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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Jan 14. 2017

닌텐도 지킴이 스위치

게임 과몰입에 대한 닌텐도의 해답

2017년 1월 13일, 닌텐도 스위치는 대대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게임 시장을 향한 출사표를 던졌다. 가정용 게임기와 휴대용 게임기의 완전한 융합이라는 기본 콘셉트는 작년에 공개한 영상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많은 기능을 탑재한 컨트롤러인 '조이컨', 그리고 스위치를 위해 준비한 게임들이 추가적으로 소개되었다. 


이 와중에 한 동영상이 닌텐도 유튜브에 조용히 올라왔다. 이 동영상은 닌텐도 스위치와 연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고 있다. 아직 닌텐도 스위치가 국내에 정식 소개되지 않아서 정식 한글 앱 이름은 없지만, 일본명은 'Nintendo みまもり Switch', 영문명은 'Nintendo Switch Parental Controls'이다. 이 글의 제목은 일본명을 직역한 것이다. 



이 동영상은 '슈퍼 마리오' 게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악당 '쿠파'가 아들인 '쿠파 주니어'의 게임 과몰입을 걱정하는 아버지로 등장한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게임 시간제한 기능이다. 부모가 사전에 자녀의 게임 제한시간을 설정하고, 자녀가 게임을 하다가 제한시간이 경과했을 경우 알람으로 알려주는 기능으로, 자녀가 게임을 자연스럽게 종료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자녀가 알람을 무시하고 게임을 계속할 수도 있는데, 이런 상황은 바로 부모의 앱에 전달되고, 부모 측에서 게임을 강제로 종료할 수 있는 기능을 설정할 수 있게 되어있다. 하지만, 닌텐도는 이것은 어디까지나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기본적으로 게임시간에 대해 정할 경우 부모가 자녀에게 앱을 사용하는 것을 보여주거나, 부모와 자녀가 협의를 통해 게임시간을 스스로 조절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 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봐도 닌텐도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읽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앱의 용도는 단순한 훈육 보조뿐만이 아니다.



앱은 한 달에 한 번, 자녀가 닌텐도 스위치로 플레이한 게임의 통계를 내어 부모에게 전달한다. 자녀가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을 알 수 있다면 좋은 대화의 소재가 생기는 것이다. 게임을 주제로, 부모는 자녀에게 더욱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다.



연령 제한도 설정할 수 있다.  국가에서 규정한 게임 등급제를 기반으로 하며, 자녀가 연령에 맞지 않게 폭력성이나 선정성이 과도한 게임을 하지 않도록 부모가 막을 수 있다.


게임 중 온라인 교류를 제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게임 중 욕설이나 특정 정치인 비하성 발언, 속된 말로 '부모님 안부'를 묻는 채팅을 제한할 수 있다. 더욱 나아가서는 자녀가 게임 아이템 등을 사기 위해 결제 기능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닌텐도는 부모의 적절한 훈육과 개입으로 자녀의 게임 과몰입과 그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음을 증명하려 한다. 자녀양육의 1차적인 권한과 책임은 부모에게 있기 때문에, 적절한 수단을 이용하면 자녀의 게임 과몰입을 막을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의 셧다운제처럼 국가의 모든 자녀들을 대상으로 강제적이고 일괄적인 규제를 행해봤자 그것은 제삼자의 간섭에 지나지 않고, 효과도 미약할 것이다. 우회 수단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것보다는 부모와 자녀 간의 협의를 우선하는 것이 과몰입과 부작용을 막는 좋은 방법이고, 이 앱은 부모의 훈육과 개입, 그리고 자녀와의 협의를 보조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단순하게 자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같이 앱을 설정하면서 게임시간을 정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닌텐도가 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행하고자 하는 진짜 목적은 부모와 자녀 간의 의사소통을 늘리는 것이다. 게임을 매개체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화가 많이 오가면 오갈수록 부모와 자녀 사이에 친근감이 더욱 싹틀 수 있다. 게임 과몰입이 사라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닌텐도의 앱은 어디까지나 부모와 자녀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보조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닌텐도는 오래전부터 게임을 통한 교류의 확대를 철학으로 삼고 움직여온 게임 회사이다. 게임보이나 Wii 같은 닌텐도의 히트 상품들도 그 철학에 충실한 제품으로 만들어졌다. 닌텐도가 내놓은 이 앱은 게임 과몰입에 대한 걱정이라는 부모들의 질문에 대해 게임을 통한 교류의 확대라는 자신들의 철학을 담아 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자식과 부모의 교류의 확대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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