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기업들은 어김없이 인사명령을 낸다. 조직을 개편하기도 하고 일을 잘한 직원에게는 승진이란 달콤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다가오는 새해부터 본인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떠맡게 되기도 하고, 잘 되면 본인이 평소 하고 싶었던 부서로 이동하여 새로운 모험을 할 수도 있다. ‘또라이 보전의 법칙’과 같이, 때론 ‘새로운 또라이’들이 만들어져 조직 내 흡수되기도 한다.
나는 조직 개편을 통해 자아 정체감의 상실이 일어난 동료들을 심심찮게 목격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가치관이 단번에 파괴된다. 정치로 따지자면, 달랑 인사명령이라는 종이 하나로, 여당에서 야당으로 옮겨가야 하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해보면, 기업 조직에서의 나라는 사람의 가치관, 인생관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승진이란 의미도 곱씹어 되새겨 본다. 순수한 시각에서의 승진이란, 겉으론 일을 잘한 사람에 대한 예우나 보상으로 여겨져 왔었다. 하지만 승진이란 누가 높고, 누가 낮고 등의 사람들 간의 어떤 서열을 정한다. 과연 기업에서 발행한 인사명령 종이 한 장으로 조직 개인들 간의 인생의 높낮이를 정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러한 높낮이를 정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낡은 관념이었다. 하지만 승진의 숨겨진 실체는 사람들의 자존심이란 심리를 이용해, 권력을 가진 자가 누군가로부터 맹목적인 충성을 받고 싶어 하는 놀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권력은 돈에서 나올 수도 있고, 사회적 지위에서 나올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승진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 별다른 의미를 주는 것이 아니다. 애초부터 기업은 자본주의의 성공을 위해 사람을 이용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할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승진에 목매달려 일희일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 19세기 영국의 대표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이야기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자기 식대로 인생을 살아가다 일이 잘못돼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령 그런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게 되면 다른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는 길로 억지로 끌려가는 것보다 궁극적으로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인간은 바로 그런 존재이다.”