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원철 Nov 24. 2016

수행이 부족했다

지금까지의 나와 내 글에 대한 반성

「7일간의 취업 수업」(이하 취업 수업)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소서에 대한 부분을 중심으로 읽었다. 나는 취업만을 목표로 브런치에 자소서를 쓰는 것은 아니다.(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뽑히는 자소서의 비결을 알아두는 것은 분명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소서 작성 테크닉에 대한 부분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나 자신이 아직 미숙하며, 글에 대해 지금까지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취업 수업에는 자소서 하나에는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하였다. 나는 유명한 책들의 고료는 잘 모르지만, 자소서의 가치도 그에 뒤지지 않는 것임을 알았다. 그렇다. 자소서는 콘텐츠다. 나의 생애와 경험, 그리고 능력을 글로 어필하는 콘텐츠인 것이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가 많은 사람의 사랑과 공감, 지지를 받는 것처럼, 잘 쓰인 자소서도 인사담당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콘텐츠 경쟁은 창작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취업도 결국은 콘텐츠 경쟁이었다. 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진 이들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브런치를 시작한 것은 우발적인 이유이기도 했지만, 의미와 가치를 지닌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역량을 기르고자 했던 의도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지금까지의 내 글들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필할만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나의 글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가? 대답은 Yes이기도 하고 No이기도 하다.「Pre 브런치 에세이」를 쓸 때는 그저 마음을 글로 풀어내느라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순수한 목적으로 글을 쓴 셈이다. 조금 감상적인 기분도 많았다. 「내 멋대로 게임 회상기」는 정기적으로 글 쓰는 습관을 들이기 위한 수행을 목적으로 만든 매거진이다. 하지만, 만인에게 공개되는 이상, 글 자체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했다. 용두사미처럼, 후반으로 갈수록 글감과 필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나의 구상을 75% 정도밖에 구현하지 못한 느낌도 들었다. 결정적으로 두 매거진은 나를 너무 우선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서랍에 저장하는 글이 아닌, 브런치를 통해 만인에게 공개하는 글을 쓰면서 지나치게 내 이야기만 한 것은 아닌가? 물론 나의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을 절대 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브런치는...... 공감이 부족했다.


이제부터는 자소서를 브런치에 작성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단어의 선택, 문장의 배열, 문단의 순서 등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내 글로 나를 만날 사람들도 생각해야 한다. 지나친 화려함이나 억지 밀어붙임을 지양해야 한다. 투박하지만 진심과 정성이 담긴 글을 써내야 한다. 나를 혁신해야 할 때가 왔다. 이 시점이 되어 나는 이른바 '창작의 고통'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이해했다. 진정한 창작자들이 겪는 그 고통 말이다. 진정한 고수들은 글자 하나,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도 마음을 담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까지의 나는 글에 대한 생각이 많이 가벼워서 창작의 고통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뇌가 아닌 가슴으로 글을 쓰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확실히 글에 대한 접근도 수행도 부족했다.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나를 표현하고 소통하는 길을 걷기로 한 이상, 지금까지 품었던 가벼움은 버려야 한다.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글자 하나하나에 마음을 품는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는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