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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woo Arslan Kim Oct 09. 2017

외국인의 눈으로 고려 무신정권에 대해 들여다보기

<무신과 문신> - 에드워드 슐츠

 이 책을 읽고 나서, 고려 무신정권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교수가 연구하고 책을 쓴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로마 역사나 중세 역사를 연구하는 동양인 학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로마사나 서양사를 전달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시오노 나나미가 있지만, 그의 책에 대한 평가는 사서보다는 소설에 더 가깝고, 작가 역시 역사학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사람은 아니기에,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책들이 없다고 생각하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고려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기가 바로 무신정권 시대인데, 이를 제대로 다루는 서적들이 의외로 매우 적다. 대형 서점들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책이 나오는데, 중형이나 소형, 개인 서점은 어떻겠는가. 그런데, 한국인들도 관심을 잘 가지지 않았던 시대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는 책이, 그것도 한국인 학자가 아닌 외국인 교수의 손에 의해 탄생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고민없이, 단번에 집어 들게 한 가장 큰 요인이었다. 


 무신정변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 부터, 고려 중기로부터 후기에 이르는 혼란스러운 시대상과 그 시대를 살아갔던 다양한 인물들의 배경들을 들여다보면서, 이과생인 나는 그저 국사시간에 외우기만 했던 이름들이 전부였는데,  그 뒤에 숨어있던 내용들이 실제로, 다양한 자료와 풍부한 분석으로 내 앞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재밌었다.

 이 책은 무신정권의 전반적인 내용들을 모두 다루는 것은 아니다. 무신정변의 근본적인 원인들과 그 시대상에 대한 이야기들과 초기 무신정권의 주역들이라고 볼 수 있는 정중부, 이의방, 이고와 그 시대에 대한 부분들은 -어디까지나 뒤의 내용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자료분석 내용이나 중요도가 상당히 적은 편이다. 경대승이나 이의민에 대한 자료 분석들은 최충헌과 최씨 일가의 무신 정권과 이어지는 부분이다보니 좀 더 중요하고 세심하게 다뤄진다. 그리고 이 책의 대부분은 4대에 걸쳐 고려를 지배한 최충헌 일가에 대해 주로 다룬다. 아무래도 최충헌 이전의 인물들은 상대적으로 권력을 잡은 시기도 짧고, 정치에 치중하기보다는 권력 중심적인 모습들이 주로 보이는데 비해, 최씨 정권의 경우 기간도 길고, 문신을 등용하는 비율도 매우 높았던 것 같은 특징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 아닐가 싶다. 학자의 입장에서 연구를 한다면 기록이 많이 남아있고, 바라볼 수 있는 관점들이 다양한 부분이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역사학자가, 역사적 사실들을 주제로 다룬 책이기에, 역사에 많은 관심이 없거나 <삼국지>나 <초한지> 같은 서사적인 역사소설들을 생각하고 이 책을 본다면 조금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무인시대를 다룬 어느 방송국의 드라마 같은 인물들 중심의 세세한 전개는 아니지만, 우리가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역사적인 사실들에 대한 자료들과 통계들을 살펴보고, 그 시대를 연구하고 관심있게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읽는다면, 이 책 만큼 좋은 책도 없을 것이다. 연구를 한다는 것,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항상 그 분야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파고들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외국인 학자의 눈으로 본 고려시대가 궁금하다면, 무인정권 시대를 단순히 드라마의 소재로, 교과서 속의 얕은 지식으로서가 아닌, 그 시대상의 상세한 내용이 알고싶다면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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