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세상에 드러난 코드네임 NX, 그리고 인내
우리나라 시각으로 2016년 10월 20일 밤 11시,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닌텐도의 차세대 게임기인 코드네임 NX가 닌텐도 스위치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첫 선을 보였습니다.
3분가량의 티저 영상과 이미지를 본 바로는, 닌텐도 스위치의 기본적인 콘셉트는 가정용 게임기와 휴대용 게임기의 완전한 융합,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어디서나 끊김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닌텐도의 새로운 혁신이라고도 평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어중간하다는 평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닌텐도 스위치에 탑재가 결정된 엔비디아의 테그라 기반의 커스텀 칩셋의 성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고, 휴대용 게임기의 관점에서는 최고의 성능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러 의견이 있지만, 닌텐도 스위치가 닌텐도의 미래를 쥐고 있는 열쇠인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코드네임 NX의 실체를 보기까지 닌텐도 팬으로서 아주 긴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지금부터는 그 인내의 시간을 되돌아보도록 하죠.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Wii의 정통 후속작으로서 2012년 말에 출시한 Wii U는 게임패드를 이용한 플레이 방식을 유저들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고, 성능도 경쟁사의 기기에 비해 한참 뒤떨어졌을뿐더러, 결정적으로 닌텐도 자사의 타이틀을 제외하면 제대로 게임이 나오지 않는 상황까지 만들어지면서 큰 실패를 기록하게 됩니다. 그나마 닌텐도에서 직접 내놓은 「슈퍼 마리오 3D 월드」나「마리오 카트 8」,「슈퍼 스매시 브라더스」,「스플래툰」, 그리고 닌텐도의 지원으로 IP를 회생시켜 개발한 「베요네타 2」등 게임 자체에 대한 평은 매우 좋았음에도 이 게임들이 사람들에게 닌텐도의 기기를 사야 한다는 필연성을 부여해주지는 못하였습니다. 결국 콘솔 경쟁에서도 완전히 뒤처지고 한국에서는 정식 발매 자체도 되지 않는 상황까지 연출되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닌텐도의 또 다른 축인 3DS의 경우 가격 인하와 함께 공격적인 판촉 등이 결국 통하였고, 모바일 게임 열풍 속에서도 살아남는 데 성공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3DS의 호성적으로도 Wii U의 실패를 커버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지요.
2015년 3월 17일, 닌텐도는 일본의 모바일 업체인 DeNA와 협력하여 모바일 게임 시장 진출을 선언합니다. 5개 정도의 모바일 앱과 게임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죠. 그 첫 작품인「Mii tomo」가 선보인 것은 올해의 일이고, 지금 시점에서 보면 아직 걸음마 단계이긴 합니다만, 닌텐도가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파급력이 강한 메시지였습니다.(참고로 포켓몬 GO는 닌텐도가 이때 발표한 모바일 게임 플랜과는 별개의 프로젝트입니다.) 그때는 팀 쿡이 신형 아이폰을 발표하는 자리에 미야모토 시게루가 나오는 장면까지는 상상하지 못했지만요.
하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한다면 자칫 주력산업인 게임기 시장에 소홀해지지 않겠느냐 하는 관측이 나올 것을 예상한 이와타 사토루 전 사장은 그 자리에서 새로운 게임 전용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코드 네임은 NX이고, 구체적인 발표를 2016년에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때부터입니다. 알 수 없는 무언가를 향한 기다림이 시작된 시간이죠.
그리고 2016년이 되었고, 세계 최대의 게임쇼 E3에서도 NX에 대한 언급은 일언반구도 없는 상황. 아는 것이라고는 고작 NX 발매일이 2017년 3월이라는 것과 이전부터 계속 개발이 진행 중이던「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가 NX로도 발매된다 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여러 군데에서 별의별 루머가 떠돌기 시작합니다. 가정용이다 휴대용이다 AMD 칩 들어간다 엔비디아 칩 들어간다 이 게임 나온다 저 게임 나온다 9월 도쿄 게임쇼 기간에 발표한다(전 제가 태국여행 가기 직전에 발표 영상을 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10월에 발표한다 그 외 여러 가지 루머가 난무했죠. 결국 지쳐 버리게 되더군요. 아예 제가 루머를 만들고 싶을 정도로요.
그리고 10월 20일, 닌텐도는 기습적으로 닌텐도 스위치를 발표하였습니다. 다만, 지금은 티저 이미지와 영상 정도만 보여주고, 구체적인 기기의 특성이나 스펙, 전용 게임 같은 정보는 다른 기회에 다시 발표한다고 하는군요.
원래 오늘 쓸 생각이었던 글은 한국에서 닌텐도 유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어려움과 미진한 홍보, 판매정책에 대한 고충 등을 쓸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스위치가 발표되어서 급히 스위치에 대한 기대와 그 실체를 보기까지의 기다림에 대해 생각하고 썼습니다. 사실 2016년 들어 한국닌텐도의 규모가 급격히 축소되는 상황을 보면서 "과연 한국닌텐도가 닌텐도 스위치를 정식 발매하여 제대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큰 상황입니다. 여러 가지로 다음번에 쓸 글은 일전 썼던 취업 관련 에세이에 못지않게 무거운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