 하셨고, 저도 비와이 폰 구입에 앞서 많이 망설였습니다만, 일단 손에 쥐면 후회는 하지 않는, 신뢰성을 지닌 좋은 핸드폰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