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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shirley Nov 20. 2021

2. 아드리아해에 물들다-코발트빛 그 바다

-2017 크로아티아 여행- 두브로브니크의 반예비치

작열하는 태양이 뉘엿뉘엿 기울어가며 오후가 점점 저물어가고 있었고, 두브로브니크에도 슬슬 저녁이 다가오고 있었다.


동행인 친구에게 저녁의 일정을 묻자 반예비치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수영을 너무나 좋아한다는 그녀는 이미 옷안에 수영복을 입고왔다고 했다. 나는 사실 해수욕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그냥 해변가에 앉아있을 계획이라고 하자 여기까지 와서 반예비치에 들어가지 않는건 너무 아쉽지 않겠냐며 함께 가자고 권유하는게 아닌가.


나는 홀린듯이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올드타운 기념품가게에서 결국 생전입어보지도 않던 비키니 수영복을 구매했다. 부끄럼이 많은데다 평소 나의 신체에도 콤플렉스 투성이인 나이기에 이 수영복은 여기서만 입고 앞으로 입을일이 없다는 걸 사면서도 직감했지만, 그럼 어떠랴. 여긴 두브로브니크고, 과감하고 대담해져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않는걸. 그리고 내가 지금 이렇게 신이나는걸!


해가 저가는 핑크빛 하늘과 하늘에 비친 반예비치는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저마다 휴가를 즐기러 온 유럽사람들이 가족단위, 친구 연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문득 이 아름다운 곳을 가족과 친구들과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새삼 생각이 나기도 했다.


더욱더 어둠이 깔릴즈음 반예비치.

반예비치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뒤로하고, 올드타운 성곽으로 들어왔다. 황금빛 조명이 어스름히 깔려 낮의 올드타운과는 또다른 느낌이었다. 평소 사람많은곳을 좋아하지 않은 나조차도 이곳의 엄청난 인파의 생동감이 싫지 않았다.


동행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가면서 맛집을 검색하지 않고 발길이 이끄는데로 가는 이 여행방식이 내겐 딱이었다. 그도그럴것이 어디를 들어가도 이 멋진 저녁을 보내기에 근사할것 같았다.

아주 좁은 골목골목 사이로 신기하게 가게들이 숨어있다

드디어 도착한 자그마한 식당.

우리는 이곳에서 유명한 레몬맥주를 시켰고 함께시킨 파스타와 깔라마리와는 최고의 조합이었다!

함께 식사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내가 이곳에 온 진짜 이유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유럽에서 열리는 승무원 면접을 보러왔고, 경유지가 마침 크로아티아라 잠시 여행하고 있는거라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승무원면접을 보러 유럽까지 왔다는 얘기를 하는건 내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아마 그동안 혼자서의 여정으로 외로움이 쌓여있었을 테고, 어느샌가 나의 얘기를 들어주는 그녀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내게 너무나 멋있는 꿈이라며 나의 앞으로의 승무원을 위한 도전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했다.


아무연고도 없는 이 먼 크로아티아 땅에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나의 여정에는 이렇듯 좋은 사람을 만나는 행운이 늘 따라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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