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문득 찾아왔지만 선뜻 나에게 만남과 작별의 인사를 고하지 않습니다. 사색의 계절인데 과거의 많은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워지고 싶지만, 지쳐있는 평소의 일상에선 이를 놓쳐버리기 일쑤인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이 되면 예고 없이 멀어져 간 멋진 인연들도 생각하게 됩니다. 같은 태양, 같은 달을 바라보며 나름 밥 잘 먹고, 아프지 않고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추억 속의 인물들을 하나하나 소환해보면, '왜 그때 그들에게 조금 더 따뜻했던 사람이 왜 되지 못했을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드는 계절입니다. 나만 생각했던 어떤 이기심으로 스쳐 지나갔던 짧은 순간도 돌이켜 보면 세상의 너그러움 속에서 다정하게 용서를 받고 감사함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 한겨울의 차가운 얼음보다 더 날카로운 그리움이 전해집니다.
겨울이 오면 몸과 마음이 절로 웅크리게 됩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더 편하고 좋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불혹이 넘는 세상을 살아본 경험으로는 실제의 만남에서 따뜻한 마음은 전달됩니다. 어떤 눈 빛, 어떤 행동하나, 나를 위해 쏟아붓는 천금 같은 시간이 말해줍니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너절하고 상투적으로 남발되는 '좋아한다', '고맙다'는 말보다 '단 한 번의 눈물'이 더욱 나의 가슴과 마음을 뜨겁게 합니다. 인간관계는 그래서 약간의 불편함을 가져야 된다고 봅니다. 그래야 더욱 서로가 소중하고 좋은 인연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따뜻한 봄이 오면 '불편한 연락'이라도 한번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결코 '미안하다', '고맙다', '보고 싶다'라는 어색한 말을 함부로 내뱉을 순 없어도 텔레파시처럼 서로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있습니다. 그래서 미안하더라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나 봅니다. 봄은 새로운 힘을 전달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람으로 존중도 받고 싶지만 나눠줄 사랑도 한계가 있다 보니 선택과 집중은 필요해 보입니다. 봄에는 아이가 되어보렵니다. 어른 아이가 되어 어릴 적 해보았던 놀이도 하나하나 찾아보고 즐거움을 다시 회상해보고 싶습니다.
여름의 열정을 위해서는 체력관리도 필수입니다. 운동을 시작하기에는 늦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열정이 있다는 것은 나타내고 싶은 모양입니다. 건강해야 오래 삽니다. 스트레스 관리를 해야 위장도 튼튼해서 밥도 잘 먹습니다. 위장 통 치료를 위해 생마를 고구마처럼 한입에 베어 먹으며 견디었던 세월도 이제는 잊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인생은 매우 짧고 부질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의 수없이 많은 삶 속에서 나란 삶의 하나의 의미를 찾으려 하는 것도 의미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내가 그토록 바라던 따뜻함으로 점철된 가슴 벅찬 삶의 계절들은 늘 그렇게 돌고 돌지만 자연이 주는 이 계절들은 언제나처럼 무심한 듯 그렇게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