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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shirley May 15. 2020

무모하게, 하지만 멈추지 않고 걸어가기

Epilogue : 다시, 한국으로


모든 면접일정이 끝났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이틀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뒤셀도르프 시내에서도 조금 더 저렴하고 괜찮은 시설의 호텔로 숙소를 옮기고 오랜만에 제대로 된 휴식을 취했다. 늘 새벽같이 일어나느라 모자란 잠을 푹 자기도 하고, 숙소에 있기 지겨워지면 잠시 나가 뒤셀도르프의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관광지로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큰 기대는 없었지만, 생각보다 이곳은 돌아다닐수록 매력이 있는 도시였다. 비록 돈이 떨어져 가기에 넉넉하진 않았지만 마음만은 어느 때보다 여유로웠다. 독일에서 유명한 약국 DM에서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나를 위한 자그마한 기념품들을 사고, 뒤셀도르프의 명물인 알트 맥주를 마시기도 하며 소박하게나마 마지막 여행을 즐겼다.     



뒤셀도르프에서의 마지막 날, 해가 지는 오후 무렵이었다. 라인강이 보이는 곳까지 그리 멀지 않았고 햇살에 비친 라인강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비록 면접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지만, 이곳에서의 시간들은 나에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들을 가르쳐 주었고 나는 분명 이전의 나보다 더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해 갈 거 란걸.

그리고 이 아름다운 도시가 내 꿈의 마지막 종착지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랬다.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뒤셀도르프에서 내내 함께해준 동생과도 작별을 나눠야 했다. 동생은 아직 면접을 몇 개 더 보고 가겠다고 했기에, 나에게는 필요 없지만 동생에게는 필요한 물건들을 전해주고, 몸조심하고 한국에서 꼭 다시 보자며 서로를 끌어안아 주었다. 지구반대편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응원할 것이기에 작별을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공항에 도착하자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이젠 정말 돌아가야 한다는 걸.

한달이라는 시간은 길고도 짧았던 시간이었다. 총 6번의 면접을 보았고, 12개 도시를 돌아다녔다. 한달동안 유럽을 여행한 것도 처음이었고, 이렇게 국경을 많이 넘어본 것도 처음이었다. 면접에서 실패한 것에 대해 주저앉아 있지 않고 바로 일어서서 다음을 준비했던 씩씩했던 날들이었고 온갖 예상치 못한 우여곡절들도 긍정의 힘으로 극복했던 30일간이었다.     


 몇 번의 비행기를 타고, 버스와 기차를 타며 이동을 했는지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내게 중요한건 면접을 볼 수 있다는 기회였고, 하루하루를 잘 버텨내는것, 그날의 내가 얼마나 성장했다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최종면접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나는 그 기회와 놀라운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단 것만으로 감사하기로 했다. 또한 이 어렵고 외로운 여정 중에도 함께해준 용감했던 나의 동행들에게도 너무나 감사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나를 응원해주고 있었던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도 마음깊이 고마움을 느꼈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슬프고 절망적이지 않았던 건 아직 내 도전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희망이 있어서였을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결국 면접에서 탈락한 수많은 지원자들 중 하나, 그것도 유럽까지 날아가 모아놓은 돈을 쏟아 부으면서까지 면접을 보는 무모한 취준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 스물아홉의 첫 페이지를 무모하게 써내려가기로 했고, 그 도전에 후회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돌아가서 한국에서의 내 일상을 더욱 열심히 채워나가기로 했다.     


외롭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 길을 멈추지 않고 걸어나가야지.

그 길이 옳았음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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