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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Nov 22. 2016

여는 글

나는 왜 자소서를 브런치에 쓰기로 마음먹었는가

나는 지금까지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정도의 이력서와 자소서를 작성해왔다. 하지만, 자소서를 쓰면 쓸수록 합격을 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무언가의 위화감이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내가 쓴 자소서라는 글은 나라는 존재를 잘 표현하는 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쓴 자소서지만, 소개하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같이 느껴지는 기분. 소설처럼 변하여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자소서. 나라는 존재의 복잡함과 다면성을 옮기기에는 너무 짧고 비루한 글. 단순히 글 실력이 부족해서 못 쓰는 것이 아니다. 자소서에 담고 싶은 이야기가 나는 너무 많다. 그렇다고 해서 자소서를 "저는 어디 어디에서 태어나 엄한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의 손에서 자랐습니다." 식의 문장으로 시작해서 나의 인생사를 구구절절이 쓰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는 나의 과거와 현재, 나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등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자소서를 쓰려고 시도하면 언제나 누군가가 태클을 걸어왔다. "제가 1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실을 써도 됩니까?" 하고 물었는데, "그러지 마세요. 절대 안 받아줍니다."라는 답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 문단을 빠트릴 수 없는데도, 면접관이 안 뽑아줄 테니 빼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그 문단을 뺀다고 해도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하고 다른 급우들과 충돌이 잦았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그 이야기조차도 빼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나의 학창 시절을, 과거를 어떻게 이야기해줘야 좋은 것일까?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수놓는, 많이 울고 소리 질렀지만, 그것까지 모두 감싸 안고 한걸음 한걸음 걸어온 나의 길은 부정당해야 할 흑역사인 것일까? 그 부분을 뺀다면 나는 대체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것일까? 시험 점수? 아니면 청소를 열심히 한 이야기? 그것도 아니면 무엇을 이야기해줘야 할까? 아무리 취업을 위해, 면접관의 눈에 들기 위함이라고 해도 나의 과거를 모두 부정하고 알맹이 없는 미담들만 만들어내 면접관에게 해주는 것은 옳은 일일까? 분명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는 A4용지 1~2장으로 옮기기 매우 어려운 과거와 내면, 그리고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내면과 사고는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의 눈물, 고민, 소리 지름, 사색 등 수많은 경험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나는 나의 모든 면을 보여주고, 그것에 대한 평가를 받기로 했다. 잘못된 생각을 해왔다면 잘못되었다는 평가를, 미숙한 점이 있다면 미숙하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 단순히 합격과 불합격이 아닌, 조금 더 다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지금 기업에서 요구하는 자소서로는 나의 소망을 이루기에 너무도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단순한 스펙으로 규정할 수 없는 내가 내 안에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브런치에 자소서를 쓰기로 했다. 면접관이 아닌,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나의 자소서를 몇 편으로 나누어 더 많은 사람에게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운이 좋다면 이 자소서 공개 계획이 실제 취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내가 꿈꾸는 나의 미래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켜줄 열쇠를 손에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잘 되려면 꼭 필요한 조건이 있다.

그것은 내가 나에게 솔직하고 정직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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